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제일 빠른 마감, 한국 시골로 모인 세계의 젊은이들

조계환 2026. 3. 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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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다시 시작하며...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농사 지으며 '다시 만난' 한국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유기농사를 짓습니다. 세계 속에 한국 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는지 나름 최전선에서 관찰해왔습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한국,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다시 만납니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인적조차 드문 한국 시골 유기농 농장에 세계 젊은이들이 찾아와 함께 농사 짓는다.
ⓒ 조계환
2013년 시작한 팜스테이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노동과 숙박을 공유하고 있다. 인적조차 드문 시골 유기농 농장에 다양한 세계 젊은이들이 찾아오며 또 다른 세상 소식을 전해준다. 세계 속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외국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듣는 것은 흥미롭다.

한국 방문 여행자 연간 2000만 명 시대, 한국에는 왜 이렇게 외국인들이 몰려오는 걸까? 팜스테이를 하며 느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다시 기록한다. 지난 연재 백화골 팜스테이 '한국이 좋아서'(https://omn.kr/2656h)에 이은 '시즌 2'인 셈이다. 이번 연재명은 '다시 만난 한국'이라고 지었다. 조금 더 심도깊게 외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세계 속 한국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여는 기사는 그동안 외국인 친구들과 지낸 소회와 인상적인 일들, 경과 보고다.

우연히 시작한 팜스테이

2013년 우연히 팜스테이 호스트가 되면서 외국인 봉사자들이 농장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 달에 한 두명 꼴로 봉사자들이 머물렀는데, 함께 지내는 것이 설레면서도 힘든 시기였다. 생판 모르는 외국인과 먹고 자고 함께 지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나라별 식사 예절과 문화도 다르고, 설거지 방식, 말하는 방식도 달랐다. 세상엔 참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걸 배우고 체감한 시간이었다.
 지난해 봄에 함께 농사지었던 오스트리아, 일본, 프랑스 친구들. 밭에 단호박과 땅콩을 심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일본친구는 한국말을 아주 잘했다.
ⓒ 조계환
한국말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20대 젊은이들이 여든 넘으신 동네 할아버지를 동네에서 만나자 나름 친근함을 표현하려고 밝게 웃으며 "안녕~!" 하고 손을 흔든 적도 있다. 해가 귀한 아이슬란드에서 온 한 친구는 도착한 다음 날, 낮에 쨍쨍하게 해가 비치기 시작하자 점심시간에 갑자기 비키니로 갈아입고 나오더니 툇마루에서 일광욕을 하기 시작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깜짝 놀라 지나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놀랄 만큼 극성스러운 한국 문화 팬도 있었지만, 모두가 다 한국을 좋아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별 생각 없이 들른 친구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문화는 10대들이나 열광하는 좀 독특한 변방의 문화로 여겨지던 시기였다. 처음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친구들이 많이 왔다.

아무래도 한류가 아시아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인 것 같다. 우리는 TV를 보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잘 몰랐던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이나 K팝 가수들을 외국인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 농장에 왔던 말레이시아 봉사자가 마침 농장에 놀러 왔던 후배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 그 친구들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아들을 낳고 한국 식당을 운영하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변화를 체감한 순간
 외국인이 오면 그 사람들은 뭘 먹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밭에서 나온 유기농 채소로 한식을 만들어 먹는다. 김치도 당연히 매 끼니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 조계환
팜스테이 프로그램을 몇 년 하다보니, 짧게 며칠씩 왔다 가는 봉사자는 오히려 힘든 점이 많아 체류 기간을 최소 한 달 이상으로 바꾸었다. 체류 기간을 제한하니 주로 유럽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친구들이 제일 많이 왔다. 그 친구들이 해주는 프랑스 음식을 자주 먹었다. 특히 만들기 쉽고 누구나 좋아하는 크렙(Crepe)을 제일 많이 먹은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크렙(Crepe) 요리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017년 5년 정도 팜스테이를 한 후에 기사를 썼을 당시만 해도 우리는 한국 문화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이렇게 좋아하네' 하면서 놀라는 정도였던 것 같다(관련 기사 : 백화골에는 왜 이렇게 외국인들이 몰려오는 걸까?).

