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알만, #OD” [김소연 칼럼]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6. 3.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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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틱톡에서 미국산 종합감기약 ‘나이퀼(NyQuil)’에 재운 닭가슴살을 요리하는, 이른바 ‘슬리피 치킨(Sleepy Chicken)’ 챌린지 동영상이 급증한 적이 있습니다. 초록색 액상 ‘나이퀼’을 뿌린 닭고기는 기괴한 색부터 눈길을 끌었죠. ‘나이퀼’을 복용하면 잠이 쏟아진다 해서 ‘슬리피’란 단어가 붙었습니다. 미국 슈퍼마켓 등지에서 처방전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나이퀼의 주성분 중 덱스트로메토르판은 한국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FDA는 약이 가열되면서 약 성분 농도와 특성이 변형돼 인체에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죠. “요리 중에 발생하는 증기를 흡입하는 것만으로도 약물이 체내에 흡수될 수 있고, 이는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고요.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나이퀼 챌린지’는 ‘cold medicine hack’이란 타이틀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요령, 꿀팁’을 의미하는 ‘hack’을 써서 뭔가 괜찮은 콘텐츠인 척한 셈이죠.

#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살던 13세 소년 제이콥 스티븐스는 2024년 틱톡(TikTok)에서 유행하던 챌린지를 따라 하다 사망했습니다. 일명 ‘베나드릴(Benadryl)’ 챌린지. 환각 효과를 얻기 위해 항히스타민제 베나드릴을 다량으로 먹는 베나드릴 챌린지는 2020년부터 틱톡 내에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죠. 청소년들은 베나드릴을 과다 복용하고 이에 따른 환각 상태를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제이콥은 12세 이상 권장 복용량인 1~2정보다 훨씬 많은 12~14알을 한 번에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을 때 부모가 발견하고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사망했죠.

“이번에 약 새로운 거 샀는데 몽롱하고 기분 좋다” “힘든 날이니까 #OD” “오늘은 20알만, #OD”.

SNS에서의 이상한 챌린지가 최근 한국에서도 이슈입니다. ‘약물 OD(Overdose·과다복용) 파티’ 경험담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전언. 약을 한 움큼 잔뜩 쥔 채 촬영한 사진이나, 복용한 약 종류와 개수를 기록한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캡처해 올리는 식입니다. 핵심은 ‘환각’. “공복에 OD 하면 효과를 더 본다” 등의 글이 달려 있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을 올리는 이들 다수가 10대.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감기약이나 수면유도제 등 일반의약품을 여러 종류 섞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각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마약이 아닌 만큼 심리적 장벽이 낮고, 일반의약품이라 구입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너도나도 도전(?)해본다는 진단. 최근 창고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청소년들이 이들 약품을 더욱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된 점 또한 작금의 사태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일반의약품이라도 과다 복용하면 안전할 수 없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심박 이상과 환각을 불러일으키고, 진통제는 간 손상을 유발하며, 감기약을 마구 섞어 먹었을 경우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식이죠.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오는 청소년 상당수가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경우”라며 “약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큰 위험 요소”라고 꼬집더군요. 청소년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구매 기록을 남기고 일정량 이상 구입하면 경고음이 뜨게 인프라를 구축하면 조금은 나아질까요. 그런 최소한의 보호막이라도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간국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2호(2026.03.25~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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