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만난 단종, 또 눈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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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라는 제목은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왕과>
그곳에 머물렀던 이는 어린 왕, 단종이었다.
사약이 기다리는 그때, 단종은 문을 걸어 잠그고 엄흥도가 만든 화살에 목을 넣는다.
엄흥도가 줄을 당겨 단종이 최후를 맞이하는 그 장면을 보고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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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옥 기자]
<왕과 사는 남자>라는 제목은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왕의'가 아닌 '왕과'라는 말은 그 거리가 안전하지 않음을 예감하게 한다. 개봉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이 영화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자꾸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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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
| ⓒ ㈜쇼박스 |
그곳에 머물렀던 이는 어린 왕, 단종이었다. 왕이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권력의 중심에 있었으나 결국 가장 외로운 자리로 밀려났던 그의 삶을 떠올리자, 마음 한편이 서늘해졌다.
영화는 유해진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문을 연다. 익숙한 듯 가볍게 흘러가는 장면 속에서도 인물의 처지가 가볍지 않게 느껴졌다. 웃음을 이끌어내면서도 그 이면에 깔린 불안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 균형을 잡아내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단종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젖는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몰입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비극이기에, 화면 속 인물의 움직임 하나에도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사약을 먹고 죽기는 싫다. 부디 그대의 손으로 강을 건너게 해 달라."
항복이 아니라 최후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도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한 소년이 마지막 순간에 처음으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 것이다. 사약이 기다리는 그때, 단종은 문을 걸어 잠그고 엄흥도가 만든 화살에 목을 넣는다.
"전하, 이제 강을 건너셔야지요."
엄흥도가 줄을 당겨 단종이 최후를 맞이하는 그 장면을 보고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의 처연하고도 담담한 눈빛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조용한 감정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20여 년 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단종과 청령포의 기억은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막막함과 쓸쓸함으로 남아 있던 그 감정이, 스크린 위에서 또 한 번 나를 붙잡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 위에서, 한 인간의 마지막 선택을 조용히 되짚는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남긴 감정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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