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늘고, 이혼 IMF 이후 최저…“혼자보다 둘이 낫다”

남수현 2026. 3. 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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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추계 웨덱스 웨딩 박람회에서 예비 부부들이 전시된 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뉴스1


결혼 5년차인 직장인 권모(35)씨는 지난해 배우자와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면서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서로 조율하며 살기로 마음을 바꿨다. 어린 자녀가 눈에 밟힌 건 물론 이혼 후 경제적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이혼하면서 재산을 반으로 나누면 당장 사는 집부터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잦은 말싸움으로 힘들지만 결혼을 유지하는 편이 여러모로 나아 참고 산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혼 건수가 외환위기 시기인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혼 이혼’이 증가세라는 통념과 달리, 혼인 지속 기간이 10년 미만인 부부들의 이혼이 크게 줄었다. 불황 속 혼인 관계를 안정적인 경제적 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 등이 반영된 흐름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8만8100건으로 전년 대비 3000건(3.3%) 감소했다. 이는 1997년(9만1160건)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11만800건을 기록한 이후로는 6년 연속 감소했다.

이혼율도 감소세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은 2019년(2.2건) 이후 내리 감소해 지난해 1996년(1.7건)과 같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유배우 이혼율)도 3.5건으로 2019년(4.5건) 이후 꾸준히 감소 중이다. 특히 혼인 지속 기간이 5~9년인 부부들의 이혼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7.2%)으로 줄었고, 4년 이하 신혼부부들의 이혼 건수도 5.6% 감소했다.

박경민 기자


이혼이 줄어드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2012년 이후 2022년까지 11년 연속 결혼 건수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 이 기간 결혼한 부부 수가 줄다 보니 이후 이혼한 부부 수도 적어진 것이다. 혼인 지속 기간이 비교적 짧은 부부들의 이혼이 주로 감소한 이유 중 하나다.

혼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부부=경제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혼인을 유지한다는 해석이다. 인구 전문가인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혼인하면 주거 혜택 등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제도가 많아졌다”며 “반대로 이혼에 따르는 비용은 자녀 양육비부터 생활비·주거비 등으로 만만치 않아, 감안하고 사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일·가정 양립에 대한 관심이 늘고, 가부장적 문화 대신 부부가 협심해 아이를 키우는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라며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어 이혼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부 간 갈등을 비추는 각종 이혼 예능이 역설적으로 보는 이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2월 “한국에서 결혼생활이 오래 유지되는 비결은 수많은 이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보도했다. 기혼자들이 이혼 예능을 보며 “내 사정은 저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현정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과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혼인·이혼 통계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혼인 30년 이상 부부들의 이른바 ‘황혼 이혼’(1만5600건)은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혼인을 지속한 기간별로 이혼 건수를 보면 30년 이상이 17.7%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10년 전인 2015년엔 0~4년(22.6%)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홍석철 교수는 “상대를 잘 파악하고 결혼하는 지금 30대와 달리, 어르신들은 과거의 가부장제 하에서 결혼한 세대”라며 “자녀들도 다 키웠으니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식이 발현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 건으로, 전년 대비 1만8000건(8.1%) 증가했다. 2019년(23만9200건)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혼인 건수는 2012년 이후 11년 연속 하락하다가 2023년부터 반등해 3년 연속 늘고 있다. 2024년(14.8%)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증가율은 역대 6번째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진입하면서 혼인 증가를 주도하는 흐름이다.

연령별로는 남녀 모두 30대 초반(30∼34세)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 초반에서 남녀 각각 1만2000건(13.5%), 1만1000건(13.2%) 증가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9세로 전년과 비슷했고, 여성은 31.6세로 전년보다 0.1세 올랐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녀 각각 1.3세, 1.7세 오른 것이다. 남녀 간 평균 초혼 연령 차이는 2.2세로 역대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연상연하’ 부부 비중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비율이 20.2%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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