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 구속 왜 저래?" "걱정하는 이유 모르겠어요"...KT 마무리 걱정이 세상 쓸데없는 걱정인 이유

배지헌 기자 2026. 3. 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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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후 첫 시범경기, 최고 147km/h…"구속 우려? 작년보다 잘 나왔다"
-WBC에서 마차도·카미네로·로드리게스 상대…"위압감 없었다"
-목표는 36세이브·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
KT 마무리투수 박영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수원]

"그런데, 박영현은 구속이 왜 저래요?"

2026 WBC 기간, 한 야구인이 메신저를 통해 기자에게 물었다. 당시 기자는 도쿄돔에서 한국 대표팀 경기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한국에서 TV로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는 이 야구인은 "시즌 때 140km/h 후반은 너끈히 던지는 투수지 않나. 그런데 오늘 보니 던지는 공이 죄다 140km/h 초반, 잘해야 145km/h 정도밖에 안 나오더라"며 "걱정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하도 많이 던져서 그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도 전했다.

따지고 보면 박영현이 이런 소리를 듣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인 시절부터 팀의 주력 불펜투수로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혹사 논란에 시달렸고, 거의 매년 국가대표팀에 뽑히면서 '어린 투수가 이렇게 많이 던져도 괜찮은 거냐'는 우려가 따라다녔다. 어쩌다 한번 난타당하거나 볼 스피드가 조금만 덜 나오면 "많이 던진 여파가 드디어 나타나는 건가" "볼끝의 힘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걱정이 곧바로 따라붙곤 했다.

대표팀을 마치고 돌아온 시범경기 첫 등판, 20일 키움 히어로즈 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박영현은 이날 팀이 4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9회에 올라와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7km/h가 하나 찍히긴 했지만 대부분의 공은 144~145km/h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평균 구속이 147.5km/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즌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구속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박영현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정작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영현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다들 왜 걱정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유롭게 웃으며 꺼낸 첫마디였다.
KT 마무리 박영현(사진=KT)

"작년 시범경기보다 구속 잘 나왔다"

박영현에게는 자신감을 갖는 근거가 있다. "작년 이맘때는 142~143km/h가 나왔어요. 지금이 오히려 더 잘 나오는 거예요." 시즌에 맞춰 스스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다.

"오늘 가볍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생각보다 구속이 잘 나왔다"며 "오늘 147km/h까지 나왔으니 다음 게임에선 148km/h를 노리고 점점 올리면 된다"고 했다. "지금은 구속이 안 나와도 상관없는 시기"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박영현은 원래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신고 시절만 해도 제구력과 변화구,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기교파 투수로 통했고, 잘 해야 140km/h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3학년 시즌 140km/h 후반대까지 구속을 끌어올리며 고교 최대어로 주목받았고, KT에 입단한 뒤엔 아예 리그 대표 파이어볼러로 변신했다.

2022년 평균 구속 144.1km/h로 시작해 2023년 145.6, 2024년 146.2, 지난해 147.5km/h까지. 박영현의 평균구속은 매년 1km/h 이상 꾸준히 올라왔다. '너무 많이 던진다', '저러다 탈난다'는 온갖 우려 속에서도 오히려 구속은 우상향을 거듭해 왔다. 이걸 보면, '구속이 왜 저래?'라는 세간의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일지 모른다. 이러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작년보다 더 빨라진 평균 148km/h대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중요한 WBC 대회 기간 생각처럼 올라오지 않는 스피드가 본인도 답답했을 터. 그렇다고 자기만의 루틴을 깨고 무리하게 끌어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박영현은 "대표팀에서는 구속이 안 나와도 타자들과 승부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100%에 한참 못 미치는 공으로 세계적인 타자들과 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박영현은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큰 무대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였어요. 몸 만들 시간은 줄었지만 그 경험이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KT의 마무리 투수 박영현(사진=KT)

마차도·카미네로·로드리게스…"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이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면면부터 압도적이었다. 매니 마차도, 주니오르 카미네로, 훌리오 로드리게스까지. MLB 중계에서나 보던 타자들과 실제로 상대하는 경험을 했다. "타석 보니까 마차도고, 다음엔 카미네로고 그러더라고요." 박영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마차도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카미네로에게도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로드리게스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마차도는 떨어지는 공을 잘 쳤고, 카미네로는 높게 형성되는 슬라이더를 잘 쳤더라고요. 그래도 로드리게스는 제가 잘 던져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값에서 오는 위압감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자신 있게 던졌습니다."

더 큰 무대를 향한 꿈도 커졌다. "항상 가지고 있는 꿈이죠. 근데 그 타자들은 제가 152km/h를 던져도 쉽지 않아요. 지금보다 구속도 올리고 준비를 잘 하면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매년 1km/h씩 구속을 끌어올려 온 박영현이라면, 그 꿈이 전혀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올 시즌 박영현의 목표는 두 가지다. 먼저 36세이브. 지난해 35세이브로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낸 박영현은 올해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 경신을 노린다. "작년에 35개 했으니까 36개가 목표예요. 구단 최다 기록이기도 해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박영현은 KT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이 끝난 뒤 입단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가을야구 정상까지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다면 가장 좋겠죠." 제자리걸음이나 하향곡선은 없다. 매년 향상되는 구속처럼, KT 마무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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