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부는 M&A바람… 카이·풍산 매각되나[양낙규의 Defence Club]
풍산, 경영권 승계 제약에 방산부문 매각 나서
K 방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풍산 방산 부문이 매물시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M&A 시장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업체는 KAI다. 그동안 KAI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인한 수주 실패, 방만 운영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민영화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에만 1조원 규모의 UH-60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차세대 정지궤도 기상 위성 '천리안 5호' 개발 사업 수주에 연이어 실패했다. 1조5593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 항공기 사업 입찰에도 고배를 마셨다.
카이, 낙하산 인사에 사업 줄줄이 수주 실패
KAI의 민영화는 과거에도 진행됐다. 한때 대한항공,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LIG넥스원이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업계는 KAI의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을 매수하는 데 3조원가량 예상했지만, 주가가 상승하면서 7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LIG넥스원은 자사가 30%를, LG그룹 계열사가 70% 자금을 투자한다면 인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정부에서 인수작업을 했다가 계엄으로 인해 무산됐고, 주가가 오르면서 인수설은 멈칫했다.
KAI 민영화에 한화·LIG넥스원 도전장
한화도 KAI를 넘보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41%, 한화시스템이 0.58%를 각각 매입해 총 4.99%, 시총 규모로 약 9300억원에 이르는 KAI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2018년 보유 지분을 정리한 이후 약 7년 만의 재투자다. 이번 지분 확보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항공기 체계종합 분야와 연계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화, '한국형 스페이스X' 도약 가능성
한화가 KAI를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많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대 중후반까지 KF-21 전투기 엔진급인 약 1만5000파운드 추력 수준의 엔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투기용 항공 엔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세계 7개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MENA) 총괄법인(RHQ)을 세웠다. 초대 사령탑은 예비역 소장인 성일 사장이다. 성일 사장은 국방부 전력자원실장을 역임하면서 사우디와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바탕으로 전투기 엔진 국산화를 담당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한화는 2021년 우주 사업 통합 브랜드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킨바 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 설립 등을 통해 민간 우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은 올해 하반기에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150㎏ 미만)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올해 12월부터 발사체 1기당 위성 8기를 탑재해 총 5차례 발사하는 게 핵심이다. 업체들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을 방사청과 우주청 등이 평가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한화가 KAI의 위성 체계종합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한국형 스페이스X'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상방산기업인 풍산이 방산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풍산은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인수전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풍산 방산 부문의 매각가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류진 회장의 장남이 미국 국적을 보유해 경영권 승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이번 매각설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다. 현행 방위사업법상 외국 국적자는 방산업체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다. 가업 승계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풍산이 방산 부문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화·현대로템 , 인수땐 지상무기 수출에 시너지
한화가 풍산 방산을 인수한다면 K-9 자주포에 사용하는 탄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수출 때마다 패키지 상품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과 숙련된 인력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풍산은 소구경 탄약부터 대구경 포탄, 미사일 탄두 등 우리나라 탄약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의 화약 기술과 풍산의 금속 탄체 생산 역량이 결합하면 화약과 금속 탄체를 아우르는 생산 체계를 구축해 생산 원가 절감과 공급 안정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런 점에서 현대도 매각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는 계열사인 현대코퍼레이션을 내세워 매각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풍산을 사들이면 K2 전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로템은 풍산이 개발하고 있는 장갑 관통용 대전차탄, 대인 살상용 다목적 파편탄까지 활용할 수 있다. 특히 K3 전차 개발 땐 무인 차량을 활용할 예정인데 드론 플랫폼을 결합한 고성능 무인 무장 체계 구축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기업이란 특성상 정부 승인, 규제 검토, 독과점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K 방산 육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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