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 해'외침에 소화기 버리고 탈출"…불법 층죽 관련, 강제수사 검토

대전시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생산공장 1층 천장에서 최초 발화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전공업 직원 "기계 가동 확인 중 불꽃 튀어" 진술
22일 대전경찰청과 대전대덕소방서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가공라인에서 근무하는 데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소화기를 가지러 가던 중 불길이 급속히 확산했다"며 "다른 직원들이 '피해야 해'라고 소리쳐 그대로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불이 난 공장 1층에는 4개의 생산라인이 설치돼 있으며 공정 특성상 24시간 기계를 가동, 점심시간에도 라인별로 직원 1명이 남아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한다. 경찰은 직원이 목격한 천장 덕트가 최초 발화지점인지는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하게 밝혀낼 방침이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구조를 요청한 직원들로부터 “1층에서 시작한 불이 2~3층으로 올라온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과 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23일 오전으로 예정된 현장감식을 위해 22일 오전 11시 사고 현장을 점검했다. 감식반은 공장 붕괴 우려를 고려해 내부에는 진입하지 않고 외부를 둘러봤다. 점검에는 화재로 숨진 안전공업 직원 14명의 유족 대표 2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내부 사진촬영과 대피시설 여부 확인 등을 합동감식반에 요청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1일 조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유가족 참여를 결정했다.

대전경찰청 강재석 과학수사계장은 “오늘은 합동감식에 대비, 안전대책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와 감식방향을 논의했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전점검과 합동감식에 유족 2명이 참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소방·노동부 합동감식에 유족대표 참여
경찰은 직원 진술과 함께 기계 과열이나 전기적 요인, 화학물질 취급 부주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장 내부 폐쇄회로TV(CCTV)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공장 외부를 촬영하는 CCTV를 확보, 분석에 들어갔다. 대덕소방서는 지난달 2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화재가 발생한 공장의 ‘위험물 안전관리법 위반’ 민원을 접수한 뒤 회사 측에 시정 조치를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14명 신원확인 속도…경찰, 화재 원인 규명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불법 증축이 확인된 건물 2~3층 사이 휴게공간(탈의실 및 휴게시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화재로 숨진 14명 가운데 9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된 곳이 휴게공간이다. 2010년 준공된 불이 난 건물은 2014년 2층 공장과 3층 주차장, 4층 옥외주차장이 새로 증축됐다. 소방 측은 증축과장에서 2~3층 사이 공간에 100평(330㎡) 규모의 휴게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곳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공간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휴게공간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월 사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 사고 때 9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된 2~3층 사이 휴게공간(불은 선). 이곳은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든 불법 시설로 확인됐다. [사진 대전시]](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2/joongang/20260322155148031iqad.jpg)
박경하 과장은 “해당 공장은 개인 건축물로 관공서에서 점검하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공장 증축과정에서도 인허가는 구청 직원이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건축사가 확인하고 감리도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공장 2~3층 사이 100평 규모 '휴게공간' 불법 증축
실제로 화재 초기 20여 명의 직원이 구조를 기다리거나 창문에서 추락한 곳도 불법으로 만든 헬스장과 휴게공간이었다. 당시 점심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은 갑자기 확산한 불을 피하기 위해 창문 쪽으로 피했다가 일부는 구조되고 일부는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가 3층(휴게공간) 창틀에 매달린 직원을 구조하기 위해 에어매트 설치를 시도했지만, 창문 쪽은 공간이 좁은 데다 지상에 화단이 설치돼 에어매트 대신 스티로폼을 깔았다고 한다. 구조를 기다리던 직원들이 스티로폼 위로 떨어지면서 골절상과 타박상 등 상처를 입었다.

안전공업 노조 "사측이 안전 경고·현장 요구 묵살"
노조는 3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운영위원회에서 회사 측에 환경시설과 집진시설 등 화재 위험이 높은 곳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화재 발생을 가상한 대피 훈련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안전공업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의 반복적인 안전 경고와 현장 요구를 묵살한 결과가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며 “회사 측에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원인 전면 공개,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김정재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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