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 1.4배 ‘팹숲’… 1만명 쉴새 없이 움직였다
내년 2월 가동 목표로 ‘불야성’
총 4개 팹, 청주 M15X 24개 규모
전력 케이블, 지하 40m 뚫어 지중화
통근버스만 140여대 터미널 방불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높이 100m가 넘는 대형 크레인 수십 대가 쉴새 없이 움직인다. 땅밑 40m 깊이에서는 전기를 끌어올 6㎞ 길이의 대규모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SK하이닉스의 차세대 생산 기지가 될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불이 꺼질 틈 없는 ‘속도전’의 최전선이었다. 첫 공장 가동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내년 2월이 목표다. 이달 초 기준 부지 조성율은 80%를 넘어섰다. 과거의 한적한 농촌 마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 단지가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9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건설 현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준공될 생산 공장 ‘1기 팹’의 압도적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2개 골조와 6개 클린룸으로 구성되는 1기 팹을 시작으로 단지 안에는 총 4개 팹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 약품과 가스 등을 공급해주는 센트럴 유틸리티 빌딩(CUB), 오폐수 처리 시설인 워터 웨이스트 트리트먼트(WWT), 패키징 작업이 진행되는 물류센터도 동시에 건설되는 중이다. 팹 공사에 배치되는 인력은 하루 1만명 정도다. 작업은 주 7일 24시간, 2교대 체제로 이뤄진다.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향후 공사 진척도에 따라 작업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루에 운용되는 건설 장비만 해도 700여대에 달한다. 덤프트럭과 굴착기, 천공기, 타워크레인, 크롤러크레인 등 중장비가 운집돼 있다. 일반 건설 현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수 덤프트럭, 험지트럭도 부지를 오가고 있었다. 바퀴 하나가 성인 키를 넘어설 정도로 거대한 험지트럭은 용지 조성 과정에서 산처럼 쌓이는 바위와 흙을 실어 나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존A부터 E까지 총 5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중심이 되는 존A에는 팹을 비롯한 SK하이닉스 생산 시설이 자리잡게 된다. 이곳에 세워지는 팹 1개는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신규 증설한 ‘M15X’ 팹 6개와 맞먹는 규모다. 팹 4개가 모두 완성되면 M15X 팹 24개의 효과를 내게 되는 셈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언급됐던 최첨단 ‘자율형 팹’ 역시 이곳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50여개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들어설 협력화 단지와 주거시설, 공공시설, 집단에너지·자원순환센터 등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2개 팹을 동시에 돌릴 수 있는 수준의 전력과 용수도 확보된 상태다. 전력은 경기도 안성 신안성변전소에서 클러스트 운영에 필요한 5.5기가와트(GW) 중 2.8GW를 끌어올 예정이다. 전력 케이블은 환경 파괴와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40m 깊이에 터널을 뚫어 매설하는 지중화 방식으로 구축 중이다. 지하철 선로 공사에 사용되는 특수 장비 ‘터널 보링 머신’ 3대가 투입돼 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상 공사 대비 난이도가 높고, 비용도 10배 이상 비싸지만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방식을 선택했다”며 “국내 건설 현장 중 터널 보링 머신을 활용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업 용수와 생활 용수는 각각 남한강 여수보와 용인시 유림배수지에 관로를 연결해 끌어올 계획이다.
부대 시설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출·퇴근시간대 운영되는 통근버스만 140여대에 달하다 보니, 주차장은 웬만한 버스터미널을 방불케할 정도였다. 현장 주변에는 붉은 깃발이 달린 ‘휴게용 천막’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천막 내부에는 휴식에 필요한 냉난방 시스템과 안마 의자, 음료 등이 갖춰져 있었다. 작업자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식당 역시 한 번에 5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 개로 나눠서 운영한다.
내년 2월이면 부지 평탄화 작업과 조경 등 기본적인 작업은 모두 완료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모든 공정이 계획 대비 조금씩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만큼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1년 후에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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