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어른 행세] BTS 광화문 공연 바라보는 어느 종로구민의 마음

임은희 2026. 3. 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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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아리랑' 이름으로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위로... 화합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서울, 부산, 경기도 가평, 제주, 미국에 흩어져 사는 6인이 쩨쩨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편집자말>

[임은희 기자]

▲ BTS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 3월 17일 19시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방탄소년단(BTS) 아리랑 공연 준비 현장과 홍보 현수막을 구경하며 광화문의 밤을 즐기고 있다.
ⓒ 임은희
"BTS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3.21.(토) 광화문 공연 교통 안전정보"
<K문화의 중심 종로구>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여기저기에 보라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는 21일에 열릴 비티에스(BTS) 광화문 공연으로 종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7일, 광화문광장에서 현수막을 구경하는 청년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일본에서 왔다는 그들은 '아미(army)'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아미'는 BTS 팬클럽의 이름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BTS 공연

광화문광장에서는 동시에 여러 집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파면'을 외쳤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파면 반대'를 외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차벽을 세워 두 집단을 갈랐다. 이로 인한 불편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손님이 없어서 큰일이라는 동네 자영업자들의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지난 대선 이후에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광화문 광장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대부터 40대인 지금까지 광화문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수많은 행사와 집회를 보았지만, 걱정 없이 마냥 즐거웠던 행사는 월드컵 응원 하나였던 것 같다. 계엄 이후 더 심해진 갈등을 지켜보며, 우리에게 그런 즐거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회가 찾아왔다.
▲ BTS 아리랑 공연을 앞둔 종로구의 이모저모 종로구 팔판길에 위치한 꽃가게 <우아화>는 방탄소년단(BTS)과 콘서트를 보기 위해 종로를 방문할 팬들을 위해 보라색 꽃들로 가게를 장식했다(사진제공; @wooahwa). 교보생명은 BTS와 협업하여 교보빌딩 광화문 글판에 '나에게서 시작한 이야기가 온 세상을 울릴 때까지'라는 문구를 올려 시민들에게 희망과 격려를 전하고 있다. 교보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음악과 책을 문화로 엮어 특별매대를 구성했다. 종로구는 BTS와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아리랑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 중이다.
ⓒ 임은희
이번 공연을 두고 특정 사기업과 아이돌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무대를 공공장소에서 진행하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2023년 12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된 광화문광장 주변의 <조선일보>, <동아일보>, KT신사옥 등 건물들이 대형전광판을 설치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동안 보행자인 나는 아무런 이득 없이 360도로 펼쳐지는 광고도 강제로 시청하며 살았는데, 하루 공연이 대수인가 싶다.

공권력 동원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성난 사람들을 말리는 일에 동원하는 공권력은 당연한 것이고,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원하는 공권력은 아까운 것일까. 게다가 한화와 SBS가 공동주최하는 서울불꽃축제는 해마다 경찰력을 동원하지만, 이를 두고 공권력 남용이라며 비난하는 언론은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의 논리가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수사 중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나 물의를 일으킨 일부 방탄소년단 멤버를 두둔하고 싶지도 않다. 이 모든 논란에도, 광화문광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의 얼굴에 깃든 미소가 좋아서 오는 21일 공연을 응원하고픈 마음이 생겼을 뿐이다.
▲ BTS로 하나되는 전광판 광화문 광장 주변의 전광판들은 방탄소년단(BTS) 관련 영상을 송출 중이다.
ⓒ 임은희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정부

159명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안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참사 이후 우리는 2025년 9월 27일 세계불꽃축제(약 100만 명 참가) 등을 안전하게 치른 경험이 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안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15일, 서울경찰청은 경찰력 6500여 명을 동원해 인파관리·교통통제·테러예방 등 다각적 안전대책을 추진해 시민 안전을 지키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낙상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고층 빌딩은 공연 당일 폐쇄할 예정이고,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곳들은 전부 안전가드를 설치했다고 한다. 효율적인 인파 관리를 위해 출입구를 제한하는 '스타디움형 인파관리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 BTS 컴백 공연, 도시 점검 중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나흘 앞둔 17일 공연장 설치가 진행 중인 광화문 광장 주변과 인근 건물 옥상에는 경찰들이 순찰 중이다. 공연장 인접 지역은 꽃심기, 인도 보수를 진행 중이다. 공연장 근처의 모든 환풍구에는 낙상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가드를 설치했다.
ⓒ 임은희
화합의 공간으로
How you doin'? I'm fine
내 하늘은 맑아
모든 아픔들이여
Say goodbye

<I'm Fine> 방탄소년단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약 630년 동안 도읍지 역할과 그 기능을 유지해 온 종로의 심장부에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경복궁을 배경으로 '아리랑'과 같은 이름의 무료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함께 웃고 노래하는 광화문광장을 잦은 전쟁으로 지친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위로를 건네고 싶다. 때로는 시간이 돈보다 귀하다. 우리는 오랜만에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얻었다. 광화문광장 주변의 소상공인들에게도 공연 전부터 인파가 북적이는 이번 행사는 큰 기회일 수 있다.

나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더 높여 줘
네 목소릴 Play on
내 심장소릴 들어 봐

<Save ME> 방탄소년단

거대 사기업과 아이돌이 공공장소와 공권력을 이용한다기 보다, 우리가 방탄소년단과 넷플릭스를 이용해 화합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아미'가 아니면 어떤가. 우리는 걱정 없이 함께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두 번의 탄핵으로 무능력한 대통령을 교체하고 비폭력 집회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의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광화문 광장의 보랏빛 축제를 잘 치러냈으면 한다.
▲ BTS 아리랑 공연 나흘 전, 무대 준비로 분주한 광장 방탄소년단(BTS)의 아리랑 공연을 나흘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무대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임은희
《 group 》 그럭저럭 어른 행세 : https://omn.kr/group/2025_adult
쩨쩨하고 궁핍하지만, 울고 웃고 버티며 오늘도 그럭저럭 어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삶을 글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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