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탈옥한 김구, 50여 일 은신했던 마을에서 한 일
[김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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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 성지 무거운 이름에 비해 시설은 단출했다. |
| ⓒ 김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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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유전 선생 기념비 강산제 비조다. 말년이 빈곤했고, 그 무덤조차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
| ⓒ 김재근 |
선친께서 좋아하셨던 보성소리다. 강산제라고도 하는데, 서편제의 애절함에 동편제의 웅장함을 더했다. 그 비조(鼻祖, 어떤 학문·기술을 처음으로 연 사람)가 박유전이다. 출생지는 순창이나 이곳 강산마을에서 자라고 명성을 얻었다 하여 강산제라고도 하고, 흥선대원군이 그의 소리를 듣고 "네가 바로 천하 제일강산(天下 第一江山)이다"라고 극찬한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정응민이 꽃피우고, 조상현·성창순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그 맥을 이었다.
성창순 국창 추모비 앞에서, 문득 소리에 맞추어 무릎장단을 치시던 선친이 그리웠다. 박유전은 말년이 빈곤했고, 그 무덤조차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성지를 나오는 발걸음에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소리꾼들이 쏟아냈을 땀과 눈물이 무겁게 얹혔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상설 공연이 있다는 펼침막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차나무에 새순이 피어나면 이곳을 찾는 이가 늘어날까.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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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자 멀칭 비닐 회천면 일대가 감자 주산지인가 보다. |
| ⓒ 김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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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득량역 추억의 거리 역전 슈퍼다. 이곳을 포함하여 세 곳이 가게 문을 열었다. |
| ⓒ 김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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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화차 통들깨, 대추, 견과류 사이로 우아하게 뜬 선명한 달걀노른자. 50년 세월이 담겨 있었다. |
| ⓒ 김재근 |
다방에서 듣기로, 뜻밖의 인물이 득량의 너른 품과 인연을 맺었다. 멀지 않은 쇠실마을에 백범 김구 선생 은거 기념관이 있었다. 밖에서 잘 보이지 않고 들어가는 길도 휘어지고 좁았다. 안으로 들어서니 항아리처럼 오목한 동네였다. 아늑했다. 숨어 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성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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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화정 마을 뒤쪽 경사지에 계단과 기단을 높게 쌓고, ㄱ자 형태로 누마루를 갖추었다. 사랑채 같다. 설계자의 안목이 돋보이는 집이다. |
| ⓒ 김재근 |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집구경이다. 그 지역의 인문과 지리와 문화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유럽 도시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성당도, 한양 도성 구경에서 궁궐도, 비싼 값을 내고 찾는 멋진 카페도, 따지고 보면 다 집구경이다. 닫힌 문 앞에서 지붕만 보고 돌아서는 마음이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시는 심정이랄까.
아쉬움을 열화정(悅話亭)에서 달랬다. 이진래의 고조인 이진만(李鎭晩)이 세운 정자다. 마을 뒤쪽 경사지에 계단과 기단을 높게 쌓고, ㄱ자 형태로 누마루를 갖추었다. 사랑채 같다. 앞과 좌측은 언덕이 가로막았고, 우측은 마을 사이로 좁게 시야가 트였다. 시야가 트인 쪽은 담장을 낮게 둘러 시선을 멀리 이끌었고, 막힌 쪽은 담장 없이 연못을 두어, 앞쪽 언덕을 마당으로 끌어들인 듯한 효과를 내어 답답함을 없앴다. 설계자의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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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규홍 동상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은 그에게서 유래했다. |
| ⓒ 김재근 |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는 말은 안 의병장 때문에 나왔다. 장터에서 일본 헌병이 조선인에게 횡포를 부리는 걸 보고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몇 대 쳤더니 쭉 뻗어버리더란다. 그의 기개를 상징한 듯 불끈 주먹을 쥔 동상이 강렬했다.
곧바로 향한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건축가 김원이 지은 이 문학관은 소설이 땅속에 묻혔던 진실을 길어 올렸듯 산자락을 파내어 세웠다. 1만 6500장의 육필 원고가 압도적이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필사했다는 원고지 더미는 경외심마저 일었다. 작가의 손때 묻은 취재 수첩과 카메라를 보며, 문학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이바지해야 하는지 새삼 되새긴다.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 답사
| ▲ 조정래 얼굴상 음각으로 조각된 모습이 양각으로 보이며, 움직이는 듯도 했다. ⓒ 김재근 |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 답사에 나섰다. 문학관 바로 앞에는 현 부자네 집과 무당 소화네 집이 있다. 중도방죽과 철다리와 김범우집과 홍교를 지나 '태백산맥 문학 거리' 앞에 차를 세웠다. 거리는 현대와 과거가 공존했다. 술도가와 보성여관과 금융조합 등 소설 속 공간이 펼쳐졌다.
거리의 끝에서 만난 조정래 얼굴 조각상. 음각으로 조각된 모습이 양각으로 보이며, 움직이는 듯도 했다. 이용덕이 창안한 역상(逆像) 조각 기법이란다. 그 요술 같은 모습에 가까이 또는 멀리, 좌로 또는 우로 오가며 마법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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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벌교살아요! 이 한마디가 벌교를 아니 보성을 잘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
| ⓒ 김재근 |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다리 아래서 바다오리들이 갯바닥을 뒤지며 저녁 만찬을 즐긴다. 하나둘 불빛이 켜지는 다리 위에서 오랫동안 바다오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어쩌면 이런 게 여행일지도 몰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매일신문에도 실립니다.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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