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폭격당했다…카타르 "韓 등 LNG 최장 5년간 공급 못할수도"(종합)

뉴욕 특파원=황윤주 2026. 3. 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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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생산 설비 공격받아
불가항력 선언 시 장기계약 차질
가격 높은 현물시장서 조달 위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의 불똥이 에너지 시설에 튀면서 한국 경제에 에너지 위기감이 엄습했다. 전 세계 원유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이 세계 최대 규모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설비를 공격하면서 공급망에 구멍이 생겼다. 카타르는 불가피하게 한국 등과의 장기공급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고했고, 추가 공격 우려에 시설 보수도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LNG 수급 불안은 가스요금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과 가스전 타격전을 벌인 이스라엘은 에너지 시설에 추가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약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LNG, 가격 치솟나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의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불가항력이 적용되면 시설을 복구하는 최장 5년간 한국은 LNG 수입을 못하게 된다. 한국은 이 기간 부족분을 장기계약한 것보다 가격이 높은 현물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물론, 가정의 가스요금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카타르에너지의 LNG 생산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은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연간 900만∼1000만t을 들여온다. 장기계약 물량은 연간 610만t에 달한다. LNG뿐만 아니라 콘덴세이트(-24%), LPG(-13%), 헬륨(-14%) 등 부산물도 들여온다. 다만 카타르에 대한 의존도는 20% 미만이라고 한국가스공사는 설명했다. 미국과 호주 등 LNG 공급망을 다변화 해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카타르에너지에 따르면 전날 이란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생산 시설인 라스 라판 정유시설이 공격당했다. 전체 14개 LNG 생산 라인(트레인) 중 2곳과, 2개의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중 1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이번 피습으로 LNG 생산량은 연간 1280만t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타르 LNG 수출 대부분은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카타르산 LNG는 인도, 대만, 파키스탄 전체 가스 소비량의 5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1970만톤으로 가장 많은 양을 카타르로부터 수입했다. 인도는 1170만톤, 대만은 800만톤, 파키스탄은 700만톤, 한국은 690만톤으로 그 뒤를 잇는다.

"LNG 가격, 장기전 접어들면 급등"

블룸버그통신은 S&P글로벌 에너지 지표 가격을 인용하며 다음 달 말부터 오는 6월 초까지 LNG 가격이 100만BTU당 26달러(약 3만8800원)를 상회할 수 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20일 오전 9시15분 인베스팅닷컴 기준으로 한국·일본 LNG 선물 가격은 100만BTU당 22.35달러다. 중동 분쟁 직후인 지난 2일에는 15.77달러였다.

이미 단기 가스 계약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동 중단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올해 상반기나 내년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자문사 에너지비스타의 설립자 레슬리 팔티-구즈만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라스라판 타격으로 카타르 LNG 공급의 정상화가 더 멀어지고 있다"며 "피해 규모에 따라 재가동까지 4~5개월이 지연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최대 3000만톤의 LNG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원자재 시장 정보 업체 ICIS의 분석가 에반 탄은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3개월간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아시아 현물 가격이 100만BTU당 30달러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다. 6개월간 폐쇄될 경우 40달러 위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거스 미디어의 LNG 가격 책정 책임자인 마틴 시니어는 "이런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넘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영향의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낼 것이며, 피해 복구에 걸리는 시간이 전쟁 기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설 공습 중단"에 기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추가적인 에너지 시설 공격은 당분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의 석유·가스 시설을 추가 공격하지 말라고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고, 그도 지지(동의)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란 가스전에 대한 추가 공습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군사적 성과를 들며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조기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스라엘 공군은 지난 18일간 이란 전역에 1만2000발의 폭탄을 투하해 방공망의 85%,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6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카스피해 연안 북부 해군 기지를 포함해 이란 군사 인프라를 전방위로 무력화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제3의 도시인 하이파와 남부 도시 아슈도드에 있는 정유 시설을 비롯해 "시오니스트 정권의 다양한 안보 목표물과 군사 지원 센터"를 "정밀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를 폭격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산유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습했는데, 이날도 에너지 시설을 공습한 것이다.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이번 공격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알카비 CEO는 "피격된 3개 시설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 손실만 약 200억달러(약 30조원)"라며 "수년 전 건설 당시 260억달러가 투입된 이 국가 기간 시설들은 결코 공격 대상이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 재개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 설비 복구에 착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뉴욕 특파원=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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