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사무직 노동자 직격탄… “재교육 접근성 높여야”

박세환 2026. 3. 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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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번역가인 이모(39)씨는 최근 번역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최 팀장은 "AI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의 성장 효과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이려면 노동자가 더 쉽게 다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전환기 소득 보전과 평생학습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고용 감소와 불평등 확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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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 중숙련 노동자에 집중
재교육 거치면서 불평등 심화
“평생학습·소득보전으로 완화”


8년 차 번역가인 이모(39)씨는 최근 번역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원래 미국 등 영어권 국가와 거래하는 국내 업체의 송장과 보고서 번역 대행 업무를 맡았지만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일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AI 도입 이후 신규 번역·통역 건수는 약 80% 감소했고, 번역 단가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씨는 “AI가 기본 번역은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해주다 보니, 이제는 단순 번역만으로는 AI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AI가 아직 할 수 없는 보다 고차원적인 번역과 감수 등은 수요가 많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사무·행정·생산직 노동자들이 AI 확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고도의 전문직과 단순 서비스직은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고용이 늘어나는 반면, 그사이에 놓인 ‘중간층 일자리’가 AI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직종 노동자들이 새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일터를 비우고 재훈련에 나서는 과정에서 전체 고용 감소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최기산 한은 대구경북본부 경제조사팀장과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집필한 ‘한국의 신기술 도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AI를 비롯한 신기술이 10년 뒤 도입될 것이라고 예고된 상황을 가정했다. 이후 실제 기술 도입 전후의 고용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노동시장을 저숙련·중숙련·고숙련으로 분류했다. 저숙련은 대면 서비스나 현장 업무처럼 기초 서비스 성격이 강한 일자리, 중숙련은 사무·행정·생산직을 비롯한 반복성과 정형성이 큰 업무, 고숙련은 분석·판단·설계·기획처럼 고차 인지능력이 필요한 직종이다.

분석 결과 AI 충격은 중숙련 일자리에 집중됐다. 중숙련층의 인구 비중은 장기적으로 약 17% 감소했고, 고용도 약 18% 줄어들었다. 반면 저숙련층과 고숙련층 인구 비중은 각각 13%, 4%가량 늘었다. 고용 역시 저숙련 부문은 10%가량 증가했고, 고숙련 부문은 장기적으로 1% 미만의 소폭 감소에 머물렀다. 가운데가 비고 양쪽이 두꺼워지는 전형적인 ‘일자리 양극화 구조’가 예고된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숙련 노동자의 재훈련 과정이 있다. AI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노동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일부는 저숙련 직무로 이동하고, 일부는 재교육을 거쳐 고숙련 부문으로 옮겨간 것이다. 최 팀장은 “AI 시대 고용 충격은 AI가 일자리를 바로 없앤다기보다 노동자가 새 기술을 익힐 때 치러야 하는 숙련 전환 비용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비용이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재교육을 통해 고차원 직종으로 이동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소득과 학습 기회를 함께 잃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AI 확산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지표로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소득 지니계수와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각각 약 2% 상승했고, 소비 지니계수는 5%대 후반까지 올랐다. 사람들이 버는 돈과 일해서 얻는 소득, 실제 생활 수준의 격차가 모두 확대됐다는 뜻이다. 특히 교육과 숙련, 기술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는 인적자본 지니계수는 30%를 웃도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AI 충격이 집중되는 중숙련 노동자의 원활한 숙련 전환 지원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최 팀장은 “AI를 비롯한 신기술 도입의 성장 효과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이려면 노동자가 더 쉽게 다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전환기 소득 보전과 평생학습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고용 감소와 불평등 확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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