뭔가 큰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뒤부터다. 많은 사람이 방에 갇혀서 OTT서비스를 많이 보게 되었고, 다양한 나라 문화들이 경쟁하게 됐다. '10대들이 좋아하는 K팝' 정도로 생각했던 한국 문화에 세계인들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함께 일하면 힘이 훨씬 덜 든다. 대만, 캐나다, 한국 봉사자들과 함께 땅콩을 수확하고 있다.
ⓒ 조계환
K팝은 물론,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 뮤지컬, 인디 음악, 요리, 소설, 카페 문화 등 외국 친구들이 좋아하고 관심 갖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우리는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부터 갑자기 눈에 띄게 몰려들기 시작한 독일 젊은이들을 보며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많은 독일 젊은이들과 함께 농사일을 했다. 무비자 3개월 여행이 아닌 1년 동안 머물며 여행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독일 젊은이들만이 아니었다. 브라질, 멕시코, 말레이시아, 일본, 싱가포르, 영국, 덴마크,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 친구들이 일찍이 예약을 하는 바람에, 방이 세 개밖에 없는 농장 숙소는 몇 년 전부터 언제나 꽉 차곤 한다.

2023년부터 2년간 농장에 찾아오는 외국인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연재 기사를 작성했다. 사실 우리는 전업 농부이기 때문에 농사철에 기사를 작성할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만 알고 지내기에는 아까운 인상적인 친구들이 오면 밤잠 설쳐가며 기사를 작성했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었고, 인터뷰 대상이 된 외국인 친구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즐거워했다.

멈췄던 연재를 다시 이어가는 이유
 지난해 여름, 막바지 더위에 일하느라 고생하던 독일, 미국, 벨기에 친구들과 일 끝나고 농장에서 멀지 않은 경주 월정교로 산책을 나갔다.
ⓒ 조계환
2024년 겨울 계속 연재 기사를 이어가려 했지만, '한국이 좋아서'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이어가기 어려운 시기가 찾아왔다. 그해 12월 3일 여느 농민들처럼 밤 9시에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메일함에 외국 친구들 메시지가 수두룩하게 와 있는 게 아닌가.

"괜찮아요? 한국에 계엄령이 내려졌다는데 거기는 안전해요?"

1년 전 이맘 때쯤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외국인 친구들과 답답해 하며 농사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넘어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은 정치적인 역경을 딛고 다시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에는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고,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외국인 방문객 3000만 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외국인 친구들한테 왜 한국 문화가 인기가 있는지, 한국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한국 문화가 발전한 것이 아니라, 원래 괜찮았던 한국 문화를 이제 세계인들이 발견한 것 같았다.

한국에 왜 이렇게 여행자들이 몰려드는지 이유도 알게 됐다. 안전하고, 음식이 맛있고, 자연이 아름답고, 역경을 딛고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한국처럼 밤 9시 이후 혼자 돌아다녀도 안전한 나라는 세계에 몇 안 된다고 한다. 함께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한국인의 공동체 정신이 멋지다고 한다.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고 세계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을 팜스테이를 통해 만나고 있다.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바로 집 창문가에 앉아 있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매력 있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많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들에게 한국 유기농 농장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 한 해 봉사자 예약은 벌써 다 끝났다. 역대 제일 빠른 예약 마감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비닐하우스에 브로콜리, 봄배추 등을 심었다. 말레이시아, 독일, 프랑스, 한국 청년이 함께 일했다. 몇 년째 한국 앓이를 하고 있다는 프랑스 친구 사연, 1년간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을 여행하고 있는 독일 친구의 여행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농장에 찾아오는 친구들 이야기를 앞으로 계속 전하고자 한다.
 올해 첫 봉사자들인 말레이시아, 프랑스, 독일 친구들과 비닐하우스에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심었다.
ⓒ 조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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