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물가·환율 '3중고'에 오일쇼크까지…재계 비상등 켜졌다

오현길 2026. 3. 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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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구성 매일 비상대책회의
원유·수출 등 대응계획 수립
정유업계 가동률 줄이고
에틸렌 없어 공장 가동 중단
1달러 오르면 455억 손해
대한항공도 파생상품 헤지
반도체 수출·공장 가동 고민
가전·車업계 판매 추이 촉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동발 '오일쇼크'에 국내 산업계가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금리·물가·환율 상승 '3중고'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제품의 가격 변동과 수급 상황을 일 단위로 점검하면서 만일에 대비해 추가 공급처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원자재와 운임 인상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중동 전쟁 직후 현지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을 귀국시켰거나 주변 안전지대로 대피시킨 상황이다. 현지 인원들은 안전 유지를 위해 재택근무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체류 인원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이란이나 호르무즈 해협뿐만 아니라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까지 폭격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정상적으로 현지 사업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 석유화학 기업들은 유관부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매일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SK그룹은 전략, 운영, 생산 등 부서가 참여해 전쟁 기간별 원유 수급과 내수 공급, 제품 수출, 공장 운영 등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도입 물량이 줄어들면 정유시설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석유제품 생산량도 감소하게 된다. 이에 정유업계는 내수 공급을 우선으로 하고 나머지는 손익을 고려해 수출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원유 가격이 올라가고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아무리 석유제품 수출 마진이 좋더라도 가동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석화업계는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 공급이 줄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 수익성 악화 등 경영 전반에 심각한 어려움에 부닥쳤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천NCC는 최근 고객사들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데 이어 공장 가동률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한화솔루션도 나프타분해시설(NCC)이 없어 에틸렌을 외부에서 받아 사용하는데, 에틸렌을 구할 수 없어서 전쟁 이후 딱 이틀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었는데 중동사태로 더 심각한 상황이 됐다"며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의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은 약 3050만배럴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3050만달러(약 454억원)의 손익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항공은 파생상품 등을 통해 유가 헤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유가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예상 유류 소모량 최대 50% 이내에서 헤지를 시행하고, 시장 상황 및 유가 수준을 고려해 적합한 헤지 상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를 항공기로 운송할 때 드는 물류비와 반도체 공장을 가동할 때 드는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 필수 원소인 헬륨과 브롬의 경우 카타르, 이스라엘 의존도가 높지만, 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뒀다.

가전업계도 유관 부서 실무진들이 상시 회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현지 사업 영향도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류 루트, 유가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에 어떤 제품의 판가를 얼마나 낮추고, 공장 가동률을 얼마나 조정해야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지 등 세부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전쟁 여파로 중동 지역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 유가 인상에 따라 자동차운반선 운임 상승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유가 영향으로 내연기관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판매 비중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판매 믹스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전력업계도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재료인 비철금속 가격이 덩달아 상승해 원재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 매출 외형을 유지할 방침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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