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초고층 아파트 앞에 지어야 하나"…GTX 변전소 두고 주민들 분통

백민정 2026. 3. 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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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롯데캐슬 스카이-L65’ 아파트 입주민이 GTX-C노선 변전소 부지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아파트입주민대표회

“고압 변전소를 꼭 초고층 아파트 앞에 지어야 합니까? 주민 안전과 건강이 담보 되지 않는 한 계속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의 변전소 입지를 두고 주민과 정부 간 갈등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GTX-C노선 변전소 예정지인 서울 청량리역 철도부지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거주 중인 A씨는 16일 “정부가 민감시설을 설치하면서 주민과 충분한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토교통부와 GTX-C노선 민간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23년 변전소 부지로 청량리역 내 한국철도공사 테니스장부지를 선정하고 변전소를 지하화해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같은 해 해당 부지 건너편에 위치한 동대문구 청량리동 ‘롯데캐슬 스카이-L65’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1425가구 대단지로 최고 층수가 65층(230m)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이 아파트의 입주민대표회장 황모씨는 “정부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입주 시기여서 참석한 주민은 손에 꼽는다”며 “변전소나 전자파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이 대다수였고, 우리도 대응해가며 전자파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변전소는 GTX-C노선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다. 문제는 고압 전압을 열차 전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이를 우려한다. 황씨는 “변전소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동과 직선거리는 불과 18m로, 길 하나 건너 거리”라며 “단지 내 국공립어린이집과도 48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이 크다”고 전했다.

GTX-C노선 변전소와 아파트 간 이격거리. 아파트입주민대표회 제공


그는 “변전소 화재라도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커질 수 있는데,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앞에 변전소를 설치하겠다는 정부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지금이라도 대안 부지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대문구청도 국토부에 변전소 부지 이전을 요청 중이다.

국토부와 사업시행자는 관련 법령과 관계부처 권고 사항을 준수해 부지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GTX-C노선 사업시행자는 송전선로는 지중화하고, 변전소는 지하 4층에 설치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변압기가 설치되는 층 천정부는 지하 약 17m에 위치하고, 아파트 외벽과 거리는 약 46m로 설계했다”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자파 영향이 기후부 권고 기준인 0.4마이크로테슬라(μT) 이내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우려가 지속되자 2024년 6월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에 설치된 매헌변전소에서 전자파를 측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GTX-C노선 변전소와 설비 및 운영방식이 동일하다. 당시 측정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서는 0.2μT, 지상(25m 상부)에서는 0.04μT로 낮아졌다. 또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헤어드라이기(16μT)와 전자레인지(38μT)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송전선로 전자파와 헤어드라이기 전자파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며 “헤어드라이기와 전자레인지를 하루 온종일 사용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네덜란드·스위스 등 해외에서는 학교 등 주거지역에선 전자파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GTX-C노선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 경로와 변전소 예정지. 아파트입주민대표회 제공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다. 대안 부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옮길 수 있지만, 도심을 통과하는 열차 특성상 변전소도 어디든 도심에 설치할 수밖에 없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부지는 사업시행자가 여러 도심 부지를 검토한 후 제안한 곳”이라며 “주민 안전을 고려해 송전선로 지중화, 변전소 지하화를 결정한 점 등을 설명하고, 계속 소통해 주민 우려사항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GTX-C노선 준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2024년 착공을 시작해 28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공사비 인상 문제로 정부와 사업시행자 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준공 시점이 2030년으로 미뤄졌다. 이르면 이달 소송 결과가 나오면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착공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변전소 갈등으로 준공 시기가 또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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