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2의 후쿠시마 사고는 없다"…3년만 재가동 앞둔 고리2호기 가보니
중동發 에너지 안보 위기 속 주목
사고관리계획서 적용 첫 사례 의미
이동형 발전차·펌프차 등 설비 개선
전원공급차단·냉각계통 이상시 조치

지난 18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을 앞두고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김회천 한수원 신임 사장이 같은 날 반나절 차이를 두고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25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 3월 말 혹은 4월 초에 재가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최동철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이날 방문한 최 위원장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 4월 8일 설계 수명이 만료돼 운영이 중지된 고리 2호기는 만 3년 만에 다시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해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주기적안전성평가(PSR) 심사와 운영변경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10월에는 사고관리계획서도 승인했다. 사고관리계획서에는 쓰나미와 같은 재난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담겼다. 김지훈 KINS 사고관리계획서 규제사업 PM은 "사고관리계획서에 따라 설비를 완비하는 것은 고리 2호기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로 인한 침수로 비상 발전기 등 모든 전원이 차단되자 냉각재 펌프가 멈춰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면서 발생했다. 이때 원자로 내부에서 발생한 수소가스가 폭발하며 대규모 사고로 이어졌다. 그 이후로 만들어진 것이 사고관리계획서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계속 운전 허가 이후 원안위로부터 승인받은 PSR, 사고관리계획서 등에 포함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1700여억원을 들여 설비를 개선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고리원자력본부 야드에는 이동형 펌프차, 다골절 크레인, 이동형 발전차 등 재난 재해 시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장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 장비들은 유사시에 발전소 내 전원 공급이 차단되거나 냉각수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된다.
김지훈 PM은 "이 장비들은 평소에 발전소 부지보다 높은 곳에 보관돼 있다가 자연 재해 등으로 격납건물 안에 있는 고정형 안전 설비들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을 때 이동해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발전차는 비상 상황에서 원자로 안전 설비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장비로 1메가와트(㎿)와 3.2㎿ 2종류의 발전차를 완비했다. 1㎿ 이동형 발전차는 평소에 2.45m 높이의 차수벽 안에 보관해 있다. 한수원 측은 최대 침수위(2.0m)보다 0.45m 높이로 여유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는 발전소 내 전원이 상실됐을 때 8시간 이내에 투입된다.
정전 상태가 72시간 이상 장기화할 경우에는 이보다 용량이 큰 3.2㎿ 이동형 발전차를 통해 전원을 공급하게 된다.
고압/저압 이동형 펌프차, 고유량 이동형 발전차는 발전소 내에 전원 공급이 안 돼 냉각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비상 냉각수를 공급해 노심이 녹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원자로 내의 압력 상태에 따라 처음에는 고압 펌프차가 쓰이며 이후 압력이 낮아지면 저압 펌프차가 차례로 투입된다.

다굴절 크레인으로 바닷물을 직접 끌어온 뒤 고유량 이동형 펌프차를 이용해 격납 건물 안에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었다.
최동철 소장은 "기계, 전기, 계측 등 필수 개선에 해당하는 설비 45건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60여건의 설비를 개선했으며 환경 분야에서도 480건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지막으로 원자로 내 수소 제거 장비(PAR) 설치만 남은 상태다.

설비 개선 작업을 모두 마치면 원안위, KINS, 한수원은 임계전 회의를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하게 된다. 이때 원전 가동을 위한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고 확인되면 원안위는 임계를 승인하게 된다. 임계란 원자로 내의 핵분열 연쇄 반응이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임계를 승인했다는 뜻은 원전 가동을 해도 된다는 의미다.
원안위는 3월 말 혹은 4월 초에 임계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재가동에 들어간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은 최근 중동 사태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원전의 가동률을 8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최원호 위원장은 "중동 상황으로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리 2호기가 계속운전 기간 동안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설비개선과 안전조치가 계획대로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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