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방정식을 바꾸다…‘AI 지휘관’ [스페셜 리포트]

2026. 3.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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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월 3일 새벽,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외곽의 군사기지 ‘푸에르테 티우나’를 급습했다. ‘앱솔루트 리졸브’로 명명된 이 작전의 목표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의 체포였다. 미국은 150대 이상의 항공기와 드론, 사이버·우주 전력을 동원했다. 미군은 별다른 피해 없이 순식간에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베네수엘라의 레이더와 전력망은 전자 방해 공격으로 무력화됐고, 방공망 상당수가 사전에 파괴됐다. 수십년간 권좌를 지켜온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은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와 함께 미 해군 함정 이오지마함에 실려 뉴욕으로 이송됐다. 작전 중 미군 피해는 병사 7명이 부상을 입은 게 전부였다.

# 2월 28일 오전 9시 40분(현지 시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 상공에 나타났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최고국가안보회의 고위 간부들과 회의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이스라엘군은 30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무차별 폭격 세례를 받은 이란 국가 수장 하메네이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수뇌부가 한 번에 죽는 상황에도,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올해 초 세상을 흔든 두 작전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인공지능(AI)이 쓰였다는 점이다. 두 작전 모두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팔란티어(Palantir)의 시스템을 통해 활용됐다.

클로드는 위성 영상 분석, 방대한 첩보 데이터 처리, 적 지휘부의 이동 패턴 추적 등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I가 전장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지휘통제실’ 역할을 맡은 것이다. AI가 전장 한복판에 서면서 전쟁 양상은 바뀌는 추세다. 장군 여러 명이 지도를 보며 작전을 일일이 지시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위성과 카메라, 레이더 데이터만 주면, AI가 실시간으로 완벽한 작전을 만들어준다. 그야말로 ‘AI 장군’이 활약하는 시대가 됐다.

21세기 전쟁은 미사일과 무인기 등 무인 무기체계가 활발히 쓰이고 있다. AI는 이들을 조종하며 전장을 지배 중이다. 사진은 이스라엘에 떨어진 이란 미사일. (로이터=연합뉴스)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한 ‘방산 AI’

러우 전쟁으로 개화, 이란으로 정점

본래 AI는 비영리적 목적과 인류 문명 발전을 위해 연구된다는 명분 아래 개발돼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군과의 협력을 꺼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구글은 임직원들의 집단 반발로 인해 펜타곤의 AI 표적 식별 프로젝트인 ‘메이븐’에서 철수한 바 있다. AI 개발 초창기, 개발자들은 비윤리적인 일에 AI를 쓰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른바 ‘테크노크라트’라 불리는 애국주의 성향의 개발자 그룹이 등장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기업과 경영진, 개발진이 국가를 위해 일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익을 위해 IT와 AI 기술을 활용할 것을 적극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선두 주자가 바로 팔란티어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를 포함한 5인이 9·11 테러 이후 CIA와 연계해 2003년 설립한 회사다. 초기에는 테러 추적과 정보 분석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현재까지 회사 경영을 주도하는 CEO 알렉스 카프는 줄곧 서방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는 “전쟁은 이제 우월한 AI와 전자전을 보유한 쪽이 이긴다”며 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극 나섰다. 팔란티어 경영진의 생각은 초창기 실리콘밸리 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팔란티어에는 비(非)윤리적 기업이란 꼬리표가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팔란티어는 미군과 협업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대 들어 팔란티어 경영진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율 무기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 방산 AI 특화 기업 쉴드AI(Shield AI) 등 전장용 AI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팔란티어가 서서히 본궤도에 올라서고 신생 AI 기업이 등장하고 있었지만, 2021년까지만 해도 ‘전장용 AI’는 추상적인 개념이 강했다. 개발자들조차 AI가 실전에 투입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리라 내다봤다.

이러한 예측은 2022년 깨졌다. 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당시 팔란티어는 우크라이나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했다. 위성 영상, 드론 영상, 오픈소스 정보를 AI로 통합 분석해 우크라이나 지휘관에게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카프는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우크라이나 전장 표적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초 세계 2~3위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4주 내로 점령할 것이란 예측이 강세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장은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무인기와 AI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우크라이나 군은 절대적인 병력·장비 열세에도 러시아의 전면 점령을 저지했다.

러시아 군이 나타나는 곳마다 귀신같이 우크라이나 군이 나타나 진격을 막아섰다. AI 조언에 맞춰 우크라이나 군이 미사일과 무인기를 날릴 때마다 러시아 장성들이 죽어갔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조차 극복하게 만드는 AI의 위력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미군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4년 팔란티어와 파트너십을 맺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미군 기밀 분류 네트워크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2025년 7월 펜타곤은 앤트로픽과 최대 2억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클로드는 핵 관련 국가 실험실, 정보 분석 업무, 국방부 전반의 작전에 광범위하게 배치됐다.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에 통합된 클로드는 실시간 표적 정보를 공급하는 핵심 엔진이 됐다. 그리고 2026년 초 두 개의 ‘참수 작전’을 통해 AI 지휘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까지

