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끝났는데 손가락이 안 움직인다? 손가락이 구부려지지 않는 진짜 원인, 놓치기 쉬운 희귀 질환 [정우성 원장의 손으로 풀어가는 건강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6. 3. 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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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올라가지 않거나 엄지손가락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면 임상에서는 먼저 정중신경과 관련된 문제를 의심하게 된다. 특히 엄지와 검지의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특정 손가락의 기능만 선택적으로 저하되는 경우라면 정중신경 지배 영역의 이상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범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들은 흔히 팔이 심하게 아팠다가 통증이 가라앉은 이후 갑자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통증이 사라진 뒤 기능 이상이 남는 이 흐름은 단순한 신경 압박 질환과는 양상이 다르다.

신경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전선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겉으로는 하나의 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경로가 함께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신경 전체가 아니라 그 안의 일부에만 문제가 생겨도 특정 움직임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거나 특정 손가락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식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에서 발생하는 질환이 신경염전이다. 이는 신경이 겉에서 눌리는 것이 아니라 신경 내부의 일부 구간이 조여지면서 기능 이상이 발생하는 형태로, 일반적인 신경 압박 질환과는 다르다. 환자들이 “아픈 건 지나갔는데 그다음부터 움직임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신경이 눌리는 질환 자체는 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팔꿈치 터널증후군 역시 모두 신경이 압박되는 질환이다. 다만 이러한 질환들은 신경이 외부에서 비교적 큰 범위로 눌리는 형태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과정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반면 신경염전은 신경 내부에서, 그것도 일부 구조에만 문제가 생기는 형태로 나타난다. 겉에서 눌리는 것이 아니라 신경 안쪽에서 발생하는 변화이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훨씬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숙련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정밀한 평가와 함께 익숙한 수부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매우 미세한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신경 자체도 가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각각의 신경 구조는 국수 소면보다도 더 얇은 수준이다. 이처럼 작은 단위에서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흔한 신경 질환과 구분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을 따라가며 형태를 세밀하게 확인하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고해상도 초음파를 이용해 신경의 흐름을 길게 추적하면서 특정 구간에서 눌리거나 변형된 부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한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경 전체를 따라가며 연속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장비와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치료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신경을 확대한 상태에서 내부를 직접 확인하며 진행된다. 현미경용 미세 기구를 사용해 신경을 감싸고 있는 막을 열고, 그 안에 있는 구조를 따라가며 이상이 있는 부위를 찾는다.

정상적으로 평평하게 이어져야 할 신경이 특정 구간에서 비틀리거나 조여진 모습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확인되면 해당 부위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교정한다. 경우에 따라 신경 손상이 진행된 경우에는 다른 부위에서 신경을 가져와 이어주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즉, 조여지거나 눌린 부위를 해소하고 필요한 경우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건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치료는 매우 미세한 구조를 다루는 과정이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와 숙련된 기술이 요구된다. 손목이나 손가락의 움직임 이상이 나타났다면 단순히 하나의 질환으로 단정하기보다 증상의 양상이 신경 분포와 맞는지, 그리고 통증 이후 특정 기능만 떨어지는 특징을 보이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저림 없이 운동 기능만 저하되는 경우라면 흔하지 않지만 놓치기 쉬운 신경 내부 문제를 의심해 보고 정밀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고자: 새움병원 정우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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