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안 찌는 체질" KIA 스무살 내야수, 달걀·바나나로 8kg 불리고 잠실 담장 넘겼다..."할 수 있는 것 다 보여줘" [잠실 인터뷰]

배지헌 기자 2026. 3. 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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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현창, 두산전 시범경기 우중월 3점포…1군 경기 첫 홈런
-번트 파울·버스터 헛스윙 후 역전 스리런…KIA 4연패 탈출
-비시즌 달걀·바나나 갈아 마시며 7~8kg 증량, 이범호 "칭찬할 수밖에"
KIA 타이거즈 내야수 정현창(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타구가 잠실 담장을 완전히 넘어간 뒤에야 홈런 트롯이 시작됐다. 정현창은 2루 베이스를 돌 때까지도 자신이 때린 홈런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3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정현창이 타석에 들어섰다. 벤치의 첫 지시는 번트. 그러나 초구는 파울이 됐다. 이어진 2구째 버스터 사인마저 헛스윙에 그쳤다. 순식간에 볼카운트는 0-2가 됐다. 작전 수행에 실패한 9번 타자로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두산 선발 최승용의 145km/h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정현창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배럴에 정확히 맞은 공은 125m를 날아가 잠실 우중간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현창은 "작전에 실패한 뒤 어떻게든 주자를 진루시키자는 생각뿐이었다"며 "공 보고 휘둘렀는데 넘어갈 줄은 정말 몰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홈런을 날린 정현창(사진=KIA)

고교 3년간 홈런 2개였는데...시범경기 잠실에서 홈런을

부산공고 시절 3년 동안 기록한 홈런이 단 두 개뿐이었던 정현창이다. 지난해 3월 21일 퓨처스리그에서 프로 입단 첫 손맛을 본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터진 두 번째 아치가 1군 경기에서, 그것도 잠실야구장에서 나왔다. 이날 정현창의 3점포를 신호탄으로 타선이 폭발한 KIA는 11대 6 대승을 거두며 시범경기 4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어쩌다 운 좋게 넘어간 홈런이라고 할 게 아니다. 정현창은 KIA 합류 이후 맞이한 첫 비시즌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냈다. 부족한 힘을 기르기 위해 근육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원래 정현창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지금은 두산으로 이적한 KIA 프랜차이즈 유격수 박찬호의 데뷔 초가 딱 그랬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 직후 쟀을 때 몸무게는 70kg에 불과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현창은 트레이닝 코치와 머리를 맞대고 식단을 짰다. 매일 삶은 달걀과 바나나를 갈아 마시고 단백질 보충제도 거르지 않았다. 정현창은 "먹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살이 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비시즌 동안 7~8kg을 불린 덕분에 지금은 몸무게가 77~78kg를 오르내린다. 이제 목표치는 82kg이다.

몸만 바뀐 게 아니다. 타격 메커니즘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다리를 끄는 타격폼이었지만, 이범호 감독의 조언에 따라 레그킥을 시도했다.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중심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고, 임팩트 때 힘을 모으기도 쉬워졌다. 정현창은 "감독님과 상의하며 바꿨는데 느낌도 괜찮고 결과도 잘 나오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KIA 합류 당시부터 칭찬받았던 수비력은 여전하다. 이날도 5회말 유격수 방향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 처리했다. 정현창은 "처음엔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잡을 줄 알았는데, 잡지 못할 것 같아 끝까지 달려가서 잡았다"며 웃어 보였다.

이범호 감독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정현창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경기"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현창에게 타격 능력 강화를 주문했던 이 감독으로선 이날 홈런 포함 2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한 활약이 더없이 만족스러웠을 게다. 
홈을 밟는 정현창(사진=KIA)

KIA의 3대 3 트레이드, 정현창이 성공으로 이끈다

KIA가 정현창을 데려온 건 지난해 7월 NC와의 3대3 트레이드를 통해서였다. 주전급 외야수 최원준·이우성과 내야수 홍종표를 내주고, 불펜 투수 김시훈·한재승과 함께 정현창을 데려왔다. 갓 프로에 입단한 고졸 내야수였지만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고 장래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판단이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현재 KIA 내야 백업 경쟁은 치열하다. 정현창 외에도 박민, 윤도현, 김규성 등 만만찮은 자원들이 버티고 있다. 특히 시범경기 타율 0.414를 기록 중인 박민은 강력한 경쟁자다. 이날 홈런 2방을 친 윤도현의 존재감도 무시 못한다. 정현창은 "방망이까지 잘 치는 박민 형을 보면 너무 부럽다"면서도 "감독님 말씀대로 결과보다 자세에 집중하며 제 페이스를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개막 로스터 생존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지만, 오늘 잠실에서 정현창이 보여준 건 그 이상이었다. 아직은 홈런을 치고도 담장을 넘어가는 공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할 만큼 홈런이 낯설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노력과 성장세라면, 언젠가는 스윙 직후 자신 있게 '빠던'하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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