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폐쇄에 살처분 위기…150마리에게 찾아온 기적 [개st하우스]

이성훈,전병준 2026. 3.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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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동물구조단체 도로시지켜줄개는 지난해 12월 운영이 중단된 인천의 대형견 위탁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예고된 유기견 150마리를 협력단체들과 함께 전부 구조했다. 전병준 기자

“공공보호소의 실태는 처참합니다. 70%는 낡은 창고나 동물병원에 칸막이만 둔 열악한 간이 보호소예요. 더 비극적인 상황은 위탁 계약 종료 시점에 벌어지는데요. 장부상 숫자를 0으로 만들기 위해 보호소 폐쇄 전에 기존 유기동물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일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너무 가엾잖아요. 절박한 심정으로 집단 살처분을 앞둔 인천시 보호소의 150마리를 전부 구조했습니다.
-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개, 이효정 대표

지난 10일 오전, 동물단체 도로시지켜줄개(도로시)가 운영하는 인천의 유기동물 입양센터. 100마리가 입소할 수 있는 이곳에 최근 80마리나 되는 유기견이 한꺼번에 입소했습니다. 그중 30%는 생후 3~6개월 된 강아지들인데요. 견사 문을 열자마자 20여 마리의 강아지가 달려와 취재진에게 매달립니다.

이갈이 시기에 접어든 녀석들은 갓 돋아난 젖니가 가려운지 입양센터 직원들의 신발끈, 옷자락, 손가락 등을 물고 씹으며 장난을 겁니다. 20여 마리 강아지가 쏟아내는 응석을 받아내며 견사를 청소하고 사료를 채우느라 직원들은 쉴 틈이 없죠. 주말 반납과 야근이 일상이 된 활동가들. 그래도 “강아지들의 귀여운 모습에 피로를 잊고 다음 날 출근을 기다리게 된다”며 미소 짓습니다.


센터가 이토록 붐비게 된 건 인근 공공보호소의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 때문입니다. 갈 곳을 잃은 개 150여 마리가 대거 살처분될 위기에 처하자 도로시와 협력단체들이 긴급 구조를 결정한 것이죠. 이 대표는 “우선 생명부터 구하고 봤지만, 막대한 비용과 돌봄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입양센터를 가득 메운 강아지들의 안타까운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위탁보호소 폐쇄, 남은 150마리 운명은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지금은 문을 닫은 인천의 위탁 A보호소에서 시작됩니다. 녹슨 양철판으로 둘러친 폐창고에 간판만 달린 열악한 이곳은 놀랍게도 시에서 승인한 공공보호소였습니다. 인천은 매년 5000마리 넘는 유기동물이 발생함에도 직영보호소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대신 낡은 창고나 동물병원 등 15곳에 운영을 맡기는 위탁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죠. 그중 10kg 이상 대형견을 수용하는 곳은 A보호소가 유일했습니다.


비극은 지난해 말, A보호소의 위탁 계약이 만료되면서 찾아왔습니다. 쏟아지는 유기견을 감당하기엔 시의 보조금이 부족하자 운영자가 계약 연장을 포기한 겁니다. 보호소 폐쇄와 함께 그곳에 머물던 150마리의 유기견들은 순식간에 갈 곳을 잃었습니다.

다른 시설로 옮기면 될 문제 같지만, 현실은 집단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결말로 향했습니다. 어느 보호소도 하루아침에 150마리나 되는 유기견을 반길 리 없기 때문입니다. 받아줄 곳이 없으면 남겨진 동물들은 마치 악성 재고를 폐기하듯 안락사 명단에 오르는 것이 위탁 시스템의 서글픈 관례입니다.

비참한 소식 앞에 지역 봉사자들과 동물구조단체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평소 보호소를 청소하고 구조견들을 산책시키고 입양해온 이들이었습니다. 도로시 이효정 대표는 “대상견 중 40여 마리는 생후 2개월도 안 된 꼬물이들이었다”면서 “철창 안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둘 수 없어 무모하지만 구조를 결정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뒷감당에 대한 두려움보다 눈빛을 나눈 생명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절박감이 앞선 선택이었죠.

