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트럼프에게 닥칠 일들... 진짜 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

최경영 2026. 3. 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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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국제 사회에서 '신뢰' 잃어버린 미국의 위기

[최경영 기자]

 지난 1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
ⓒ UPI/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미국은 이미 미국민들의 세금 수십조 원을 썼을 것이다. 이란도 수조 원의 전비를 쏟아붓고 수십조 원의 피해를 입었겠지. 전쟁을 꼬드겼다는 이스라엘도 자국민의 세금을 펑펑 쓰고 있다.

사람도 많이 죽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생명들이다. 전쟁의 포성이 들리지 않는 우리도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주유소의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돈을 쏟아붓고 있고,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위기 가속화시키는 전쟁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즈미드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는 가운데, 서클K 주유소 간판에 현재 유가가 표시되어 있다.
ⓒ AFP/연합뉴스
2023년 기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22%를 점유(사우디아라비아도 11%에 지나지 않는다)한다는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주유소 기름값도 폭등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고 전국 평균가는 3.79달러 수준이다. 한 달 전 2.92달러였다고 하니 한 달 만에 30%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게다가 곧 여름이 다가온다.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미국의 이동수요는 급증한다. 자동차 여행객들이 급증한다. 그래서 주로 환경적 이유 때문에 여름용 휘발유는 따로 정제해서 판다. 기온이 높을 때 기름이 너무 쉽게 증발하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아지고 스모그를 유발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를 높인 가솔린을 판다. 가격은 당연히 보통 때보다 높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규정에 따라 매년 여름(보통 6월 1일~9월 15일)에는 여름용 휘발유(Summer-blend Gasoline)를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하고 정유사들은 다음 달부터는 이 여름용 휘발유를 따로 제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만하면 미사일을 더 발사하고 있다. 전략이다. 국제원유가를 꾸준히 100달러 이상으로 높여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미국 트럼프를 더욱 조바심나게 해서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이다.

국제원유가가 계속 100달러 이상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경제학자 47명에게 물어보니 절반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미국 성장률은 0.25%에서 0.5%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물가지수는 반대로 그 정도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며, 미국의 근원물가지수가 2% 이하로 내려가는 시기도 2028년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럼 금리는? 지난 연말까지도 올해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한 경제학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2026년 3월인 지금은 금리 동결이 많아졌고 오히려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수도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생겨났다.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데, 금리는 물가가 무서워서 내리지는 못하는, 그래서 경기는 나쁜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우리도 좋을 게 없다. 전 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가 감소하면 당연히 우리의 경제성장률, 물가지수, 금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똑같은 경기사이클로 접어들 건 명약관화다.

커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의심

미국은 여기서 2가지를 더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1. 신뢰다. 이미 지난해 일방적 관세폭탄으로 미국을 보는 시선이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24개국들 중 79%가 미국을 좋게 보지 않게 됐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증했다. 아래는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25년 6월 자료다. 그 중 두자리 숫자대로 떨어진 나라들이 멕시코, 스웨덴, 폴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한국, 케냐, 일본, 호주, 프랑스다.
 퓨리서치센터에서 발표한 미국에 대한 호감도 변화를 그린 도표
ⓒ 퓨리서치센터
지금은 어떨까?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우방국들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국민들 대다수는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만한 우방(reliable ally)로 보지 않는다.

2. 그리고 달러의 위기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위안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970년대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944년 미국 달러를 금 1온스당 미국 돈 35달러에 고정해서 성립했던 브레튼우즈 체제(미국 돈 달러를 믿어, 나중에 금으로 돌려줄게)가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과 달러 공급 과잉으로 폐지되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을 끌어들여 만든 체제가 페트로달러 체제였다.

페트로달러 체제는 미국 돈을 금으로 바꿔준다면 미국 정부가 장기적으론 파산할 것이란 걸 깨닫게 된 미국이 석유를 비롯한 무역상품 결제시장을 달러로 고정시킴으로써, 자국의 투자·소비·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었다. 동시에 미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원했던 전 세계와의 타협책이었다. 이걸 위안화에 뺏긴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잃어서는 안 될, 상상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할 끔찍한 시나리오지만 잃을 것이 없다고 느낀 이란이 결사적으로 항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버리니, 사람들은 '혹시…'라고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달러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6경 원에 이르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를 주목하게 된다. 이자로만 1500조 원을 내야 하는 미국의 재정 상태를 걱정하게 된다. 계속 돈을 빌리기 위해 찍어내야 하는 미국 재무부 채권의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그럼 미국은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전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마 여름이 오기 전에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누가 더 잃을 것인가? 전쟁을 통해 생존한 이란, 아니면 전쟁을 통해 또 한 번 신뢰를 잃어버린 미국.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멍청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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