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680m, 천 개 넘는 계단... 산소통이 필수인 곳

이상기 2026. 3.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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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의 고장 윈난성에 가다 (16)] 옥룡설산 오르기

지난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중국 윈난성의 자연 유산과 문화유산을 탐사했다. 강의 협곡과 길을 따라 차마고도가 형성되어 있고, 옛길 주변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유산이 잘 남아 있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차마고도 지역 소수민족이 남긴 문화와 예술,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인천에서 윈난성 성도 쿤밍으로 들어가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답사하고 쿤밍으로 나왔다. <기자말>

[이상기 기자]

밤에 사자산 정상 만고루에 오르다
 사자산 만고루
ⓒ 이상기
호텔이 사자산 근방이어서 밤에 사자산을 넘어 리장고성으로 간다. 금갑로(金甲路)에서 민주로를 건너면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 주변으로는 기와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이들이 대부분 객잔과 민숙이다. 계단을 한참 올라 고갯마루에 이르면 사자로를 만난다. 사자로에서는 고성 서쪽과 남쪽 리장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산 정상의 전망대 만고루에 오르려면 남쪽으로 길을 따라가야 하지만, 야간에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 그래서 동쪽으로 내려간 다음, 표를 끊고 남서쪽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만고루는 사자산이라는 편액이 걸린 외문을 통해 들어간다. 만고루의 입장료는 목부를 포함해서 35위안이다. 내부에 리장고성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밤이라 조명만 해 놓았다. 만고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문을 통과해야 한다. 내부는 5층의 만고루 외에 종루, 유물전시관,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33m나 되는 만고루가 연지에 비쳐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그것은 밝고 화려한 조명 때문이다. 만고루 1층에는 동파문자로 천년만대루(千年萬代樓), 5층에는 한자로 만고루라는 편액을 걸었다.
 목부 야경
ⓒ 이상기
만고루 안으로 들어가면 벽에 그려진 원색적인 벽화를 볼 수 있다. 동파문자로 전해지는, 하늘을 연 아홉 형제와 땅을 가른 일곱 자매의 전설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나시족은 이들 조상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함께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간다. 그들은 말, 야크, 호랑이, 새, 물고기와 어울리며 살아간다. 5층으로 올라가면 리장고성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북쪽으로 옥룡설산이 보여야 하는데, 밤이라 볼 수 없다. 동쪽으로 목부와 리장고성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목부는 야간조명을 해 화려한 모습이다.
만고루를 내려와 목부를 가보려고 했으나 목부로 가는 문이 야간에는 통제되어 갈 수가 없었다. 목부는 1998년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어 고성박물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축을 따라 호법전과 삼청전, 옥음루와 광벽루, 만권루와 의사청, 충의방과 비래정이 위치한다. 동쪽 정문인 충의방에는 황제가 내린(聖旨) 충의(忠義)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목부의 중심 건물은 만권루와 의사청으로 명나라 시조 주원장이 내린 성심보국(誠心報國)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리장고성을 그린 그림
ⓒ 이상기
사자산 서쪽으로는 리장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그래선지 고층빌딩이 보인다. 남쪽은 전원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더 어두운 편이다. 만고루를 나와 잠시 유물전시관에 들른다. 이곳에는 사자산 경구와 목부를 소개하는 자료들이 있다. 그리고 이 지역 화가들이 그린 리장과 옥룡설산 그림이 걸려 있다. 이들 그림은 리장의 옛 거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흑룡담과 옥룡설산, 만고루와 옥룡설산 그림도 보인다. 채색과 구도가 강렬하다.
사자산을 넘어 리장고성에 가다
 옥하 옆 식당
ⓒ 이상기
사자산 관경대를 지나 북동쪽으로 내려가면 사방가에 이른다. 내려가는 길 주변으로 식당과 술집이 즐비하다. 이곳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루프탑 형식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사방가에서 옥하를 따라 야간조명이 화려하고, 젊은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런 걸 불야성이라 부른다. 레스토랑과 클럽 안에서는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밖에까지 울려 퍼진다. 오래된 리장고성에 젊은이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젊음을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파가를 따라 옥하광장까지 이어진다. 옥하광장 북쪽으로 하천을 따라 화려한 조명은 계속 이어진다. 대수차와 성벽에도 조명이 밝게 비친다. 채운지남 패방과 I ♥ 麗江 표지판이 낮보다 훨씬 선명해 보인다. 그것은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어둠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민주로 지하에는 지하상가가 있다. 고성을 벗어나 민주로를 따라 호텔이 있는 금갑로로 내려간다. 중간에 사자산 야시장을 만난다. 일종의 포장마차 개념으로, 주파가보다는 적은 돈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다. 이들을 지나 호텔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되었다.
