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도 요리다’… 설탕 대신 채소, 올리브오일로 완성한 송하슬람의 스페인 부엌 [쿠킹]
서울 성수동의 한 델리 숍, 이곳은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며 ‘반찬 셰프’로 이름을 알린 송하슬람 셰프의 ‘마마리마켓’이 그 주인공이다. 화려한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모인 경연장에서 그는 ‘반찬’이라는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요리를 풀어냈다.
방송 이후 그의 행보는 더 넓어졌다. 안성재 셰프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촬영 비화와 요리 철학을 공유했고, 최근에는 맛집 탐방 콘텐트 ‘최자로드’에 등장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우리가 매일 먹는 반찬이 왜 그를 통하면 요리가 되는지’로 향했다. 그 답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된다. 바로 그가 요리사로서 첫발을 내딛은, 유럽의 부엌으로 불리는 미식의 나라 스페인이다. 그는 스페인의 미쉐린 레스토랑 수베로아(Zuberoa), 라팔로마(La paloma) 등 파인 다이닝에서 4년간 일했다.

Q : ‘반찬 셰프’라는 닉네임이 강렬했다. 다이닝이 아닌, ‘반찬’을 선택한 이유는.
A : 안성재 셰프님 유튜브에 출연해서 말했듯 내가 생각하는 반찬은 ‘타파스(Tapas)’다. 스페인 사람들이 작은 접시에 담긴 요리를 나누어 먹듯 우리도 여러 반찬을 놓고 식사를 한다. 한국에서는 반찬이 종종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가치를 낮게 평가받기도 하지만, 나는 반찬 하나하나가 독립된 훌륭한 요리라고 믿는다. 다이닝에서만 쓰이는 귀한 제철 식재료를 일상에서 즐겨먹는 반찬으로 풀어내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Q : 대중에게는 반찬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사실 요리 인생의 큰 줄기는 스페인에 있다고 들었다.
A : 한국조리과학고를 졸업한 뒤 스페인으로 건너가 4년 가까이 머물렀다. 현지 파인다이닝 현장부터 일반 가정집의 식탁까지 두루 경험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레시피를 익히는 과정을 넘어, 식재료를 대하는 ‘여유’와 ‘존중’을 배웠다.

Q : 직접 경험한 스페인 요리만의 특징은.
A :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버터보다는 양질의 올리브 오일을 많이 사용하고 채소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풍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설탕 대신 파프리카나 양파 같은 재료를 뭉근하게 볶아 거기서 나오는 단맛을 활용한다. 좋은 재료에 올리브 오일과 허브 정도만 더해도 충분히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는 간결한 조리 방식이 특징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건강을 생각하는 식문화에 더욱 잘 어울리는 요리다.
Q : 스페인 요리는 한국인에게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A : 용어나 이름이 생소할 뿐, 실제로는 한국 식재료와 굉장히 비슷하다. 두 나라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어서 해산물이나 생선, 채소, 고기를 다루는 정서가 닮았다. 한국 주방에 참기름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올리브 오일이 있고, 우리가 마늘과 고춧가루를 사랑하듯 그들도 마늘과 파프리카 가루를 즐겨 쓴다. 누구나 익숙하게 접하는 재료로 충분히 스페인의 맛을 낼 수 있다.

그런 그가 스페인 요리에 대한 애정을 담아 ‘지글지글클럽’의〈요리를 배워요.〉를 통해 스페인 미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채소부터 해산물, 육류까지 총 6개의 메뉴를 통해 현지에서 경험한 스페인의 요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Q : 이번에 소개하는 메뉴들에도 특별한 기억이 담겨있나.
A : 홈스테이 시절 마리츄 할머니에게 배운 가정식 미트볼은 꼭 소개하고 싶었다. 큼직하게 빚어 육즙을 가두고 볶은 버섯과 양파로 부드러운 식감을 낸,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국민 타파스인 ‘엔살라디아 루사’도 준비했다. 일본식처럼 곱게 으깨지 않고 포슬포슬한 감자의 식감을 투박하게 살려 스페인 현지 스타일의 매력을 살렸다.

Q : 해산물과 채소를 다루는 방식도 한국인들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
A : 삼면이 바다인 스페인은 해산물을 다루는 법이 매우 정교하면서도 단순함을 지향한다. 문어를 가장 부드럽게 즐기는 갈리시아의 지혜 ‘뿔뽀’나 토마토의 감칠맛을 더한 생선구이가 대표적이다. 채소 역시 단순히 샐러드가 아니라 굽고 볶으며 숨겨진 맛을 끌어올린다. 하몽의 풍미를 더한 채소볶음 등 현지 주방에서 즐겨 먹는 요리를 소개하고 싶다.
Q : 방송 출연 이후 더 바빠졌을 텐데, 앞으로 어떤 요리사로 기억되고 싶나.
A : 파인다이닝의 정교함을 일상으로 가져와, 사람들이 매일 먹는 식사가 얼마나 특별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Q :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맛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 스페인 사람들에게 요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축제’와 같다. 닭기름의 고소함이 담긴 ‘치킨 빠에야’부터 바다의 진미까지, 주방에서 스페인의 분위기를 직접 경험해 보셨으면 한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세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즐겁게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다. 큐쿠킹박스까지 보내주고, 세세한 요리팁이 담긴 영상도 볼 수 있는 만큼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도 충분히 따 할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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