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기 대표 “부동산 쏠린 금융, 규제·인센티브 통째로 바꿔야” [2026 미래경제포럼]

최은희 2026. 3. 19. 18: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 강연
“부동산 쏠림이 경제 체질 개선 가로막아”
“규제·감독·인센티브 ‘룰 재설계’ 불가피”
“민관 위험 분담과 사업성 중심 평가 체계 필요”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전 일자리위 부위원장)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CCMM 12층 컨벤션홀에서 ‘2026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부동산 중심 ‘자산 순환’에 매몰된 한국 금융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규제와 자본 규제, 감독체계, 금융회사 내부 인센티브 구조까지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쿠키뉴스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CCMM 12층 컨벤션홀에서 ‘2026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돈의 방향을 바꾸다 : 생산적 금융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생산적 금융의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한 현실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전 일자리위 부위원장)는 “돈의 방향이 중요하다”며 “자금은 실물경제와 혁신기업으로 흘러가 투자와 고용, 생산과 소비, 재투자를 이끄는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 안에서만 순환하는 자산 순환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20년 한국 금융을 ‘성장엔진으로서의 금융’과 ‘자산 순환 중심 금융’ 두 흐름으로 나눠 설명했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등 비생산적 자산 안에서만 돈이 도는 자산 순환이 투자·고용·생산을 일으키는 성장 금융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자산경제를 떠받치는 것이 바로 부동산 중심 자산 순환 금융”이라며 “이 구조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 병목으로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유리하게 짜인 규제·인센티브 체계를 꼽았다. 기업 대출에 비해 개별 대출 규모가 작아 관리가 용이한 데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건재한 만큼 돈 떼일 가능성이 낮다. 반면 혁신기업 대출은 바젤 기준 위험가중치와 건전성 규제·내부 자본 부담에서 불리하고, 은행 자본이 한정된 상황에서 거주용 부동산 대출처럼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이 훨씬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 내부 성과평가·보상 체계 역시 담보와 단기 현금흐름을 중시해, 부동산 금융에 특화된 인력과 조직으로 보상이 몰리는 구조인 점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누구나 강남 3구 부동산 담보대출을 많이 할수록 조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걸 안다”며 “담보도 없고 2~3년 뒤 원리금 상환 전망이 불투명한 혁신기업·벤처 금융은 자연스럽게 회피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나빠서가 아니라, 규제·감독·내부 인센티브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생산적 금융이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방식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산업적 순환·성장 엔진으로서 금융으로 바꾸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전 일자리위 부위원장)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CCMM 12층 컨벤션홀에서 ‘2026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은재 기자

김 대표는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르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금융에 맞춰져 있는 건전성 관리·자본 규제·인센티브 구조를 ‘눌러’ 완화하는 한편, 혁신 기업·모험자본으로 돈이 흘러갈 때 불리했던 규제와 내부 평가 기준을 ‘끌어올려’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바젤 규제 체계의 세 기둥인 △외부 규제자본 △내부자본 △공시·시장규율까지 아우르는 ‘룰 재설계’가 불가피하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생산적 금융을 하려면 생산적 금융에 맞는 감독 체계가 먼저 서야 한다”며 “단기적 면책 조항이나 예외 인정으로는 지속 가능한 전환이 어렵고, 제도와 감독, 내부 인센티브 전체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위험 분담 구조’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민간 금융기관이 불확실한 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초기 불확실성은 국민성장펀드나 정책금융이 앞단을 커버하고, 중·후단은 5대 금융지주가, 세부적인 부분은 상호금융 등 지역 금융이 맡는 식으로 위험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산업에 대한 파악은 5대 금융지주보다 BNK 같은 지방금융지주가 더 잘할 것”이라며 산업은행·5대 금융지주·지방금융이 역할을 분담하고 정보·판단 능력을 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 측면에선 1차 발행시장, 후기 성장자금, 세컨더리 마켓과 같은 회수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 종료 때까지 자금이 묶이는 게 아니라, 중간에 후기 성장자금, IPO 직전 자금, 세컨더리 마켓,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시장제도를 통해 자금이 환류돼야 한다”며 “코스피·코스닥 거래시장뿐 아니라 신규 IPO, 1차 발행 시장 활성화가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는 자본시장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금이 회수돼 다시 재투자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만 반복 가능한 생산적 금융 흐름이 가능하다”며 “연체율·부실률만 보는 기존 평가 방식을 넘어, 매출·수익 구조·계약 지속기간 등 사업성과 중심의 새로운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가·KPI 개편도 필수 과제로 꼽았다. 김 대표는 “연체율·부실률 평가를 넘어, 2~3년 후 현금흐름과 질적 성과까지 반영해야 한다”며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계약 상대가 누구인지, 계약 기간이 얼마나 장기인지 등도 대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대비 수익률, 고객의 질 등 산업·기업·업종에 대한 정보와 이를 평가할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변화 없이는 생산적 금융이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연체 3~6개월이 발생해야 뒤늦게 관리에 들어가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며 “사업 흐름, 분기별 영업 성과 등 다른 기준을 통해 중간에 신호를 포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 신호와 필요성에 대한 합의는 어느 정도 있지만, 기존 건전성·리스크 인식, 인센티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예외·특례로만 생산적 금융을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1~2년 ‘근단기 과제’로는 가격 재설정을 꼽았다. 김 대표는 “그동안 부동산 신용의 가격은 과도하게 후하게 평가됐고, 혁신기업 대출은 거의 외면당해 왔다”며 “금융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영역의 가격 리프라이싱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이 적절히 위험을 나누고, 회수시장을 통해 자금이 묶이지 않고 순환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실패에 대한 규율과 감독, 내부 인센티브의 ‘생산적 내재화’가 뒤따라야 반복 가능한 생산적 금융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