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서 견원지간 롯데-태광… ‘홈쇼핑 분쟁’ 법대로 가나

이택현 2026. 3. 1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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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우리홈쇼핑 인수전이 부른 갈등 격화
게티이미지뱅크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을 둘러싼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의 다툼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태광산업이 롯데그룹 내 계열사 부당 지원을 문제 삼자, 롯데홈쇼핑이 경영권 장악력 강화로 응수하면서 불이 붙었다. 다음 분기점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 해임안이 논의될 임시주주총회다. 업계에서는 임시주총에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맞붙은 후 20년째 대립해 온 두 대주주가 갈등을 봉합할 계기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사적으로는 혼맥으로도 얽힌 양사가 결국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2대 주주인 태광산업(지분 44.98%)은 전날 사측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태광산업 측은 이 임시주총에서 김 대표에 대한 해임 안건 심의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이 임시주총을 소집하지 않거나, 김 대표 해임안이 통과 안 되면 해임에 대한 소송과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의 요구가 롯데홈쇼핑 이사회에서 받아들여 질 가능성은 작다. 지난 13일 정기주주총회 결과 이사회 내 롯데 측의 영향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주총에서 롯데홈쇼핑 이사회 구성은 기존 롯데 측 추천 5인, 태광 측 4인에서 롯데 측 6인, 태광 측 3인으로 조정됐다. 대주주인 롯데쇼핑(지분 53.49%)의 결정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로 롯데 측은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 경영권을 강화한 것도 태광산업의 ‘트집잡기’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이사회 구성을 6대 3으로 변경한 건 이사회 구성을 5대 4 구도로 유지하기로 한 양사 간 협약을 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정기주총 이후 “롯데 주도적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더 이상 45%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의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협약이 실재했는지를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롯데측은 태광이 이사회 구성에 관한 양사의 ‘협약서’를 제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태광은 “협약서가 있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 없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태광산업이 김 대표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건 롯데홈쇼핑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롯데홈쇼핑 이사회는 지난 1월 14일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승인 안건을 부결했다. 내부거래를 위해서는 이사회 특별결의(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가 있어야 하지만, 안건이 부결된 뒤에도 내부거래를 이어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롯데홈쇼핑 측은 태광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롯데쇼핑과의 내부거래 구조가 약 20년간 태광 측을 포함해 이사회에서 동의해 온 사업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설립 초기 온라인에 입점할 협력사가 부족할 때 계열사의 우수 협력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래 규모도 2021년 207억원에서 2024년 134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태광산업의 이번 요구가 오랫동안 이어진 트집 잡기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정기주총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태광의 비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빈번한 외부 고발로 기업 경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사안이 정리될 때마다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는 반복적인 트집 잡기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은 혼맥으로 얽혀 있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동생인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딸 신유나씨가 결혼했다. 이 전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조카사위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롯데쇼핑과 태광산업이 2006년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충돌하면서 두 그룹 사이에 갈등의 싹이 텄다.

당시 태광산업은 케이블TV 채널 티브로드와 시너지를 위해 2006년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매입했다. 하지만 같은 해 롯데쇼핑이 지분 약 53%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태광 측은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2007년 최다액출자자 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양측의 자존심 싸움과 대립이 이어졌다. 태광그룹 계열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는 2007년 우리홈쇼핑 송출 채널을 S·A급에서 B급으로 낮췄다. 홈쇼핑 채널은 번호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태광과 롯데는 이후에도 롯데건설 자금 지원(2022년), 양평동 사옥 매입 승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2023년)과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공정위 신고(2023년), 롯데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 요구(2025년) 등에서 매번 갈등을 빚어왔다. 롯데홈쇼핑 측은 “주요 경영 사항에서 충돌했으나 태광이 매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트집잡기식 문제제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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