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남편이 캔 손가락만 한 당근, 주스로 되살렸다

정현순 2026. 3. 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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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펼쳐보니 어른 손가락만 한 것만 남아있었다.

재료는 손가락만 한 당근 전부, 작은 사과 2개.

남편이 시험 삼아 조그만 땅에 당근도 심었다면서 작년 겨울에 캐온 당근을 버리지 않고 모두 다 먹어서 나도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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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리고 앉아 하나 하나 캤을 남편 생각에 버리지 못했어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현순 기자]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운동을 갔다가 왔더니 배가 고팠다. 점심밥을 조금 많이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한 것이 눕고만 싶었다. 이젠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잠시 소파에 누우니 잠이 올 것 같아 벌떡 일어났다. 밥 먹고 바로 자면 그것이 다 살로 간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커피를 한잔 마실까 하다가 냉장고에 뭐가 있나 확인해보니 신문지로 둘둘 말아놓은 무언가가 보였다.
▲ 작은 사과와 작은 당근 작은 사과와 작은 당근을 주스 만들기 쉽게 잘라놓았다.
ⓒ 정현순
그건 남편이 작년 겨울에 캐온 당근이었다. 펼쳐보니 어른 손가락만 한 것만 남아있었다. 굵고 좋은 것은 모두 나누어주고 어른 손가락만 한 것만 남겨놓았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땐 좋은 것을 나누고 작고 못난 것은 농사지은 사람 몫(설사 상대가 자식이라도)이란 것을 남편이 농사지은 후부터는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여기저기에 조금씩 넣어 먹다가 남은 것이다. 지금 안 먹으면 버려야 할 것 같기에 주스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집에 마침 작은 사과 몇 개가 있어 그것과 함께.

재료는 손가락만 한 당근 전부, 작은 사과 2개. 조금 잘게 잘라 믹서기에 넣고 갈기만 하면 끝이다.
▲ 주서기에 넣고 갈기 당근과 사과를 작게 잘라 주서기에 갈기
ⓒ 정현순
마침 남편이 들어왔다. "무슨 소리가 요란하네" 하며 주방으로 온다. "어 이게 아직도 남아있었네" "아주 작아서 남겨놓았는데 아직 멀쩡해서 주스 갈고 있어. 잠깐 기다려" 잠깐 사이에 주스가 완성되었다. 남편에게 맛을 보라고 한 잔 주었다.
▲ 완성된 당근사과 주스 시원하고 달달한 당근 사과주스
ⓒ 정현순
남편은"여기에 꿀을 넣었나? 설탕을 넣었나? 정말 달고 맛있네." 단 것을 좋아하는 남편의 반응이다. 난 "그 정도로 달아? 집에서 만드는 주스에 그런 것을 왜 넣어. 당신이 농사지은 당근이 아주 달잖아", "달긴 달았지. 누구 말대로 숙성됐나? 그런데 진짜 알뜰히 먹는다." 했다.

나도 뒤늦게 맛을 보니 정말 시원하면서 달았다.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은 그야말로 천연의 맛 그대로였다. 노곤함이 달아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편은 "한잔 더 마실 수 있나?" 했고, 난 "잘됐네. 조금 더 남았는데 다 마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I에게 당근 사과주스의 좋은 점을 물어보았다.

당근과 사과는 맛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피로 회복은 물론 눈의 건강과 면역력 강화, 피부미용과 항산화작용, 혈관 건강 및 해독 작용, 장건강과 변비 예방, 천연해독제, 영양의 상호보충 등이있다고 한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괜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남편이 시험 삼아 조그만 땅에 당근도 심었다면서 작년 겨울에 캐온 당근을 버리지 않고 모두 다 먹어서 나도 홀가분하다. 나누어 주고 남은 당근이 너무 작아 먹다가 버릴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쪼그리고 앉아서 작은 것도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캤을 남편의 모습이 생각났다. 버릴 수가 없었다. 나름 잘 보관했는지 멀쩡했다.

눈도 밝아지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김에 봄을 느껴보러 아파트 둘레길을 걸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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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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