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정권 우려 현실화"…이란, 첫 장거리 미사일 쐈다
이란이 3주차로 접어든 전쟁 국면에서 처음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하며 전장의 범위를 중동 밖으로 넓혔다. 이란군은 ‘눈에는 눈’ 원칙을 넘어선 강경 대응 방침을 경고했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부는 “미사일 우위”까지 선언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군은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섬의 미·영 합동기지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해당 미사일은 사거리 약 4000㎞급 코람샤르 계열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1발은 비행 중 고장이 났고 다른 1발은 미 해군의 요격 대응으로 목표를 빗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서 4000㎞급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이란은 국제사회의 경계 속에 2000㎞ 사거리 제한을 둬 왔다. 그러나 이번 발사로 이란이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이란이 기존 예상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미국과 유럽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럽까지 사정권에 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장거리 타격 능력 과시는 곧바로 강경 발언으로 이어졌다. 세예드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은 21일 늦은 밤 X(옛 트위터)에 “지금 이 순간부터 점령지 상공에서 이란군이 미사일 우위를 점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전술과 발사 체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며 “오늘 밤 점령지 남부 상공은 수 시간 동안 환하게 밝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추가 공세를 예고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란군 내부에서도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 공식화됐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22일 한 군 대변인을 인용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을 넘어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이 하나의 기반 시설을 공격하면 우리는 여러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며 “정유시설이나 가스시설을 공격하면 유사한 시설 여러 곳을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란 발전소 파괴 시 발전소를 다시 지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도 이날 X를 통해 “이란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중동의 핵심 에너지·석유 시설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걸프 지역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그는 쿠란 구절을 인용하며 종교적 정당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무장세력이 선전용으로 자주 사용하는 상징적 표현이다.
특히 IRGC는 X를 통해 “지금부터 우리는 단지 지역(중동)을 넘어선 대응을 고려한다”며 “핵 위협에 맞서 기술적·정치적 자산을 겨냥한 ‘레드 타겟 뱅크(공격 대상 목록)’를 가동하겠다. 48시간도 남지 않았다”고 수위를 높여 말했다. 공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본토와 유럽 등을 겨냥한 전방위 경고로 해석된다.
이 발언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48시간 이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은 주요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이스라엘도 이를 중동을 넘어선 위협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수십 개국이 위협 범위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 역시 즉각 반발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번 공격을 “이란의 무모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는 영국의 이익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영국 핵추진 공격잠수함 HMS 앤슨이 아라비아해에 전개됐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왔다.
이스라엘 본토 역습…후티 매복?

같은 날 이스라엘 남부의 또 다른 도시 아라드 역시 이란의 공습을 받아 최소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X에서 “매우 힘든 저녁”이라며 “모든 전선에서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22일 이란 국영프레스TV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을 겨냥한 보복 공격도 이뤄졌다. 벤구리온 공항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뒤 미군의 공중급유기가 이착륙하는 곳이다. 이란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 대부분은 아라시-1 등 기존 드론보다 파괴력이 강한 아라시-2였다”고 설명했다. 아라시-2는 사거리가 이스라엘 전역에 닿을 수 있는 2000㎞에 달하며 저비용 장시간 비행과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란군의 주장이다.

해상전선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활동을 강화하며 개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WSJ는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인근 미군 기지, 또는 홍해를 지나는 상선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고 전면 개입할 경우 홍해 항로까지 마비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홍해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대체 항로라는 점에서, 이곳까지 불안정해질 경우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송망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란은 ‘선별적 개방’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전쟁 이후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부 곡물·농산물 운반선의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소 10여 척 이상의 곡물선이 이란 항구를 드나든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국내 식량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안전 통행료’를 부과하는 입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국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의 통항은 허용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알리 무사비 국제해사기구(IMO) 이란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으며, 이란 정부와의 보안·안전 조율을 거치면 통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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