AI 전력, 더욱 강력해진다

전문가들은 AI의 전장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 내다본다. 현대전의 패러다임 자체가 유인 항공기·전차 중심에서 드론과 미사일, 무인체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공습을 당한 이란이 대표적 사례다.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이란은 전통적인 지상전 대신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세로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의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과 드론 군단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며 미국과 이스라엘, 걸프 국가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전장이 무인화·자동화될수록 AI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 특정 요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수천명의 정보원과 전투기, 지상병력을 동원해야 했다. 이제는 다르다. 데이터를 수집한 AI가 좌표를 찍기만 하면 무인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가 국가 수장을 암살하는 시대다. 수천 장의 위성 영상과 방대한 신호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최적 타격 시점을 계산하는 AI의 능력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알렉스 카프 CEO는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단 하나의 표적을 지정하는 데 2000명이 필요했지만, 오늘날 메이븐을 활용하면 단 20명으로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아예 ‘하드웨어’에서도 AI가 두각을 드러낸다. 로봇이라 불리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등장 덕분이다. 현재의 AI는 주로 정보를 분석하고 인간 지휘관의 결심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보조를 넘어 직접 전쟁 수행의 주체가 된다. AI가 직접 무기를 운용하고 타격을 실행하는 것이다. 스스로 전장에서 움직이는 자율 드론, 전투 로봇, 자율 수상함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미 안두릴은 AI 기반 자율 무기 시스템을 미군에 납품하고 있다. 쉴드AI는 GPS 없는 환경에서도 독립 비행하는 전투 드론 AI를 개발 중이다. 피지컬 AI까지 전면 무기화된다면, AI는 지시를 내리는 보조자를 넘어 직접 방아쇠를 당기는 전투원으로 진화한다. 전쟁의 개념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K방산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전장 AI 기업과 손을 잡으며 최신 방산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팔란티어는 KT·삼성전자·LIG넥스원 등과 잇따라 손잡으며 국내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가 지분 34%를 보유한 팔란티어코리아유한회사는 한국 사업 첫해인 2023년 약 180억원, 이듬해 2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만에 매출이 65% 증가했는데, 지난해엔 국내 AX 열풍을 타고 더 가파르게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두릴인터스트리즈는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한 미 스타트업 쉴드AI도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아예 독자 AI 구축에 나서기도 한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7월 서울대·KAIST·네이버클라우드 등 10여 개 기관과 ‘국방 AI 기술 자립’ MOU를 맺고 이른바 ‘방산 소버린 AI’ 구축에 착수했다.

소버린 AI란 해외 AI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로 운용·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방위사업청 주관 937억원 규모의 한미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성능 개량 사업을 수주했다. 지휘통제체계에 AI를 적용하는 국내 첫 사례다.

‘살상 기계’ 등장에 반발하는 여론

윤리적 상한선 어디까지?

AI가 전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논란도 커지는 모양새다. 살상 기계의 등장에 여론이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면서다. 게다가 확고한 기술력을 보유한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은 비윤리적인 일에 자사 AI가 쓰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마두로 생포 작전 이후 앤트로픽은 팔란티어에 클로드가 해당 작전에 사용됐는지 문의했다. 이 사실이 펜타곤에 전달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에밀 마이클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은 “만약 다음 작전에서 AI가 거부(refusal) 반응을 일으켰다면, 우리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라며 헤그세스 장관에게 즉각 보고했다.

2월 24일 헤그세스 장관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에게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모든 사용 제한을 철폐하고 ‘모든 합법적 목적’을 위해 클로드를 제공하라는 요구였다. 거부하면 2억달러 계약 해지, 공급망 위험 지정, 국방생산법 발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압박이 뒤따랐다. 앤트로픽의 답변은 단호했다. 두 가지 레드라인은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무차별 감시, 그리고 인간 감독 없는 완전 자율 무기 운용에 클로드를 사용하는 것. 2월 27일 오후 5시 기한이 지나도 앤트로픽은 굴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사용 중단을 명령했고, 헤그세스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업체로 지정해 모든 국방 계약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과거 화웨이에 적용됐던 바로 그 조치였다.

다만, 제재가 발표된 바로 그날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에서도 클로드는 팔란티어 메이븐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표적 식별에 투입됐다. 이란전 초기 24시간 동안 클로드가 1000여개 이상의 표적 처리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대체재를 당장 찾을 수 없었던 국방부(전쟁부)는 제재 발표 이후에도 클로드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체재가 확보될 때까지 당분간 클로드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급히 대체재를 찾던 미국 국방부는 곧바로 오픈AI, 일론 머스크의 xAI 그록 등을 대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들 기업도 앤트로픽처럼 ‘명확한 레드라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다만,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기업의 저항이 곧 무너지리라 전망한다. 여러 기업이 앤트로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 나서는 탓이다.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이 이미 클로드 대체 작업에 착수했다. 구글도 국방 AI에 뛰어들었다. 국방부용 AI 플랫폼 ‘GenAI.mil’에 에이전트 도구를 도입해 이용자들이 비기밀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글은 회의록 요약, 예산 편성, 국방 전략 지침 검토 등 사전 제작된 에이전트 8종을 함께 제공한다. 미국 국방부와 구글은 AI 에이전트를 기밀 업무에도 사용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 역시 AI 군비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여론의 눈총은 따갑지만, 전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 속, 무작정 전쟁용 AI를 외면하기 힘들어서다. 일례로 영국은 우크라이나와 무기 사용과 관련한 데이터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가 실전을 겪으며 쌓은 전장 AI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른 우방국에도 데이터 공유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강대국들도 군사용 AI 확대에 힘을 기울인다. 김현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넥스트 오펜하이머 시대: 자율살상무기 발전에 따른 예상쟁점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군사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중이다. 이에 따른 군비 경쟁의 심화와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우려도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과거 핵 군비를 통제했던 것처럼 AI 군비 통제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진욱 세계일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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