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강경파·정부 '檢개혁' 핑퐁 게임…결국 李가 직접 정리했다
공소청·중수청법 최종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의 당정협의안 보이콧 선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두 의원은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정부의 재입법예고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확정돼 국회에 제출되자 “(보완수사권 존폐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관련 내용이 정부에서 정리될 때까지 두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재수정을 요구하며 사실상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두 의원은 당 지도부가 정한 본회의 처리 시점인 19일을 넘긴 오는 20일에 공소청법 공청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추·김 의원이 요구한 건 ▶중수청의 공소청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검사의 중수청에 대한 입건 요청 ▶검사의 특별사법경찰 관리 지휘·감독권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 등 삭제와 ▶검찰총장 명칭 폐지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재임용 등이었다. 이 중 ▶특사경 지휘권 폐지 ▶검사 전원 면직은 1월 12일 정부의 1차 입법예고안이 민주당 내 반발로 막힌 뒤 이뤄진 당정협의 단계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측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과한 요구”라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강경파에서는 “당정협의 때 법사위가 소외됐다”고 맞섰다.
갈등의 뇌관은 재입법예고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꼬리표로 붙었던 “세부 내용은 원내 지도부가 법사위와 협의해서 결정한다”는 단서였다. 당 지도부는 “당론이 곧 최종안”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추·김 의원은 이 단서를 고리로 줄기차게 재수정을 주장했다. 이에 국무총리실도 지난 11일 이례적으로 ‘검찰개혁법안 30문 30답’란 자료를 공개해 맞대응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의 정면충돌로 비칠 수 있어 가장 아슬아슬했던 순간이었다”며 “애당초 당내 의견 수렴 때는 나오지 않았던 얘기를 (강경파가) 새로 꺼내기 시작하니까 이러다가는 정말 엉망진창 된다는 걱정이 당·정·청에 팽배했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내부 분열에 이재명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논의가 왜 이렇게 된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입법 과정에서 조율하면 될 일을 ‘개혁파 대 반(反)개혁파’로 나누는 게 맞느냐”는 취지였다. 당정협의안이 표류하자 이 대통령은 “유연한 협의”를 주문하며 지난 주말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긴급 투입했다. 홍 수석은 국회에서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추·김 의원 등을 만나 쟁점별 의견을 하나하나 취합했다. 이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무·민정라인을 포함한 참모진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직접 검토한 뒤 ▶검찰총장 명칭 폐지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임용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은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최종안이 도출된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정말로 진지하게 터놓고 진짜 숙의를 해야 한다”며 “과정 관리가 조금 그랬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데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정 대표는 18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가 당과 충분하게 소통해야지, 왜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행간에는 당내 의견을 잘 취합했어야지, 언제부터 당·정·청 협의를 하는데 정책위안과 개별 상임위안도 따로 있느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검찰 제도 개편에 관한 숙의 지시 후 한발 물러서 있던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언제까지 검찰 개혁 이슈에 매몰돼 국정 동력을 소모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스스로 떠안는 길을 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특사경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이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부터 특사경 제도가 굉장히 효용성이 있다고 봤고, 굳이 검찰의 지휘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18년 경기지사 취임 후 특사경 인원을 기존 101명(1단 7팀)에서 173명(2단 13팀)으로 늘리고, 수사 범위도 6개에서 23개 분야로 대폭 확대했다. 경기도 특사경을 앞세운 강도 높은 권한 행사는 이 대통령을 차기 대선 주자로 만든 정치적 자산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경 확대 검토를 지시했고, 지난 1월 27일 국무회의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특사경도 같은 사법경찰인데, 인지에 대해서만 검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금융감독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 부여를 지시했다.
다만, 특사경을 보유한 부처 장관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특사경은 훈련된 수사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 획득 단계에서부터 법조인의 조력이 필수”라며 “앞으로 특사경의 수사 결과를 각 기관장이 책임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갑갑하다”고 우려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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