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설계하는 금융]③"돌봄도 산업이다"…日 솜포가 바꾼 요양시장, 한국형 모델 숙제는

이은주 2026. 3. 19. 10: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년 전 일본도 개인사업자 난립 문제 겪어
요양 서비스 질 저하에
세제·금융 인센티브로 민간 진입 유도
한국도 30인 이상 시설 토지 소유 규제 완화해야
요양도 산업으로…경쟁력 있는 사업자 나와야

돌봄·요양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산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20년 전까지 개인사업자 중심의 영세 서비스로 질 저하 문제를 앞서 겪었던 일본은 대형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며 구조를 바꿨다. 그 중심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을 재편한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 그룹의 자회사 솜포케어(Sompo Care)가 있었다. 일본 정부가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 결과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민간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개인 영세 사업자 중심 시장…서비스 질·경쟁력 저하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돌봄·요양 서비스의 산업화를 이뤄낸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2010년대 초까지는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요양 서비스가 공급되면서 전반적인 서비스 질 저하의 문제를 겪었다"며 "이후 솜포케어 같은 대형 법인들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웰다잉 설계하는 금융①, ②]에서 짚었듯, 우리나라 돌봄·요양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는 영세한 개인 사업자가 난립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서비스의 질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법인의 공급을 통해 확보되는 경향이 있지만, 현행법상 30인 이상 시설을 운영하려면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야만 하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반면 정원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경우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개인 사업자들은 건물을 임차해 쉽게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규제 구조는 역설적으로 시장 전반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규제가 이원화된 상태가 지속되면서 영세 사업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굳어졌다"며 "진입이 쉬운 만큼 경쟁은 과열됐고, 수익성이 악화하면 쉽게 폐업으로 이어져 이용자들의 주거 안정성까지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사업자가 많다 보니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년 전 똑같은 문제를 겪은 일본…각종 인센티브 도입해 산업화 촉진 

이는 20년 전 일본도 겪었던 문제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자 고령화와 시설 노후화가 겹치며 서비스 질이 하락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10년 이후 돌봄 서비스 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산업화'를 추진했다. 대형 법인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보험사의 실버산업 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고령자 주거 안정법을 개정해 자본력 있는 법인의 진입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의료 인력을 갖추고 입소자 10인 이상의 시설을 10년 이상 운영하는 민간 법인에 사업비의 10분의 1을 지원하고, 기존 건물을 인수해 개보수할 경우 사업비의 3분의 1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또한 5년간 세액을 최대 83%까지 감면해주고, 시설 건설 사업비의 100%를 35년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금융 지원책도 병행했다.

정부가 '판 깔아준' 시장에 적극 진입한 '솜포케어'…시설수 1위 사업자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5년 솜포케어는 요양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던 시설들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나갔다. 강화된 서비스 질 규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영세 사업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수 대상이 된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개인 사업자들과 맞물리면서 M&A가 빠르게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솜포케어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단기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시설 수 기준 일본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현재 약 9만명이 입소해 있으며 종업원 수는 2만5000명에 달한다.

솜포케어는 인수한 시설에 IT를 접목해 서비스 질을 높였다. 입소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 리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요양 인력의 행정 부담을 줄였다. 이를 통해 요양 인력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돌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 결과 입소율은 2016년 84%에서 2023년 94%로 상승했고, 요양 인력의 이직률은 2016년 25%에서 2020년 11%로 낮아졌다.

솜포케어는 시장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사의 플랫폼을 디지털화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요양 사업자들에도 판매하거나 공유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요양 서비스도 '산업화' 필요 목소리

일본에는 솜포케어 외에도 자본력을 갖춘 여러 법인이 시장에 진출해있다. 2024년에는 일본의 생명보험사 닛폰생명도 요양시장에 입지를 구축해온 니치이홀딩스를 인수했다. 니치이홀딩스는 일본 내 시설 요양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예방부터 중증 요양자까지 포괄하는 시설요양 사업을 다양한 라인업으로 펼치고 있다. 보험사는 아니지만 학습연구사인 '학연 코코판' 또한 일본 내에서 병설 방문요양 사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30인 이상 시설에 대한 임차 운영 제한을 완화해 법인 기업의 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늘어나는 요양 수요에 대해 공공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진입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시장 전체의 공급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신뢰를 갖춘 법인들은 공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갖춘 사업자에는 임차 운영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이 늘어나는 수요 대응엔 한계"

다만 민간의 임차 허용 규제를 완화를 논의하기 전에 공공성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 공공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이 많지 않은데, 상징적이더라도 (공공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질이 어느 정도 담보되도록 해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립한 서울요양원은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서비스의 질을 갖췄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도 확대하고 질을 끌어올리는 게 먼저"라고 제언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거주 안정성 저해 가능성을 우려한다. 임차를 허용해줄 경우 자본화된 일부 기업이 입소자들의 보증금만 노리고 단기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영국의 대형 요양시설 운영업체 '서던크로스 헬스케어(Southern Cross Healthcare)'가 재정난으로 750여개 시설을 폐쇄하면서 수천 명의 입소자가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사태가 있었다. 홍 교수는 "당시 시설들은 다른 대형 사업자와 비영리 단체에 인수되며 문제를 수습했다"며 "이후 영국은 규제기관을 통한 감독을 강화했지만, 임차 운영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감독 강화 등을 통해 방지해 나가야지 아예 산업화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수요 급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분석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 등급 인정자는 2023년 105만명에서 2050년 29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의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돌봄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특히 75세 이상부터는 돌봄 필요도가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7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3년 7.7%에서 2030년 10.7%, 2070년 30.7%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돌봄 서비스 공급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