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광화문 공연, 전쟁의 시대 넘어 평화를 꿈꾸다
[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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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 설치와 장비 점검 등 공연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 ⓒ 유성호 |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는 눈부신 기술과 풍요를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불안과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멈추지 않고, 강대국 간의 긴장은 언제든 전면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불안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인간은 달에 가고 인공지능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파괴하고 있다.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과연 문화와 예술, 특히 음악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냉정하게 말하면 음악은 전쟁을 멈추게 할 직접적인 힘을 가지지 않는다. 전쟁은 정치와 경제, 군사 전략의 결과이며, 그 결정은 권력의 중심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언제나 거대한 변화의 밑바닥에는 감정의 흐름이 있었다. 분노와 공포, 그리고 연대와 공감이 쌓여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음악은 바로 그 감정의 흐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상처 입은 청춘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왔다.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을 파괴하기보다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그 메시지는 이미 평화를 향한 윤리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음악은 사람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때로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러난다. 한 곡의 노래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렇게 이어진 변화가 결국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진다. 음악은 느리지만 깊게 스며드는 힘이다. 전쟁을 끝내는 것은 결국 인간이며, 인간의 선택을 바꾸는 것은 이성과 더불어 감정이다. 그렇기에 음악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
2. 광화문,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상징의 공간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도시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촛불을 들고 정의를 요구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을 채웠다. 광화문은 언제나 권력과 시민,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상징적 무대였다.
이러한 공간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역사적 기억 위에 새로운 메시지를 덧입히는 행위이며, 과행와 현재의 희망을 연결하는 상징적 사건이 된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시대를 향한 발언이 된다.
특히 광화문이라는 공간은 '목소리'의 장소다.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연대를 형성하며, 더 나은 사회를 요구해온 공간이다. 그런 장소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자연스럽게 공적 의미를 띠게 된다. 그것은 개인의 감정을 넘어 공동체의 감정으로 확장되며, 더 넓은 사회적 메시지로 번져간다.
만약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 광장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경험이 될 것이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그 경험은 짧지만 강렬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상징을 통해 움직여 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그 현장을 채웠다. 억압의 상징이었던 공간이 자유의 공간으로 바뀌는 데에는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했다. 광화문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평화와 연대를 향한 상징적 선언이 될 수 있다.
3. 노래에서 시작되는 평화, 작은 가능성의 확장
우리는 종종 평화를 거대한 정치적 합의나 국제 협상의 결과로만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평화는 그 이전에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타인을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전쟁은 시작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순간 평화의 가능성은 열린다. 그렇기에 평화는 제도 이전에 감정의 문제이며, 인식의 문제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갖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노래는 특정 국가나 이념에 묶여 있지 않다. 오히려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다루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보편성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광화문에서의 공연이 갖는 의미도 이와 연결된다. 만약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단순히 관객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공감하는 공동체로 변화한다면, 그것은 이미 작은 평화의 실현이다. 그 경험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는 더 관용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누군가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공연이 세계의 전쟁을 끝내지는 못한다. 국제정치는 여전히 냉혹한 현실 위에서 움직이며, 이해관계의 충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단단해 보이는 구조도 작은 틈이 반복되면 결국 무너진다.
음악은 그 틈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잠시 벗어나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상상력은 현실을 바꾸는 첫 번째 단계다. 우리가 평화를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질 노래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서로를 향한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소가 아니라 희망이며, 절망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그날, 우리는 단순히 한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모여, 언젠가는 진정한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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