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속 많은 검사는 왜 복수의 대상이 될까
[성하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이 폭격으로 시작된 이란 침공 전쟁에서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 모두 복수를 강조하고 있다. 공격을 당한 쪽은 복수를 위해 반격을 강조하고 있고, 먼저 공격을 개시한 쪽은 상대의 반격으로 인해 희생자가 생겼다며 복수를 외치고 있다.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셈이다.
현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복수는 매우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인 갈등이나 국가 간 대립, 사적인 감정 등에 빼놓을 수 없이 작용한다. 한국영화도 다르지 않아서 역시 적지 않은 영화들이 복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역사적, 개인적 상처와 원한을 복수를 통한 해소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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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률 영화평론가의 저서 <한국영화가 꿈꾼 복수들> |
| ⓒ 마인드빌딩 |
<한국영화가 꿈꾼 복수들> 따르면 복수를 다룬 영화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강성률 교수는 한국영화에 담긴 복수를 ▲사회와 정치 ▲개인과 가족 ▲장르와 캐릭터 등 3가지의 큰 범주로 구분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역사로 인해 한국영화에서 항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바탕에는 복수가 깊게 깔려 있다. <암살>(2015)이나 <밀정>(2016), <리멤버>(2022) 등은 친일 세력을 응징하는 민족적 복수를 다루고 있다. 실제적인 사건을 곁들여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누적된 응어리를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통쾌하게 복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1980년 5월 광주도 복수의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다. 조근현 감독의 <26년>(2012)과 고 안성기 배우가 열연했던 이정국 감독 <아들의 이름으로>(2021)는 학살 책임자들에 대한 응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복수가 영화 속 주된 정서다. 현실 속에서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책임을 영화를 통해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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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력과 밀착한 부패 검찰을 표사한 <야당>의 한 장면 |
|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
저자는 이를 '검사에 대한 복수를 현실적으로는 보기 어렵기 때문에 영화가 대중의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 준다'면서 이렇게 분석한다.
검사를 다룬 대중 영화에서 검사들이 선한 인물이 아니라 악한 인물로 그려지고 그에게 복수하고 응징하는 스토리가 지금 우리 시대 대중들이 지닌 시대적 집단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검사는 정의로운 검사가 아니다. 노무현의 죽음을 보면서 대중들은 이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고, 윤석열을 보면서는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윤석열이 내란으로 권좌에서 내려오고 그에게 동조하며 커밍아웃한 숱한 검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중영화는 검사들을 더욱 부정적으로 그릴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영화 속 검사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 조직이 이미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이것이 대중들이 의식하고 있는 검사의 이미지다.
사랑했던 남녀가 서로에게 가하는 복수의 차이
복수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에서는 외국영화와 다르게 주로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점들도 있다. 우선 경찰의 무기력이다. 검찰과는 다르게 경찰은 복수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사적 복수의 방해물로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영화에서 경찰이 이렇게 다뤄지는 이유는 대중의 마음속에 경찰이 검사나 판사처럼 힘이 막강해 복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에게 민중의 지팡이로 친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아버지 역시도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자녀의 복수를 주로 어머니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봉건사회에서 근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아버지의 존재가 현저하게 약화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부모의 복수는 아들 딸 모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나온다. 장준환 감독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2), 곽경택·안권택 감독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역할 역시 전통적으로 피해자에서 여전사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1>(2018) <마녀2>(2022) 연작과 <낙원의 밤>(2021), 김진민 감독 <마이 네임>(2021)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병길 감독 <악녀>(2017)와 이충현 감독 <발레리나>(2023)처럼 '여성 액션 영화'의 등장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사랑했던 남녀가 서로에게 복수하는 영화에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정지우 감독 <해피엔드>(1999)와 <은교>(2012)에서 볼 수 있듯 남성은 여성을 직접적으로 죽이려고 한다. 반면 여성의 복수는 <마담 뺑덕>(2014) <유리정원>(2017) <히든 페이스>(2024) 등에서 그려지듯 남성을 곁에 두려는 식이다. 저자는 더 분석을 해봐야 한다는 전제를 두면서도 '여성의 포용을 집착의 다른 면'이라고 해석한다.
빈부격차나 계층 간의 차이도 복수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천만 영화 <베테랑>이나 <하녀> 등은 지배층에 대한 통렬한 복수를 담고 있다. 마동석 배우가 주연한 액션영화의 흥행도 복수라는 관점을 떼어 놓을 수 없다. 통쾌한 주먹 한 방으로 복수하는 영화에 관객들이 열광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누적된 감정이 크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한국영화가 꿈꾼 복수들>은 2000년대 이후 개봉한 영화 가운데, 복수를 다룬 영화 100여 편을 정밀하게 구분해 영화를 통해 그려지는 복수의 다양한 모습을 깊이 있게 정리해 준다. 한국영화에서 주로 강조되는 복수의 특징을 날카로운 시선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복수를 다룬 영화가 적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불신이 많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복수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사회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누가 선인이고 악인인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을 영화를 통해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 저자는 복수의 복수가 이어지는 끝없는 악순환을 경계한다. 복수를 다룬 영화들이 잔혹한 폭력을 전면에 제시하는 것은 복수의 통쾌함이나 정당성이 아닌 잔혹함과 악마성이라는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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