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그때도 씨네큐브, 지금도 씨네큐브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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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포스터 |
| ⓒ ㈜티캐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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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스틸 |
| ⓒ ㈜티캐스트 |
2000년 광화문에서 '고도'와 '모모', '제제' 또래 세 친구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취향의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유로 한 자리에서 만난다. 단짝이 된 그들은 어울려 다니며 관심사를 공유하고 우정을 쌓는다. 범상하지 않은 영화 취향을 형성한 세 사람은 죽이 척척 맞는다. 고도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동물 이야기> 속 침팬지 항목에 매료되고, 그에게서 이야기를 듣게 된 친구들과 함께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후로 25년이란 시간이 지나 고도는 영화감독이 된다. 그는 오래 마음에 담아두던 침팬지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다. 하지만 관객으로 붐비던 극장은 예전 같지 않고 작품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하다. 이유가 뭘까? 고도는 우연히 들어선 헌책방에서 예전에 홀린 듯 탐독하던 그 책을 다시 발견한다. 20대에 읽었던 침팬지 이야기는 과연 그가 기억하는 것과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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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스틸 |
| ⓒ ㈜티캐스트 |
해당 장면은 뒷산과 텃밭이 가득한 동네 곳곳을 배우들이 오지 탐험에 나서듯 호기심과 함께 신나게 뛰어다니는 대목이다. 청소년 배우들은 그저 평범한 또래들처럼 뭐든 소리를 질러대며 중력을 초월한 듯 우르르 몰려다니며 촬영에 임한다. 하지만 제법 괜찮은 분위기인 것 같은데 감독은 성에 차지 않은 듯하다. 계속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조금만 더 자연스럽게'를 주문한다.
아직 어린 배우들과 스태프까지 더불어 고민에 빠진다. 과연 자연스러운 연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만 구현할 수 있을까? 정작 만족하지 못하는 감독도 정답을 알진 못하는 것 같다. 촬영은 기약 없이 늘어지고 그 역시 고민에 빠진다. 빠듯한 촬영 현장에서 시간은 무한정 제공될 수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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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스틸 |
| ⓒ ㈜티캐스트 |
영화가 우연히 들어선 극장의 풍경은 어떻게 그려질까? 극장 매니저는 출근하자마자 하루의 일과를 준비한다. 이것저것 점검하자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매표와 안내는 물론,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다. 청소와 관리를 맡은 직원, 어두운 영사실을 지키는 기사 역시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분주하게 일상을 영위하며 관객을 맞는다.
극장을 찾는 관객은 천차만별이다. 예술영화관을 찾는 다양한 군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극장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목격했을, 어쩌면 본인이 주역일지도 모를 에피소드 소재가 즐비하게 등장한다. 누군가는 뜨끔한 실수, 혹은 착오의 순간이 익살스럽게 묘사된다. 엄숙하고 고아한 수행보단, 바쁜 생업 중간에 용케 시간 내어 방문하고 관람 후엔 정다운 이들과 외식 한 번 치르는 일상의 공간으로 극장이 형상화한다.
3인 3색 조합이 극장과 영화에 관해 말하려는 것
3편의 조합은 울퉁불퉁하다. 어떤 작품엔 극장이 단 1초도 등장하지 않고, 어떤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어떤 작품은 분위기 위주로 구성되어 볼 때는 모르겠는데 끝나고 나면 아리송하기도 하다. 이 셋의 조합이 과연 최적인지 갸우뚱거릴 이도 충분히 나올 법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옴니버스 조합이라도 서로를 엮어주는 아교풀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진 않는 편. 그렇다면 <극장의 시간들>을 구성하는 조합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가.
<침팬지>는 회고적인 시각에서 영화를 다룬다. 한국에서 오랜 검열 속에 넓지 않던 영화 선택지가 봇물 터지듯 광대역 확장하던 시절, 대중문화 다양성이 범람하던 시기의 수혜를 듬뿍 누리던 세대의 추억이 가득하다. 또래 세 친구는 그저 유별난 영화 취향으로 만나 우정과 꿈을 나눈다. 하지만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셋 중 홀로 남은 감독은 산업화한 질서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예전의 꿈을 어떻게든 이어가려 한다. 그 시절 기억이 사실은 허점투성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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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스틸 |
| ⓒ ㈜티캐스트 |
지금 우리에게 극장과 영화가 갖는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
씨네큐브라는 개별 극장의 25주년 기념을 넘어 이 옴니버스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극장과 영화가 처한 '위기'라 불리기에 모자람 없는 처지를 근심하며 응원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예전처럼 극장으로 모이지 않는 과거의 관객을 추억하고, 무엇이 문제일까 염려하며 원인을 추적하되, 그래도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유의미하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주제가 형상화한다. 그런 소망과 염원을 지나치게 도식화하거나 계몽적이지 않게 풀어내고자 한 진심이 확고하게 각인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2026년의 관객에게 올곧게 다가가기엔 한방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접근하기보단, 40대 중후반을 다들 넘어선 감독들의 회고록, 혹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행위에 대한 '간증'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톤&매너가 뚜렷하다. 이 불균질한 감각은 뭘까? 예전에 청춘과 함께했던 특별한 영화들, 뜻밖의 인연들에 관한 소환은 어쩌면 그 당시에만 가능하던 체험인 탓이다. 시행착오와 우연히 형성된 조건이 기적적으로 맞아떨어진 시대를 회고한다 해서 '어게인'은 힘들다. '천만 영화'가 부활한다고 작금 불황이 순식간에 타개될 리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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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의 시간들> 스틸 |
| ⓒ ㈜티캐스트 |
<작품정보>
극장의 시간들
TIME OF CINEMA
2025|한국|시네 앤솔로지
2026.03.18. 개봉|94분|전체관람가
감독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출연 [침팬지] 김대명, 원슈타인, 이수경, 홍사빈
[자연스럽게] 고아성
[영화의 시간] 양말복, 장혜진, 김연교, 권해효, 이주원, 문상훈
[프롤로그&에필로그] 홍성희, 심해인
제공/제작/배급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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