도로시가 선두에 서자 더가치할개, 행복한유기견세상, 코리안독스, TBT, CRK 등 여러 단체가 십시일반 힘을 보탰습니다. 인천시의회도 응답했습니다. 계약 종료된 보호소 동물을 구조하는 지역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1억원의 긴급 예산을 편성한 겁니다. 이 덕분에 도로시는 1년 치 돌봄 비용이라는 소중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합쳐져 집단 살처분 위기에 처했던 150마리는 단 한 마리도 희생되지 않고 견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96마리를 품에 안은 도로시지켜줄개의 활약 속에, 유기견들은 이제 안락사 없는 입양센터에서 평생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리당 지원금의 한계… 수용소로 전락한 위탁보호소

전국 공공 동물보호소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유기동물 보호 체계의 허점이 드러납니다.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 263개 공공보호소 중 71%인 188개소가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위탁보호소는 입소한 유기동물 마리당 약 7~10만원의 돌봄비를 지원받는데, 이는 법정 보호기간인 열흘 동안 발생하는 최소한의 사료비와 인건비 수준에 불과합니다. 동물을 보호하고 입양 보내자는 운영 취지가 무색하게, 잠시 가뒀다가 처리하는 수용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천시 역시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대규모 살처분 위기를 넘겼지만, 직영보호소가 없는 한 같은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에 참여한 단체들에 대한 예산 지원 조례를 발의한 석정규 인천시의원은 “위탁보호소 폐쇄로 표류하는 유기견들을 지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유기동물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자체 직영 보호소 건립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위탁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현행 방식이 유기동물의 열악한 돌봄과 살처분 우려를 키운다고 지적합니다. 전국 공공보호소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지자체들이 운영 부담과 민원을 피하기 위해 위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며 “관리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직영 보호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모든 보호소를 당장 직영으로 전환하기엔 막대한 예산 문제가 있습니다. 기피시설로 여겨지는 보호소를 지을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것 또한 지자체가 마주한 높은 벽입니다. 우선은 현실적인 개선책으로 예산 지급 방식을 수정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윤주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장은 “마리당 예산을 지급하는 방식은 보호소를 안락사 전 단계의 수용소 수준에 머물게 한다”며 “보호소가 실질적인 입양센터로 기능하려면 인력과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연 단위 예산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3개월 강아지들 성장기 함께할 가족 모집합니다

지난 10일 개st하우스팀은 도로시가 운영하는 인천의 입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견사 문을 열자마자 생후 3~6개월 된 강아지 20여 마리가 우르르 튀어나와 취재진을 반겼습니다. 유독 어린 개체가 많은 덴 이유가 있습니다. 도로시 이효정 대표는 “공공보호소에 입소하는 유기견의 70~80%는 실외에 방치된 마당개나 떠돌이개가 번식해서 태어난 믹스견들”이라며 “한창 호기심이 많고 먹성도 좋아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사랑스럽다”고 소개했습니다.

최근 SNS에서 이른바 ‘시고르자브종’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이 믹스견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주인공은 3개월령의 백구 젤리였습니다. 이름처럼 코와 발바닥이 말랑말랑한 핑크빛 젤리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강아지였죠. 젤리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취재진과 활동가의 신발 끈과 옷자락을 장난스럽게 깨물며 남다른 사교성을 뽐냈습니다.

입양 및 임시보호 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구조단체 도로시의 입소견들 모습. 전병준 기자


생후 1년까지 폭풍 성장하는 강아지들에게는 성견용보다 단백질과 칼로리 함량이 높고 입자는 작은 전용 사료가 필수입니다. 도로시에서는 성장기 사료에 특화한 브랜드 로얄캐닌 제품을 급여하고 있었는데요.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1㎏의 사료를 담은 그릇을 견사에 넣어주자마자 젤리와 같은 또래 4마리가 달려들어 1분도 채 안 돼 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이효정 대표는 “강아지 20여 마리가 매달 먹는 사료량만 350㎏에 달한다”며 “다행히 사정을 안 시민들이 꾸준히 사료를 기증해주셔서 든든히 먹이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습니다.

지금 젤리와 친구들은 사회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주변 사물을 씹고 뜯으면서 세상을 배우고, 사람과 교감하며 멋진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죠. 활동가들은 장난꾸러기 강아지들에게 옷자락을 내어주면서 “힘들 때마다 강아지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기운을 낸다” “출근이 기다려질 정도”라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의 정성 어린 돌봄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정집의 따스함만은 못할 겁니다. 이효정 대표는 “이 사랑스러운 성장기를 함께하실 입양자 혹은 임시보호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젤리처럼 앙증맞은 코를 씰룩이며 가족을 기다리는 3개월 강아지, 젤리의 입양자를 모집합니다. 젤의 견생에 따뜻한 봄날을 선물해주실 분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확인해주세요.

■ 성장기 함께할 가족을 기다려요. 믹스견 젤리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3개월 믹스견
- 암컷 2㎏ (모견 5.5㎏으로, 비슷한 크기의 성견이 될 것으로 추정)
- 먹성이 좋고 건강함. 사람을 잘 따름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인스타그램으로 문의해주세요
➡️동물구조단체 도로시지켜줄개 인스타그램: dorothyresue

■ 젤리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73번째 견공입니다(120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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