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또 죽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 그렇게 어렵나요?

이정환 2026. 3. 21. 19: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 김만덕] 인도 대법원 생리휴가 청원 기각...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한다?

[이정환, 이주연 기자]

[여성과 인권] "스토킹은 일상과 가정을 파괴하는 악질적 범죄"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부천원미경찰서를 방문했습니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진행되고 있는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보도에 따르면 유 직무대행은 현장에서 이런 발언들을 했습니다.

"관계성 범죄로 인한 추가적인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익숙합니다. 교제살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죠. "관계부처와 협의해 신속히 제도 및 입법 보완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발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으로는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
ⓒ 연합뉴스
피해자보호명령제 도입의 필요성도 그래서 여러 번 대두됐습니다. 피해자가 경찰 또는 검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접근금지 등 보호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제도는, 2021년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부터 나왔던 주제입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정부가 피해자보호명령제를 포함한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도입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측은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과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출석한 법원행정처 차장은 "스토킹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피해자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바로 보호명령을 발동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가 판사한테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심리에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말은 스토킹 범죄 자체에 대한 법원의 이해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스토킹 사건 자체가 결별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한 집'에 살지 않아도 피해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그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경찰이나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함께 하자는 것이 피해자보호명령제의 골자입니다.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구축하자는 것이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이 날 했던 말, 제발 법원이 곱씹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또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헤어지지 못하고 스토킹을 당하는 상황은 언제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온한 일상과 감정을 파괴하는 악질적 범죄다."

[여성과 세계] 인도 대법원 생리휴가 청원 기각...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한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 13일, 생리 휴가 제도를 의무화하는 청원(Public Interest Litigation, 공익 소송 형태)을 기각했습니다.
ⓒ 챗GPT로 이주연 생성
인도 대법원은 지난 13일, 생리 휴가 제도를 의무화하는 청원(Public Interest Litigation, 공익 소송 형태)을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생리 휴가 의무화 시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여성의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며 기각의 이유를 밝혔는데요.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은 공포심을 조장하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며, 월경을 여성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자발적인 건(생리 휴가 도입은) 훌륭한 일이지만 법으로 의무화하는 순간, 아무도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의 경력은 끝날 것이고, (여성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수크리트 차우한은 BBC 인터뷰에서 "직장 내 존엄성·성평등·안전한 작업 환경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생리 휴가를 거부하는 것은 여성을 불편하고 품위 없거나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 내몰아 이러한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생리 휴가를 제공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할 뿐만 아니라 직장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한다"라고 반발했습니다.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생리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유급 생리휴가를 도입한 상황인데요. 향후 인도 내에서 어떤 여론이 주를 이룰지 주목됩니다.

[여성과 정치] 다시 불붙은 여성 가산점 논쟁... 왜 소모적인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해묵은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먼저 국민의힘 쪽입니다. 김민전 의원은 18일 SNS를 통해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에 있어서 여성이나 정치 신인을 배려하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라며 "광역단체장 후보는 오로지 경쟁력이 공천의 기준이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충북도지사 공천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여성 가산점을 부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되자, 이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더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이죠.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경상북도지사 예비경선 결과 개표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더 뜨겁습니다.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추미애 의원(예비후보)에게 적용되는 '여성 가산점 10%'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쟁자 한준호 의원(예비후보)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가산점이란 제도는 약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며 "당내 6선이고 전 당 대표, 현 법사위원장이자 상임고문"이란 점을 들어 추 예비후보가 가산점을 포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가산점 거부를 선언한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추 의원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 경선에서 특혜를 받을 생각이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왜 여성 정치인 가산점이 꽤 오랫동안, 그것도 개인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선택 차원의 논쟁으로 반복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봐야 하는 걸까요. 유럽과 비교하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독일, 영국에서 벌어지는 여성정치인 '할당제' 논란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그 차이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점 논쟁이지만, 이들 나라는 '자리 논쟁'입니다. 여성 정치인에게 얼마나 더 자리를 줘야 하느냐, 그리고 그걸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느냐가 골자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는 다양성 존중입니다. 그래서 논쟁의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누가 더 몇 점을 받느냐'는 논쟁은 제도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얼마만큼의 자리가 최소한의 선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성과 경제] 전국에 159개나 있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아시나요?

'새일센터'라고 들어보셨나요. 공식명칭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인 이곳은,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여성 및 미취업 여성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전국에만 159개 센터가 있다고 하네요.

성평등가족부는,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경력단절예방 주간'을 운영하며 새일센터에서 진행 중인 직업교육훈련(총 744개)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는데요. 성평등부는 "특히 올해는 지역 인구구조와 산업 특성, 일자리 규모 등을 반영해 지방정부가 직접 새일센터 및 일자리 연구기관과 협업하는 '지역핵심산업' 과정을 새롭게 도입한다"라며 "고부가가치 과정 103개, 지역핵심산업 과정 52개, 기업맞춤형 과정 152개, 전문기술 과정 92개, 창업 과정 57개, 일반훈련 과정 288개 등이 훈련에 선정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새일센터를 통해 16.5만 명이 취·창업에 성공(2024년 기준)했다고 합니다. 성평등부는 "현재 산업환경 및 노동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인공지능(AI) 활용 과정 확대, 지역 기업이 직접 참여한 현장맞춤형 교육 설계 등을 통해 평균 취업률 70%가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 직업교육훈련 비용이 얼마일까요? 무료입니다. 경력 보유 여성뿐 아니라 직무 전환이 필요한 재직 여성도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훈련 과정을 수료하면 참여촉진수당을 최대 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수료 이후에도 취업상담, 일경험(인턴십), 취업연계 등의 사후 관리도 함께 제공된다고 하니 내게 맞는 교육이 어떤 게 있을지 찾아보면 좋을 거 같네요. 전국 새일센터 대표전화(1544-1199) 및 새일센터 누리집(saeil.mogef.go.kr)을 통해 훈련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