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4만건 ‘7년 만에 최다’… 늦깎이 엄마, 출산율 끌어올렸다

합계출산율 0.8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해 온 한국에서 4년 만에 반등 신호가 나타났다. 2023년 최저치인 0.72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을 끌어올린 건 무엇이었을까.
19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고,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0.05명 상승했다.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혼인 건수는 24만건으로 전년보다 8.1%(1만8000건)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4.7건으로 0.4건 늘었다. 반면 이혼은 8만8000건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출산과 혼인 지표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해제 이후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혼인 수가 급감했던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있지만, 반등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부장 약화로 대표되는 혼인 구조 변화, 출산 연령 상승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 쌍둥이 등 다태아 비중 확대, 육아휴직 등 정책적 요인과 기업 문화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혼인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혼인 규모(24만건)는 2018년(25만8000건) 이후 7년 만에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증가율(8.1%)은 역대 6번째다. 혼인 건수는 2012년부터 11년 연속 감소하다가 2023년(1.0%) 반등한 이후 3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인의 양태도 달라지고 있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85세, 여자 31.62세로 남녀 초혼연령 격차는 역대 최소(2.23세) 수준으로 좁혀졌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비율(20.2%)은 전년보다 0.3% 포인트 오르며 20%를 처음 넘겼다. 동갑 부부의 비중도 16.7%로 0.1% 포인트 증가했다. 과거 남성 연상을 선호하던 경향이 약해지고,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결혼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도 출산율 증가의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이 과거처럼 남성의 경제적 준비를 전제로 한 구조가 아니라 남녀가 함께 준비하는 ‘동등한 관계’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혼인 증가와 출산으로 일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산율 증가를 주도하는 핵심 연령대가 30대로 옮겨간 영향도 크다. 지난해 연령별 출산율은 30대 초반이 73.2명으로 가장 높았고 30대 후반이 52.0명, 20대 후반이 21.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 후반은 전년보다 6.0명 증가해 주요 연령대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출산율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30대 후반 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에도 51.7명으로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 흐름은 30대뿐 아니라 다른 연령대로도 퍼지고 있다. 30대 초반과 20대 후반, 40세 이상 출산율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 동반 상승’ 구조가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30대 초반은 2.9명, 20대 후반은 0.6명 늘었고 40세 이상도 0.8명 증가했다. 그동안 감소세였던 20대 출산율이 반등한 점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출산 연령 구조 변화도 반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엄마가 된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3.8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출생 비중은 37.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령 산모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시험관 시술과 같은 난임 치료 확대로 쌍둥이 등 다태아 출생이 늘어난 점도 ‘숨은 변수’로 평가된다. 다태아 출생 비중은 1995년 1.3%에서 2024년 5.7%로 크게 상승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다태아 출생은 한 번의 출산으로 두 명 이상이 태어나기 때문에 합계출산율에는 ‘두 배 효과’처럼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결혼·출산 지원 정책도 반등에 영향을 줬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남성 육아휴직 확대,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정책이 체감도가 높았던 정책으로 꼽힌다. 난임 치료 지원 확대도 출산 증가를 뒷받침한 정책으로 꼽힌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고, 정부가 관련 지원을 크게 확대하면서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처 설명에 따르면, 2년마다 이뤄지는 사회조사에서 결혼 후 출산에 관한 긍정 답변은 2024년에 2년 전보다 3.1%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출산 의사도 2.5% 포인트 증가했다.
반등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를 지금보다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 교수는 “지금은 육아휴직이나 일·가정 양립 제도가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런 제도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체감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합계출산율이 과거처럼 2명 수준까지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앞으로는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노동 생산성을 늘려서 부양 부담을 줄이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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