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뒤 인류 25% 사라진다... 종말 막기 위해 우주로 보내진 남자

김성호 2026. 3. 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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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1295] <프로젝트 헤일메리>

[김성호 기자]

15년 뒤 인류의 4분의 1이 사라진다. 태양이 점차 덜 빛나고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때문이다. 4분의 1은 낙관적 수치다. 기후붕괴로 인한 기근, 에너지 부족과 마주하여 세계 각국이 식량과 에너지 분배에 있어 초국가적 협력을 이루는 걸 전제로 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낙관일 뿐이다. 말이 협력이지 이득을 보는 나라와 손해를 보는 나라가 극명히 대비될 게 분명하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내하는 국가가 있을까. 역사는 초국가적 협력이 이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자원 부족은 국가 간 전쟁의 주요한 이유가 되어왔다. 개별 국가가 대응할 수 없는 초유의 위기 국면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으리란 믿음엔 근거가 없다. 학자들은 초국가적 협력이 없다면 인류는 4분의 1이 아닌 절반이 20년 내 사라지리라고 말한다.

인류 절멸의 대 위기와 마주하여 각국은 머리를 맞댄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 그렇다 해서 대단한 기회는 아닌 모양이다. 이들이 마련한 프로젝트에 '헤일메리(Hail Mary)', 그러니까 미식축구에서 지고 있는 팀이 최후의 최후까지 몰려 이판사판으로 던져보는 장거리 패스를 뜻하는 이름이 붙은 걸 보면 말이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아스트로파지란 듣도 보도 못한 생물이 좀먹고 있는 태양을 구하기 위해 태양계 바깥으로 던져진 마지막 패스의 이야기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 소니 픽쳐스
탁월한 SF문학, 영화로 만들어졌다

테드 창과 함께 이 시대 가장 탁월한 SF작가로 꼽히는 앤디 위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먼저 영화화돼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마션>에 이어 또 한 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 작품. 앞서 닐 암스트롱이 되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뎠던 우주대스타 라이언 고슬링이 이번에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난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컨택트>에 이어 또 한 번 걸출한 우주영화를 맞이하게 될지 영화팬들의 기대가 집중된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인류의 운명이 내 어깨에 짐 지워져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자의식 충만한 관심종자라도 그런 상황은 마다할 게 분명하다. 잠에서 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에게 일어난 일이 꼭 그렇다. 어느 날 눈을 뜬 그는 제가 우주선 동면장치 위에 있단 걸 깨닫는다. 깨어난 건 오로지 그 혼자다. 함께 탑승한 듯 보이는 다른 이들은 모두 동면 중에 사망한 듯 보인다. 기억은 잘게 조각나서 이어지지 않고 물어볼 사람도 주위에 없다. 우주선 곳곳을 오가며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확실한 건 제가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우주선 안에 타고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이란 사실 뿐이다.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라일랜드는 인류가 마주한 대 위기, 태양을 좀먹는 정체불상의 생명체로부터 인류, 지구, 나아가 우주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패스로 우주에 쏘아진 신세다. 미식축구에서야 헤일메리가 실패하면 1패를 기록할 뿐이지만, 라일랜드가 실패한다면 인류 절반이 20년 내 절멸한다. 모르긴 몰라도 라일랜드가 눈을 뜨기까지 20년 가운데 이미 5년쯤은 흘렀음직하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 소니 픽쳐스
협력하는 두 존재

목적지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아스트로파지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고 있는 타우세티(Tau Ceti)다. 이 별은 어떻게 아스트로파지에게 감염되지 않고 있는가. 그를 알기 위해 파견된 라일랜드는 타우세티 코앞에 다다라 놀라운 상황과 마주한다. 바로 다른 우주선이다. 인간의 것 같지 않은 정체불명의 거대한 우주선이 라일랜드를 향해 요상한 신호들을 보내온다. 그로부터 영화는 인류와 마찬가지의 위기를 마주한 또 다른 지성을 가진 생명체, 에리디언과의 접촉을 흥미롭게 비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협력에 대한 이야기다. 위기에 직면한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마련한 마지막 기회가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그 시도의 결과로써 만난 존재가 에리디언 로키다. 인류의 대표자 라일랜드와 에리디언의 대표 로키는 서로의 절실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협력을 선택한다. 의심하고 경쟁하는 대신 돕고 이해하길 택한다. 지구상 가장 먼 두 종의 생명체가 우주란 낯선 공간에서 만나 서로에게 가장 절실한 존재가 된다. 그 명백한 차이보다도 쌀알 만한 공통점을 찾아나간다. 그리하여 혼자라면 결코 해낼 수 없는 대업을 완수해낸다.

영화는 동시에 희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인류와 문명의 차원에서도, 또 라일랜드란 개인의 층위에서도 희생을 주요하게 다룬다. 현재의 우주공간과 과거의 지구, 두 갈래로 펼쳐내는 이야기 모두에서 그렇다. 희생이 무엇인가. 나의 이익을 남을 위해 포기하는 일이다. 나 아닌 무엇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기도 하다. 개체로 태어난 인간이 자기의 이해를 넘어 다른 무엇을 위한다는 건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 소니 픽쳐스
희생하는 인간이 세상을 구한다

그러나 때로 그와 같은 선택이야말로 진정으로 인간이 나아갈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예수가 제 목숨이 아까워 형을 피하였다면 기독교는 오늘처럼 번성할 수 없었을 테다. 이순신 장군이 형이 두려워 어명을 따랐다면 조선은 더욱 빨리 패망의 길을 걸었으리라. 영화 속 주된 갈등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사실은 작품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한다.

2014년 작 < 22 점프 스트리트 >부터 함께 해온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는 앤디 위어의 원작을 충실하게 영상화했다. 특수효과를 적극 활용한 다채로운 작품에서 기획과 제작, 각본과 연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이들은 이미 탄탄한 이야기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오로지 기술로 구현가능한 범위에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출하는 게 목표였던 양, 통상적인 SF영화가 감행하게 마련인 도전적 영상연출을 철저히 통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결과로써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원작이 가진 장점을 충실히 살려낸다. 책이 영상으로 옮겨질 때 갖는 치명적 문제들을 피해간다.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이라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 소니 픽쳐스
그 당연하지 않음을 이뤄야만 한다

위기 앞에 인간들이, 또 온 국가가 협력하고 희생한다는 이야기는 오늘의 세계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더 분명한 감흥을 안긴다. 벌써 4년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또 국제법을 명백히 거스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또한 마찬가지다. 학살이 거듭되고 있는 수단 내전 또한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단 내전에서 러시아와 UAE, 이란 등 각국은 자국의 지정학적, 또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세력을 지원해 사실상 내전이 외국의 대리전 성격까지 띠게 됐다. 미얀마 내전 또한 5년째 종식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으로 무너진 힘의 균형이 크고 작은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북한과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국 또한 예외라 할 수 없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다양한 층위에서 인간이 다른 존재를 위해 저를 내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인류를 위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기꺼이 나아가는 우주인들이 그렇고, 국가들의 초국적 연대와 협력 또한 희생이 없다면 불가한 일이다.

그 모든 희생은 마땅한 것이 아니다. 당연하지 않다. 이익을, 본능을 억눌러 의로움을 향하는 고되고 버거운 선택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와 같은 일이 수없이 이뤄져왔음을 말한다. 나는 우리 세계가, 국가가,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 앞에서도 영화와 같은 일이 꼭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필히 절멸과 마주할 것이므로.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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