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국중박’ 유료화

남호철,문화체육부 2026. 3. 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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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국립중앙박물관을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86년 옛 조선총독부 청사인 중앙청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다 1993년 용산으로 이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5월부터 무료입장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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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국중박’. 국립중앙박물관을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86년 옛 조선총독부 청사인 중앙청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다 1993년 용산으로 이전됐다. 지난해 ‘650만 관객 시대’를 여는 등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무료입장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 5월부터 무료입장을 시행했다. 이전에는 일반(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14개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설전이 무료 관람으로 바뀌었다. 무료 덕분일까. 국중박은 ‘오픈런’도 부른다.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며 개관 전부터 줄을 서고 있다. 학술연구 성과와 디지털 신기술을 반영한 전시 혁신으로 관람객이 급증하고 있다.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도 인기다.

외국 관광지 가운데 상당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에 차등을 두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내국인은 자주 올 수 있고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탄력적 수요’를 가진다. 반면 외국인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온 만큼 가격이 높더라도 방문하려는 ‘비탄력적 수요’를 가진다. 그래서 가격에 덜 민감한 외국인에게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외국인은 속절없이 그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 타지마할 등 유명 해외 관광지가 그렇다. 최근 일본은 각지에서 ‘이중가격제’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오버투어리즘’(관광객이 쏠리면서 현지인들이 불편을 겪는 현상)의 대응책일 수도 있다. 실거주민의 생활 불편 민원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의회는 휴가용 숙소 이용객에 대한 세금을 현행 1박 평균 6.25유로(1만원)에서 최고 12.5유로(2만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바르셀로나는 1박에 5~7.5유로(8000~1만2000원)의 관광세를 매기고 있다. 관광세 인상은 관광수익으로 도시의 재정을 튼실히 하고 입장객 수를 조절해 오버투어리즘을 억제하겠다는 일석이조의 방식으로 통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광화문 인근 북촌 한옥마을이나 제주도처럼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뿐 아니라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 한적했던 곳이 북적이는 것은 부지기수다.

지역 관광지들은 체험형 콘텐츠와 테마형 공간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며 차별화된 관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문화시설과 민간 관광지를 경쟁 관계로 보기보다 관광 경험을 확장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공 문화시설이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면 지역 관광지는 체류형 관광과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관광 소비를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제 K컬처가 대세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와 K팝 팬덤 문화가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 북촌한옥마을, 낙산공원 등 주요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성지순례 코스가 인기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서울을 거대한 K컬처 체험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정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고 2027년에는 3000만명을 달성키로 했다. 무료 관람은 관람객 숫자를 빠르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문화 수준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젠 양보다 질에 치중할 때다. 받을 건 받으면서 제대로 된 관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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