부동산정책 결정 때…다주택 공직자 뺀다

백민정, 윤성민, 김선미 2026. 3. 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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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관련 ‘다주택 공직자 업무 배제’ 방침을 밝히며 다주택자 압박을 재개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에 대해 1주택 외 주택 처분을 권고한 데서 한발 더 나가, 업무 배제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22일 X(옛 트위터)에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2채 이상 다주택을 보유한 국민만 몰아세우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이 계속되자, 내부 공직자 등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 충돌 여지를 사전에 차단해 향후 부동산 강공책을 펼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집값이 오르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 담당자의 보유 현황을 조사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각 부처에도 전달됐다.

업무 배제 방침에 관가는 술렁였다. 우선 부동산 정책 관련 부처는 청와대 정책실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이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전체 설계를, 재경부는 보유세 등 세제, 국토부는 주택 공급, 금융위는 대출 등 금융정책을 각각 맡는다.


공직자 이해충돌 논란부터 차단, 더 센 부동산 강공책 예고


청와대에선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등이 부동산 정책 핵심 라인으로 꼽힌다. 이 중 이 비서관이 다주택자다. 배우자와 공동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 중이고, 배우자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역삼럭키’ 아파트 일부 지분과 대치동 다가구주택 일부를 소유 중이다. 이 비서관은 다주택 해소를 위해 일부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서초구 서초동 ‘서초 래미안’(전용 111㎡)을 부인과 공동명의로 갖고 있다. 재경부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역시 부인과 공동명의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 아이파크’(112㎡)를 보유하고 있다. 현 시세는 44억5000만원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재건축 아파트로 과도한 시세 차익을 봤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재 실거주 중으로 투기용으로 보긴 어렵다.

국토부 수장인 김윤덕 장관은 부인 명의의 전주시 아파트가 1채 있고, 김이탁 1차관도 세종 아파트 1채를 갖고 있어 해당 사항이 없다.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부인과 공동명의로 강남구 역삼동 ‘역삼 푸르지오’(84㎡) 1채와 부인과 각각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상가를 신고했다.

금융위도 청와대 방침에 대상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부동산 정책 담당 고위 공직자는 모두 1주택자라고 전했다.

당장 주요 공직자 중에선 업무 배제 대상이 거의 없지만,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 있는 공직자”를 언급한 만큼 대상 범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청와대 행정관이나 부처 국·과장 등도 대상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거주 고가 주택’의 ‘고가’ 기준이나 ‘부동산 과다 보유자’의 ‘과다’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부동산 정책 관련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한 뒤 어떻게 업무에서 배제할지도 청와대와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부처에선 2020년 1주택자 외 주택 처분을 권고했던 문재인 정부 때를 떠올리는 공무원이 많다. ‘공직사회 압박 시즌 2’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빠져라, 사표를 내라’ 이런 의미보다는 매매를 통해 다주택을 해소하는 등 노력을 해달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업무 배제 지시는 오는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를 준비하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5월 10일 이후엔 다주택자 매물이 잠기며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정책을 펴려면 공직 사회를 향한 논란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장에선 5월 10일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에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 실거주 목적 외 대출 제한 등 강공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생계형 임대나 직장 및 학교 등 불가피한 경우도 많은 만큼 명확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윤성민·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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