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결혼식보다 긴 결혼생활 더 준비하세요”

김아영,김수연,박효진,양민경 2026. 3.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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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 결혼생활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속으로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 가정사역부의 ‘우리결혼학교’에서 한 커플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성남 지구촌교회의 ‘결혼예비학교’에 참여한 한 커플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이 행사 조별 나눔 시간에서 사랑의 언어와 대화의 원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예비부부들. 우리결혼학교 참석자들이 과거 수료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위 사진부터 시계방향).각 교회 제공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예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신혼여행 준비로 분주하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명제 아래 온 힘을 쏟아붓지만 정작 함께 살아갈 수십 년의 결혼 생활 준비는 부족하다.

이른바 ‘영적 혼숫감’은 조건과 스펙이 난무하는 결혼 시장에서 물질적 혼수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가치로 강조된다. 성경적 세계관으로 결혼을 바라보고 내면의 역량을 갖추자는 의미다.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본질을 찾으려는 여러 사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결혼 준비로 분주한 봄날 한국교회가 마련한 현장을 전한다.

결혼 설계도 없이 집 짓지 마라

“30분짜리 결혼식을 위해 온 힘을 쏟으면서 30년 결혼 생활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습니다.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삼모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노아NCA 결혼가정 콘퍼런스’.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의 첫마디에 청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행사는 5시간 넘게 강의와 토론이 이어졌다. 행사를 기획한 권요한 서울대 학원선교사는 “많은 청년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준비 없이 결혼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성경적 세계관으로 결혼을 배우도록 돕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창세기 2장을 인용하며 결혼의 본질을 짚었다. “하나님은 결혼을 재촉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담이 스스로 외로움을 느꼈을 때 하와를 데려오셨습니다. 주도권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이어진 ‘데이트의 기술’ 강의에서는 사랑의 4계절론이 소개됐다. 사랑 호르몬(페닐에틸아민·도파민·옥시토신)은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사라지는데, 이를 알지 못하면 파트너를 쉽게 바꾸며 ‘풋내기 사랑’을 반복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강태신 염광교회 목사는 ‘영적 탄력성’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족할 줄 알고 하나님나라의 자아상을 가지며 즉각적인 영적 감동이 없는 시기에도 믿음을 유지하며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종합토론에서는 현실적인 고민이 오갔다. 한 참석자가 “이성적으로는 끌리지만 종교가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김 대표는 “결혼하고 싶다면 결혼 전에 전도하라”고 답했다. 권 선교사는 “만남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최 측은 이날 강연을 들은 참석자들에게 오는 5월 ‘매칭 프로그램’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하나님 안 어느 순간 반짝거려”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김우준 목사)에서 결혼예배를 올린 권형수(39) 박인경(43) 부부는 크리스천 데이트 모임 ‘갓데이트’를 통해 2024년 11월 처음 만났다. 갓데이트는 20여쌍의 크리스천 청년들이 5주간 강의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교제로 이어지도록 돕는 모임이다.

박씨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남편의 첫인상에 대해 “첫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하나님 안에서 그를 바라보니 어느 순간 어깨가 넓어 보이고 사람이 반짝거려 보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을 가까워지게 한 계기는 프로그램 중 주어진 ‘전화 통화 미션’이었다. 박씨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와 생각이 잘 정리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결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권씨의 태도에 처음엔 부담이 됐다. 전환점은 교회 특별 새벽기도 기간이었다. “기도하는 가운데 관계를 하나님께 내려놓았습니다. 그 기간에 크게 다툰 적이 있었는데 화해 과정에서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교제 기간 내내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말씀을 묵상했다. 박씨가 출석하던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아침 묵상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같은 본문을 읽고 나누며 서로의 가치관을 깊이 알아갔다. 교제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10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권씨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아내의 가치관이 저와 일치했다”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인연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도 “30대 후반까지 ‘좋은 배우자를 보내 달라’고 기도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어떤 배우자가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기도로 바뀌었다”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앙이 진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가정의 설계자 묻는 교회들

한국교회 역시 결혼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는 2001년부터 결혼예비학교를 운영해 현재까지 약 160회를 진행했고 수료 커플만 4500쌍에 이른다. 약혼 커플,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커플, 신혼 3년 차 이내 부부가 참여한다.

교육은 ‘가정의 설계자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조대로 상담·가정사역 담당목사는 “가정은 생물학적 문제 해결이나 재산 보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설계로 세워진 공동체”라며 “설계자의 말씀에 따르는 가정이 되는 것이 교육의 최우선 가치”라고 말했다.

커리큘럼은 3주에 걸쳐 진행된다. 1주 차에 성서적 가정관을 세우고, 2주 차에는 대화법과 성 강의를 통해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운다. 3주 차에는 소비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하나님나라 가치에 따른 재정 관념을 정립한다.

강의 외에도 기존 결혼 커플인 ‘조장’이 이끄는 소그룹이 운영된다. 목회자에게는 털어놓기 어려운 고백들이 이 자리에서 나온다. 1주 차 강의 후엔 ‘프리페어(PREPARE) 검사’로 관계를 진단하고 전문 상담사가 각 커플과 2대 1로 연결돼 심층 상담을 진행한다. 결혼 후에는 장년 목장에 연결되고 일부는 다시 조장으로 다음 커플을 돕는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결혼식 아닌 결혼을 준비하자’는 원칙에 따라 15년째 ‘우리결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3월 개강해 3주간 진행하며 평균 30커플이 수료한다. ‘남녀의 차이’ ‘사랑이 묻어나는 대화법’ ‘성경적 경제관·결혼관’ 강의와 함께 경기도 가평 우리마을에서 신혼·중년 부부가 예비부부의 질문에 답하는 ‘선배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설창석 가정사역부 목사는 “수강생들은 결혼식 준비보다 실제 결혼 생활에서 마주할 갈등 해소법을 주로 묻는다”며 “믿음 안에서 결혼하려는 이들이라면 서약문을 기도하며 진지하게 써볼 것을 권한다”고 했다.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도 매년 3주간 40커플을 대상으로 결혼예비학교를 연다. 성과 성경적 경제관, 성격과 기질을 파악해 소통하는 대화법까지 아우른다. 가장 강조하는 주제는 첫 주차의 ‘부모와의 건강한 분리’다. 임요섭 청년2부 목사는 “결혼해 가정을 꾸렸음에도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와 건강한 독립이 이뤄져야 부부 관계뿐 아니라 신앙도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식이 아닌 결혼 이후의 건강한 결혼 생활에 집중하라”며 “결혼 과정에서 그리스도를 더 깊이 알아가는 예비부부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아영 김수연 박효진 양민경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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