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섬뜩한 '장례식'... 한국의 대학은 지금 무얼 하는가
[채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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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1월 8일 오전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누리마당 앞에 설치된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추모공간’에서 사회학과 교수가 묵념하고 있는 모습. |
| ⓒ 연합뉴스 |
그런데 이게 대구대만의 일이 아니다.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도 2021학년도부터 학부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고 있고, 청주대 사회학과 또한 학부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2023년 당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일반대 학과 통폐합·신설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4년제 대학에서 통폐합·신설·폐지된 학과는 총 4108건에 달한다. 공학계열은 같은 기간 820개 학과가 새로 생기는 동안, 인문계열은 76개가 사라지고 50개만 생겼다. 전 계열 중 유일하게 '폐과가 신설보다 많은 계열'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시장이 결정하는 학문의 생사
학교 측이 제시한 폐과 이유는 신입생 충원율 등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사실상 직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대구대는 현재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 중이다. 학과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들이 웹툰전공, 게임학과, 스포츠헬스케어학과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하고, 수요가 없으면 폐기하는 것. 자본의 언어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잠깐. 대학이 정말 시장인가?
대구대 이승협 교수가 2024년 <뉴스민>과의 인터뷰에서 말은 이 상황을 정확하게 짚는다. "기초학문인 사회학과가 없어지면 이제 사회과학대학에 문헌정보, 사회복지, 심리학과 같은 자격증 관련 학과만 남게 된다. 이건 개별 학과 문제가 아니라 지방사립대가 직업훈련대학으로 전락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직업훈련대학. 그것이 대학의 본래 존재 이유였던가?
폐과의 논리는 폐강의 논리와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학과 단위가 아닌 수업 단위에서도 이 잔인한 원칙은 일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어느 대학에서는 18명이 신청한 수업이 폐강됐다. 이유는 단 하나, 수강 신청 인원이 20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8명은 그 수업을 듣고 싶었다. 그 18명의 수업권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이 배우고자 했던 학문의 권리는 숫자 '20'이라는 기준선 앞에서 조용히 소멸했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대학교 이야기를 해보자. 1897년 개교한 교토대가 '노벨상의 산실'이 된 비결은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성장한 도쿄대와 달리 특유의 자유로운 학풍과 개방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대학의 수업 방식은 한국의 상식과 정반대에 있다. 전공 수업 시간에도 출석을 부르는 교수가 없고, 수업에 오지 않고 당당히 A학점을 받는 학생도 많다. 수업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강 인원 20명 미달로 폐강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 학교에서는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교토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학생과 교수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이나 논문 하나도 내놓지 않고 연구만 계속하는 엉뚱한 연구자들도 있고 그것을 포용하는 연구 분위기가 있다.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는 재학 시절 화학 전공자임에도 엉뚱하게 바이러스 공부에만 매달려 전공 공부를 거의 못했다. 그럼에도 학교는 그를 졸업시켰다. 그 '엉뚱함'이 노벨상이 됐다. 교토대학은 이 학풍을 통해 '세계 제일'이 아닌, '세계 유일'을 추구하는 정신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의 대학은 지금 무엇을 추구하는가.
수업권은 누구의 것인가
교토대에 대해 유명한 자조(自嘲)가 있다. '100명의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켜, 1명의 천재와 99명의 폐인을 양성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패를 허용하는 자유가 실패자도 함께 만들어낸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그 1명의 천재가 인류의 지식을 바꿔놓았다.
한국의 대학은 이 99명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 학문은 없애고, 충분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는 수업은 열지 않는다. 그렇게 리스크를 제거한 자리에 남는 것은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며,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새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취업 준비 기관'이다.
이승협 교수는 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편제 조정은 시장 논리,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과는 없앤다는 원칙 하에 이뤄진다. 대구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갖는 의미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다시 그 18명으로 돌아가자. 그들은 특정 수업을 선택했다. 취업에 유리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배우고 싶었을 것이다. 학문에 대한 욕망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런데 대학은 그 욕망에 가격표를 붙였고, 값이 맞지 않는다며 문을 닫아걸었다.
교육기본법 제3조는 말한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토대학은 창립 이래 '자유로운 연구 학풍'을 건학 정신으로 삼아왔다. 학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이 대학의 설립 당시 학풍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자유는 효율의 반대편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유가 효율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대학들이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하는 동안, 학문의 장례식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학과 다음에는 철학과, 그 다음에는 사학과, 그리고 언젠가는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폐강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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