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교체 넘어 붕괴까지? 미국-이스라엘의 '동상이몽'

정주진 2026. 3. 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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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시간표 없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전쟁, 성과 위해 격렬해질 가능성 커

[정주진 기자]

 1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게 공격 당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
ⓒ 로이터/연합뉴스
18일(아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천연가스 공급 시설인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남서부 해안의 아살루예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를 공격했다. 이로써 이란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많은 민간시설 및 민간인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이란 정부 및 군사 시설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성격이 다르다. 경제 인프라를 파괴함으로써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란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경고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삼레프 정제 시설과 주베일 석유화학 단지, 아랍에미리트의 알 호슨 가스전, 카타르의 메사이드 석유화학 단지와 라스라판 정제 시설 등을 공격 목표로 지목했다.

이란은 이 계획을 즉시 실행에 옮겨 카타르의 천연가스 가공 시설과 수출 터미널이 몰려 있는 라스라판을 공격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가스 시설 공격도 시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 4기와 드론 6개를 요격했으며 드론 중 하나는 동부의 가스 시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승인 여부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통보 받았고 동의했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은 원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파괴와 다른 중동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가져올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원유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가져올 경제적, 사회적 파장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상이몽'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 론을 걷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EPA/연합뉴스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은 사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상이몽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양국은 이란 정권 교체라는 목표에 합의한 후 이란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해지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의 진행과 결말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앞으로 전쟁이 더 복잡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장기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전쟁에 끌어들였다는 의심을 받는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은 원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어서 특히 이목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초 목표는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포기를 명확히 선언하지 않는 이란의 정권 교체였고 무력 사용이라는 충격 요법으로 그것이 가능하리라 자신했다.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2월 26일 전쟁 전 마지막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음에도 이란 공격을 감행한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첫날인 2월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정부 및 군 핵심 인사 수십 명을 제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란 정권은 흔들렸지만 건재했고 공격이 계속될수록 이란의 반격 또한 거세졌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첫 주부터 적극적으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제공격을 감행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유가 급등으로 인해 더욱 거세졌다. 이런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지원 요청에 대한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거부로 노골화되고 절정에 달했다.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국 내의 불만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다. 특히 전쟁에 대한 보수 진영 내에서의 문제 제기 확산은 외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절정은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였던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의 사임이었다. 그는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한 로비 때문에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했음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 내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을 넘어 정치적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국내외 압박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이제 전쟁 종식의 명분을 찾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전쟁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정권 교체는 실패했으니 애초 또 다른 목표였던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과 의지가 말살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면 공격으로 오히려 핵개발 의지가 강해졌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부담스러운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이란 정권이 유지되고는 있으나 대폭 약화됐고 군사 능력 또한 더는 중동지역에 위협이 될 수 없는 수준이 됐음을 전쟁의 성과로 내세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당분간 이란에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이 있지만 분노한 이란의 강한 반격은 부담이다.

'정권 교체'가 아닌, 이란의 붕괴를 목표로 한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AP/연합뉴스
상황이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억지 명분과 성과를 만들어서라도 전쟁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란 정권과 군의 건재로 인해 사실상 전쟁으로 바뀐 게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이란을 공격하면서도 에너지 시설 공격은 배제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원유 가격 급등 억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과 이란의 중동 국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큰 국내외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를 벗어난 이스라엘의 공격을 제지해야 하지만 문제는 이제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목표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애초 목표 역시 이란의 정권 교체였다. 그러나 이란 정권이 이어지면서 이제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이 아닌 이란 국가의 붕괴로 목표를 바꾼 것처럼 보인다. 이번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이 이점을 잘 설명해준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란이 정치적, 경제적 기능 상실로 사실상 붕괴한다면 가장 큰 전쟁의 성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궁극적 목표는 이란의 핵 개발 능력과 의지를 말살하고 지역 무장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시켜 이란이 이스라엘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 제거와 정부 및 군사 시설 파괴를 통해 이 목표 달성에 다가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어느 때보다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란 최고 핵 과학자들이 사망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했다. 이란의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았다면서 "더는 예전의 이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7일 이스라엘은 이란의 최고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와 골렘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을 제거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카츠 국방장관은 "우리는 계속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다시 자라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란 국민이 정권을 제거하길 기대하면서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도 지속적인 지도부 제거를 통해 이란을 불능상태로 만들어 붕괴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스라엘이 목표 달성을 위해 종전이 아닌 전쟁 지속을 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처럼 장기간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악몽의 재연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미국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이란 전쟁은 네타냐후 총리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부패와 사기 사건으로 기소되어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2023년 10월부터 가자지구 전쟁을 이용했고 이제는 정치적 부활을 위해 이란 전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IDI)에 따르면, 전쟁 첫 주 이란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지지율은 93%에 달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제거하려는 네타냐후의 결정이 지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은 미국 내 높아지는 불만 여론 때문에 당장이라도 전쟁 출구 전략을 내놓아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과 대비된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종전은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하는 "공동의(mutual)"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 목표에 대한 두 사람의 이견이 확실해진 지금 이런 발언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 전략을,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지속을 원하는 상황이 어떻게 조율되고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는 전쟁이 종전 시간표 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적어도 두 사람의 목표 달성 정당화를 위해 이란을 향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이에 대한 이란의 반격 또한 격렬해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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