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시아서도 무시당해… 원인은 정지된 사고”
“살상무기 수출하면 80여년 평화주의 끝나”

아시아 국가들마저 상대해주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자기 평가가 나오는 등 내부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방송 TV아사히 외보부(국제부) 오카다 유타카 데스크는 지난 11일 열린 ‘도쿄회의 2026’ 취재기를 전하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정부 간 차원에서) 일본이 아시아에서도 상대해주지 않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데스크는 언론사 각 부서에서 현장취재를 총괄하는 간부급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카다 데스크는 ‘대국(강국)의 힘의 지배에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주제로 다룬 이 방송에서 “일본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더 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할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익에 부합하는 본질적 외교를 구축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전했다.

도쿄회의는 일본 민간 싱크탱크 언론NPO가 주최하는 국제정치·외교 포럼이다. 유럽 미국 아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각국이 함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다자주의’의 재구축을 주제로 의견을 나눈다. 미국 등 강대국의 ‘힘의 지배’가 확산되는 국제사회에서 다자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지금의 인식이다.
언론NPO 회장인 구도 야스시 도쿄회의 의장은 성명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논리가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며 “세계가 공유해온 규칙과 국제 협력의 기반은 약화되고 이미 기능 부전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의 지배와 다자주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카다 데스크는 이 성명이 간접적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지만 국가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점에서 일정한 배려나 눈치 보기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지표 역시 일본의 국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지출 중 식비 비중을 의미하는 엥겔계수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2021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5.4%~15.7%로 일본인 약 6명 중 1명이 빈곤선(1인 기준 월간 가처분소득 127만엔) 이하다. 한부모 가정의 빈곤율은 44.5%~48.1%로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엔화 환율은 14년 전과 비교해 중국 위안화 대비 37%, 태국 바트화 대비 42% 하락했다. ‘엔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약한 통화’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고 오카다 데스크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나 인구감소보다도 일본인의 사고가 정지하거나 정체된 점이라고 분석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구조와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오카다 데스크의 지적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2075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까지 추락해 파키스탄이나 나이지리아에도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위화감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방위장비 수출 원칙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심각한 문제로 평가했다. 오카다 데스크는 전투기 등 살상 능력을 지닌 무기까지 수출하게 되는 이 방침을 허용할 경우 일본은 ‘사람을 죽이는 데 가담하는 나라’로 변질되고, 전후 81년간 쌓아온 평화주의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해온, 이익을 서로 빼앗는 형태의 자본주의나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일본인이 가진 이타적 사고를 세계에 확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일본이 평화주의를 점차 확산시키고, 각국 간 조정자로서 국제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계의 조율자’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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