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 장병에게 쉼·안식 주는 공간으로 바꿔야”

병력 감소와 부대 통폐합으로 군인교회가 흔들리면서 기존 사역 방식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군선교 유지가 아닌 재설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병이 머무는 공간 중심 사역과 교회 단위 파송 체계 등 군인교회의 구조 전환이 언급되고 있다.
군종목사 핵심 관계자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에서 강조되는 개념 중 하나가 공간력”이라며 “종교시설도 예배만 드리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관이 쉼과 안식을 주는 공간이듯 종교시설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간력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힘을 의미한다.
군은 예산을 들여 부대 시설 개선을 추진할 계획 중이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와 국방혁신 기조에 따라 부대 통폐합이 진행되는 만큼 종교시설 역시 공간 재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장병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구조적 전환 없이는 지금의 군선교 체계 지속이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경기도 연천에 위치한 군인교회 늘푸른교회(설종안 목사)를 20년 지켜온 민종임(71) 협동목사는 자비량에 의존하는 사역 현실을 전하며 “헌신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이 사역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늘푸른교회를 2007년부터 맡아온 민 목사와 남편 설종안(66) 목사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소속 부부 사역자다. 서울에서 목회하다 군선교 제안을 받고 들어왔다. 위촉장을 받기 전부터 사실상 사역을 시작했고 어느덧 2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 교회는 1997년 8월 세워진 예배당이다. 노후화된 탓에 벽면은 보강했지만 내부 바닥은 습기로 부식돼 있었고 천장은 비가 오면 물이 샌다. 문틀은 외짝 문이라 겨울에는 찬 바람이 그대로 들어온다.
사역은 사실상 자비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계를 위해 민 목사는 상담을, 설 목사는 배달 일을 하고 있다. 민 목사는 “서울에서 사역지를 정리하며 남은 돈을 몇 년 동안 장병들의 간식으로 쏟아부었다”며 “6~7년쯤 지나니 한계가 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육적인 것에 매이지 않고 영적인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군선교를 이어갈 이유는 분명했다. 교회를 떠났던 청년이 군에서 다시 신앙을 회복하고, 불교 가정 출신 장병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등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또 전역한 청년들과 군을 떠난 간부들의 연락들은 사역의 보람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대급 군인교회 사역 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역시 시급하다. 기하성 군선교위원장인 고석환 목사는 “생활관을 직접 찾아가 장병들을 만나는 대면 활동도 종교의 자유 등의 문제 제기가 있어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대안을 언급했다. 고 목사는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활용한 메신저 사역 도입, 군인교회 공간을 쉼과 안식을 주는 곳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역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선교를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교회 차원의 ‘군선교사 파송’ 모델이 강조된다. 고 목사는 “군인교회에서 신앙을 갖게 되면 전역 후 민간교회로 연결해 신앙을 유지하는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각 교회가 한 대대를 맡아 선교사를 파송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면 효과적인 군선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 동안 신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에덴교회 장로인 서정열 전 육군3사관학교장은 “기독교 신앙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하므로 군에서 자기 소임을 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힘이 된다”고 했다. 이어 “장병들도 입대하면 18개월 동안 군인교회가 자신이 섬겨야 할 교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군에 있는 동안은 파송된 선교사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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