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병 압박 속 미·일정상회담…다카이치 선택, 韓 기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사태와 경제 협력 등 현안을 논의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은 두 번째 양자 회담이다. 지난해 10월 21일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백악관 방문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을 놓고 동맹국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가운데 열려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대응 방향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향후 선택에 하나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호르무즈 연합군 참여’ 다시 압박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동맹국들이 선을 긋자 지난 17일 “더는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18일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안전을 책임지게 하면 어떻겠느냐”며 다국적 연합군 참여 압박을 다시 노골화했다. 미군 단독 작전으로는 비용·위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호르무즈 연합군 구성 카드를 접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전쟁부)가 이번 전쟁을 위해 2000억 달러(약 300조원)가 넘는 추가 예산을 백악관에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기도 했다. 전쟁 첫 주에만 110억 달러(약 16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으며, 추가 예산은 개전 후 지난 3주 동안 쓴 핵심 무기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 쓰일 계획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과 한국을 향해서는 지난 1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일본은 석유의 95%,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또 “일본과 한국에 각각 미군 4만5000명의 병력이 주둔해 있다”(실제 미군 병력은 일본 약 5만명, 한국 약 2만8500명)면서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지켜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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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한 압박 내몰려…다카이치 시험대
‘호르무즈 해협 안전의 수혜국들이 항행 안전을 책임져야 하며 미군이 주둔해 안보 우산을 지원받아 온 동맹국들이 이제 받은 만큼 기여할 때’라는 트럼프 대통령 논리를 감안하면, 일본은 한국과 함께 동맹국 가운데서도 가장 큰 기여를 요구받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중국·영국·프랑스 등 약 7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한 군함 파견 등 군사작전 동참을 요청해 왔다.
파병 요구를 받은 국가 정상들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하는 다카이치 총리로선 험난한 시험대에 선 셈이다.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애초 다카이치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최대 730억 달러(약 109조원) 규모의 에너지 분야 대미 투자 공동 문서를 발표하고 미국산 원유 투자·수입 확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지만 회담의 무게중심은 중동 안보 기여 이슈로 급속히 옮겨간 분위기다.
“트럼프 면전서 파병 거절 어려울 듯”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죄송하지만 우리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크리스티 고벨라 CSIS 선임고문도 “어떤 의미에서는 충성심을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현시점에서 자위대 파견은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었다. 또 2019년 아베 정부 당시 조사·연구 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경비함을 파견했던 사례와 같은 방식의 대응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정전(停戰)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신중한 입장을 폈다.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하에서 전투가 진행 중인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은 법적 장벽이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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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평화헌법 장벽…‘후방 지원’ 가능성
이에 따라 이란전이 종료된 뒤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활동 등 일종의 ‘후방 지원’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로운 항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외교적 입장 표명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 일본 정부의 대미 투자 규모가 한국 정부에 기준선이 됐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 셈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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