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 한켠에 올영?…‘K뷰티 플랫폼’ 선봉 [경영전략노트]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을 평정한 CJ올리브영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내수 시장 포화 상태를 극복하고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수출을 넘어 오프라인 직진출, 글로벌 벤더 사업, 자체 브랜드(PB) 전개를 아우르는 전방위 확장을 선언했다. 올리브영 행보는 브랜드 발굴과 큐레이션, 유통을 하나로 묶은 ‘플랫폼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유통 업계 관심을 모은다.

外人 수요 폭증 “현지서 팔겠다”
올리브영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국내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폭증과 호실적 덕분이다. CJ 공시를 보면, 지난해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 대비 22.4% 급증한 5조864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실적 배경에는 외국인 수요가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5%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오프라인 구매액 기준으로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올리브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9% 늘어난 7조3840억원을 기록할 것(DS투자증권 자료)으로 예상된다. 질적 성장도 두드러진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익은 올해 8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5%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관광객 쇼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K뷰티 쇼케이스’ 역할을 해낸 올리브영은 이제 국내로 찾아오는 외국인을 기다리는 단계를 넘어 직접 해외 소비자 안방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청사진도 뚜렷하다. 올리브영은 미국 현지 자체 매장 설립 외에도 세계 최대 뷰티 유통 채널 세포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직접 큐레이션한 ‘K뷰티 존’을 오는 8월 세포라 온·오프라인 채널에 선보이기로 했다. 일본, 중국, 유럽 시장에서는 유통 플랫폼 진출보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바이오힐보 등 올리브영 PB(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PB브랜드의 최근 5년 연평균 매출 신장률(2025년 기준)이 약 60%에 달할 정도로 순항 중이다.


카니발라이제이션 등 극복해야
다만 올리브영 글로벌 진출 방향성을 두고 시장에서는 3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세포라 등과의 파트너십(제휴) 한계, 카니발라이제이션, PB 전략 혼선 등이다. 우선 미국 시장 진출 핵심 파트너로 ‘세포라(Sephora)’를 선택했다는 점을 두고는 여러 이견이 뒤따른다. 태생이 유통 플랫폼인데 해외에서는 현지 플랫폼에 벤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게다가 세포라가 ‘최적의 파트너사’인지를 두고도 여러 말이 많다.
올해 1월 기준 미국 스킨케어 부문 매출에서 얼타(Ulta)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한 반면 세포라는 8%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과거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세포라가 안방인 미국에서 얼타의 K뷰티 확장에 대항하기 위해 올리브영을 ‘점유율 방어 방패’ ‘들러리’로 활용한다는 시각이 있다.
여기에 올리브영이 세포라에 공급할 ‘K뷰티 존’ 매대에는 아모레퍼시픽(라네즈 등)이나 LG생활건강(빌리프 등) 같은 앵커 브랜드는 빠진다. 기존 세포라와 직접 입점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브랜드가 유발하는 집객 효과 없이 인디 브랜드만으로 매출을 크게 견인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적으로 세포라 중개 벤더로서 발생하는 올리브영 매출이 전체 비중에서 유의미할 것이라 보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세포라와 협업해 현지 시장 상황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다”며 재무 기여도 한계와 전략 이점을 동시에 짚었다.
‘투트랙 현지 진출’ 전략 역시 제 살 깎아 먹기(카니발라이제이션)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올리브영은 세포라 벤더 참여와 더불어 오는 5월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첫 단독 매장을 연다. 그런데 그 위치를 두고 현지에서는 설왕설래다. 올리브영이 단독 매장을 낼 장소 건너편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버젓이 세포라 매장이 이미 있어서다. 게다가 올리브영이 5월경 단독 매장으로 입점한다는 LA 대형쇼핑몰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쇼핑몰 안에는 이미 세포라가 포진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동일 상권에서 자칫 같은 제품을 팔 수도 있고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물론 올리브영 내에서도 현지 매장 준비팀과 세포라 벤더팀이 각자 움직이고 있어 최대한 판매 제품을 겹치지 않게 한다는 말은 돌지만 해당 상권 방문 고객 입장에서는 올리브영 브랜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올영이 현지 운영을 하기엔 물류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미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투 등 글로벌 유통사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높은 이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감한 물류 투자를 통해 적기적시에 현지 유통채널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였다”며 “올리브영은 이런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현지 직영점이 계속 늘어날 경우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더불어 성장성이 뚜렷한 자체 브랜드(PB) 사업이 해외로 나와서는 ‘확고한 경영 전략이 있는 게 맞느냐’는 시각이 있다. 올리브영은 유럽 시장에서는 폴란드 유통기업 가보나(Gabona)와 손잡고 바이오힐보 등 PB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미국에서는 타사 플랫폼에 얹히는 모양새라 소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있다. 이러다 보면 독자 브랜드 전개와 유통 플랫폼 사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지역별 차별화에 집중할 것”
물론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충분한 대안과 비전이 있다’는 입장이다.