 채운지남 패방과 I ♥ 麗江 표지판
ⓒ 이상기
내일은 옥룡설산에 오르는 날이라 아침 7시에 출발해야 한다. 그 때문에 아침 6시부터 아침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이번 여행에서 계획에도 없는 샹그릴라와 리장고성의 야경을 보느라 잠이 부족해졌다. 그렇지만 호텔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또 야간에 도심이 이렇게 생동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차마고도의 중심도시 쿤밍, 따리, 리장, 샹그릴라의 도심을 야간에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새벽에 찾아간 옥룡설산
 아침 햇살로 붉게 물든 옥룡설산
ⓒ 이상기
옥룡설산에 오르기 위해 아침 6시부터 식사를 하고 7시에 버스에 오른다. 기온을 보니 –8℃다. 우리가 옥룡설산에 오를 8시에서 9시 사이 기온도 –7℃에서 –5℃ 사이로 되어 있어 완전무장을 한다. 고산병을 방지하는 약도 먹고 산소통도 준비한다. 차에서 시험 삼아 산소통을 작동해 보기도 한다. 어둠을 뚫고 7시 45분에 빙천공원 3356m 옥룡설산 표지석 앞에 선다. 동쪽 하늘으로 여명이 보인다. 아침 일찍 와서 8시가 되기 전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해발 4506m 빙천공원(氷川公園) 상부 정류장까지 십여 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면서 일출을 맞이한다. 붉은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케이블카가 흔들려서 동영상을 찍기는 어렵지만, 좋은 사진 몇 장은 찍을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내리니 옥룡설산 정상부가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었다. 사람들이 붉은 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나무 계단으로 해발 4680m까지 천 개도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해발이 높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해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천천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옥룡설산
ⓒ 이상기
해발이 5590m나 되는 옥룡설산은 13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봉우리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고 최고봉이 선자두(扇子陡)다. 나시어로는 오우로(歐魯)라고 발음하며 천산(天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 소수민족이 신성시해 정상에 오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옥룡설산의 위쪽은 하얗게, 아래쪽은 검게 보여 흑백설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2007년에 국가 5A급 여유경구가 되었다. 2023년에는 옥호촌(玉湖村)에 과학관측연구소가 설립되어 설산의 환경 변화와 빙하에 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빙천공원 정상지점을 향해 오르는 중간에 4576m 표지판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등정을 포기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이곳에 오르는 사람 치고 산소통을 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해는 떠올라 옥룡설산을 밝게 비추고 햇빛이 흰 눈에 반짝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눈이 적게 왔는지 옥룡설산 정상에 만년설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봉우리 중 왼쪽에서 세 번째가 정상이다. 몸을 돌려 올라온 길 쪽을 보면, 수많은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진다. 마치 옥룡설산을 향해 절하고 있는 모습이다.
 4680m 높이를 표시하는 옥룡설산 표지판: 왼쪽에서 세 번째 봉우리가 정상이다.
ⓒ 이상기
4680m 정점에 이르면 돌로 만든 표지석과 나무로 만든 표지판이 있다. 4680 옥룡설산 표지석 앞에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옥룡설산 4680 표지판 앞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어서 옥룡설산 정상 봉우리를 올려다보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머문다. 해가 많이 떠올랐고 붉은색 옥룡설산이 하얗게 변했다.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고산에서 내려가는 것은 수월한 편이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옥룡설산을 올려다보는 보는 풍경 못지않게 내려다보는 풍경도 장관이다.
 옥룡설산 이정표
ⓒ 이상기
내려오면서 이곳에서 세계 각 도시까지 거리를 표기한 이정표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베이징까지 2,064㎞로 나와 있다. 카이로까지는 6,636㎞고, 케이프타운까지는 10,940㎞다. 서울까지는 2,758㎞고, 가장 먼 리우데자네이루까지는 16,308㎞다. 베를린까지 7,442㎞, 파리까지 8,311㎞로 나와 있다. 9시 50분쯤 빙천공원 아래 정거장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눈다. 10시 넘어 케이블카를 내려 람월곡(藍月谷)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이곳에서 보는 옥룡설산은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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