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37> 서울서교회

전병선 2026. 3. 2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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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열린 교회, 밖으로 이웃을 품다
서울서교회 전경. 루프탑 채플, 산능선과 연결시킨 건물 상부 입면의 유선형 곡선이 눈길을 끈다. 서인건축 제공


서울서교회(이병렬 목사) 건축위원장 한인조 장로는 먼저 옥상부터 둘러보자고 했다. 경기도 고양 덕양구에 있는 교회를 지난 5일 처음 찾았을 때는 하나의 건물만 보였지만, 계단을 따라 옥상에 올라서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북한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졌고 건물 앞쪽으로는 창릉천과 인근 녹지 공간이 이어졌다.

한 장로는 난간 쪽을 가리키며 “앞이 탁 트여 있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전혀 없다. 저기 두루미가 앉아 있는 것이 보이는데, 앞이 이렇게 열려 있으니 경관이 그대로 펼쳐진다”며 “반대쪽에서 보면 건물이 흰색 박물관 같은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은 주변 산세와 어우러지도록 곡선 형태를 일부 적용해, 멀리서 보면 하나의 형상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박공지붕 형태의 루프탑 채플

옥상 한가운데에는 박공지붕 형태의 삼각형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단순한 형태로 보였지만 두껍고 짙은 색의 삼각형 벽면은 안쪽으로 시선을 모으고, 묵직한 문은 내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문을 열면 무게감 있는 공간이 펼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문 안의 실내는 경쾌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밝은 조명과 일정하게 배열된 나무 프레임은 나무 다락방 같기도 하고 ‘우리들만의 아지트’처럼 느껴졌다. 한 장로는 “다음세대를 위한 소예배실”이라며 “주로 청년부가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청년부는 50여명으로 교회 건축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 장로는 말했다.

옥상에 있는 루프탑 채플.


루프탑 채플의 천장은 높게 솟아 있었고 구조 덕분에 소리가 부드럽게 퍼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벽면에는 흡음과 반사를 고려한 마감이 적용됐다. 외부에서의 단순한 형태와 달리 내부는 기능적으로 치밀하게 기획된 공간이었다.

왼쪽부터 이병렬 서울서교회 목사, 한인조(건축위원장) 장로, 정동조 서인건축 소장, 최유철 본부장.


이곳은 단순한 예배실에 그치지 않고 소규모 음악회나 리사이틀이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됐다. 최유철 서인건축 본부장은 “이 공간의 음향 모델은 일본 도쿄에 있는 산토리 음악홀을 참고했다”며 “클래식 연주가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벽면에는 흡음재를 사용해 소리를 안정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예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공간까지 염두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서울서교회를 설계한 서인건축의 최 본부장, 정동조 소장과 함께했다.

예배실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시야가 다시 열렸다. 정 소장은 “문을 솔리드하게 만든 이유는 안과 밖의 대비를 통해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며 “문을 여는 순간 북한산과 공간이 동시에 드러나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도 북한산을 바라볼 때 함께 보이도록 배치했다”고 했다.

루프탑 채플 앞 데크 공간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계획했다. 청년부는 물론 3040세대를 위한 프로그램, 소규모 모임이나 야외 활동까지 가능하도록 고려했다. 교회는 당장 사용하고 있는 건축 면적에 머물지 않고 시선이 펼쳐지는 풍경, 앞으로 펼쳐질 교회의 비전까지 담아 건축된 것이다.

본당·카페·식당까지 관통한 열린 구조

내부 기둥을 최소화해 열린 공간의 느낌을 더한 본당.

서울서교회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은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특정 공간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에 걸쳐 같은 원리가 적용됐다. 본당은 그 핵심이다. 650석 규모로 중층 없이 한번에 펼쳐지는 구조다. ‘포스트텐션 공법’을 적용해 내부 기둥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시야를 가리는 요소가 거의 없는 넓은 예배 공간이 확보됐다. 부채꼴 형태로 설계돼 어느 자리에서도 강단이 보이도록 했다.

전면 유리창은 외부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북한산과 창릉천이 한 화면처럼 연결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경험을 중요한 요소로 설정한 결과다. 자연 풍광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공간 일부로 작동한다.

건물 내부 동선도 같은 흐름을 따랐다.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전실은 일반 교회보다 넓게 확보했다. 예배가 끝난 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이동해도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했다. 이동 자체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간 설계의 중요한 요소로 반영됐다.

본당 출입 동선도 인상적이다. 2층 예배당에서 나와 외부 계단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실내에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외부 공간까지 이어지는 확장형 동선이다. 문을 나서는 순간 앞이 막혀 있지 않고, 시야가 곧바로 열리면서 건물 규모가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3층 식당. 더블스페이스 구조로 층고가 높다. 우측 창을 통해 4층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3층과 4층이 연결되면서 소통이 잘되도록 했다.


공용 공간 역시 같은 개념이다. 1층 카페의 폴딩 도어를 열면 북한산 방향으로 공간이 확장된다. 3층 식당은 더블 스페이스 구조로 설계돼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머무르고 교제하는 공간으로 극대화한 결과다.

교회는 교육 공간을 한곳에 모았다. 4층에 중고등부 등 여러 교육 부서를 함께 배치했다. 기존 교회가 여러 동으로 나뉘어 불편했던 점을 감안해 반영했다. 어느 교실에서도 북한산이 보인다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 갈현동 50여년, 지축에서 새출발

서울서교회는 대지면적 2118㎡(640평), 연면적 4966㎡(1512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이다. 외부는 화강석과 로이복층유리를 사용했다. 2024년 10월 입당했다.

교회는 본래 서울 갈현동에 있었다. 1970년에 설립, 그곳에서 50여년간 사역했지만, 본당이 100평 남짓에 불과했고 건물이 여러 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유치부 공간은 지하에 있었고 주차는 차량 20여대 수준에 그친 데다 건물 노후화도 심각했다. 기존 공간으로는 교회 기능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알아본 곳이 지금의 삼송택지개발지구 내 지축지구다. 기존 교회와 2.5㎞ 거리로 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을 갖췄다. 9000세대 규모의 배후를 갖추고 있어 교회의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다. 이병렬 목사는 “교회 이전과 신축의 필요성을 성도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성도들 대부분 찬성했다”며 “당시 서인건축이 제시한 ‘성령의 바람’과 ‘품는 교회’라는 개념이 교회의 목회 방향과 맞았다”고 했다.

신축 이후 교회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교회 출석은 700여명으로 입당 이후 170여명이 새신자로 등록했다. 특히 신혼부부와 3040세대 등 젊은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노년층도 교회를 찾고 있다. 걸어서 접근할 수 있고 식사와 카페 공간을 제공하는 점이 생활 거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서교회는 영적으로 뜨거운 교회, 기도하는 교회로 불린다. 교회 건축 과정에서 ‘40일 기도 운동’을 4회 진행했고 ‘총 10만 시간 기도 운동’도 벌였다. 전도 역시 교회의 중요한 축이다. 갈현동 시절부터 지역 전도에 힘을 쏟아 왔다.

이제 새로운 건축으로 하드웨어까지 갖추면서 지역을 품는 열린 교회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교회로 꼽히고 있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를 품고 지역을 섬기기 위한 기반이 마련된 만큼 기도와 전도, 말씀이라는 교회의 본질을 토대로 세상을 품는 교회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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