가장 지적을 많이 받은 ‘현지 물류 인프라 부족’ 우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3600㎡ 규모 첫 현지 물류 거점인 ‘미국 서부센터’를 구축하면서 일부 상쇄했다는 입장. 이 거점은 향후 북미 전역에 유통되는 K뷰티 상품 물류 허브 역할을 맡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세포라에 선보일 ‘K뷰티 존’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통관, 재고 보관, 배송 등 전 물류 과정을 책임지는 E2E(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자체 배송망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를 위해 집기 등 상품 외 분야 물류 지원도 병행, 브랜드사 부담과 벤더 사업 수익성 악화 우려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향후 동부 지역에 추가 거점을 확보해 다거점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포라 입점과 자체 매장 운영을 하다보면 올 수 있는 혼선 관련해서도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올리브영은 세포라 ‘K뷰티 존’을 인디 브랜드 진입 창구로 활용하고, 자체 매장은 스킨케어와 웰니스를 아우르는 체험형 쇼케이스로 상호 보완할 계획이란 입장이다. 오린아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세포라와 협업하는 방식 자체가 직접 리테일 운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세포라에서 올리브영 PB 상품은 배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세포라 매장에서 올리브영 PB 제품을 제외하거나 제한하는 방침은 없으며, 미국 시장 인지도와 적합성을 고려해 브랜드 구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뷰티 플랫폼 수출 가능?
글로벌 인디 브랜드 종합 채널 돼야
세간의 여러 불안한 시선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리브영의 해외 행보에 긍정적이다.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K뷰티 해외 확장은 브랜드 중심이었으나 올리브영은 브랜드 발굴, 큐레이션, 유통을 묶은 플랫폼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협업 구조에서 세포라 입점을 위해 올리브영 내 성과가 1차 검증 지표로 작동할 가능성이 커 국내 인디 브랜드 경쟁은 심화할 공산이 크며, 브랜드는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신제품 출시 역량과 트렌드 대응 속도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올리브영이 글로벌 시장에 연착륙하려면 현지 시장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증명해야 한다. 박현진 애널리스트는 “미국 뷰티 시장 전체가 커진다고 해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반드시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리브영이 향후 미국 현지에서 ‘한국 인디 브랜드 전용 채널’로 남을지, 아니면 ‘전 세계 인디 브랜드 종합 채널’로 진화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더불어 “매장 내 상품 구성 방식에 따라 향후 맞붙을 경쟁 상대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이닉스 안 부러워요”…26% 폭등한 SK이터닉스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현저한 저평가”…로봇 모멘텀에 목표가↑ LG이노텍[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주식 대폭락’ 주장 반복하는 ‘부자아빠’ 기요사키- 매경ECONOMY
- “비트코인 290만달러 간다”…이더리움도 초강세 전망한 ‘반에크’- 매경ECONOMY
- 현대건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1700억 PF 지원 중단…지연금리 15%- 매경ECONOMY
- [속보] 李 “노인빈곤 줄이려면 기초연금 바꿔야…증액만 하후상박 어떤가”- 매경ECONOMY
- 美 첫 첨단 원전 승인…SK 복 터졌네- 매경ECONOMY
- 전쟁 방정식을 바꾸다…‘AI 지휘관’ [스페셜 리포트]- 매경ECONOMY
- 테슬라 따라 하다 이번엔 엔비디아…현대차 자율주행, 문제없나요- 매경ECONOMY
- “젠슨 황이 칭찬할 정도면”…‘32만전자’ 간다는 노무라-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