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논란에도 ‘대주주 지분 제한’ 강행…코인거래소 수천억 지분 어찌하리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 규제가 본격화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금융당국은 중동 정세 안정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기로 가닥을 잡고, 당정협의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안 골자는 대주주 지분 상한선을 20%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예외 규정(대주주가 법인일 경우)에 따라 최대 34%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에 부여되는 유예 기간은 3년이다. 단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최장 6년까지 유예가 가능하다. 시장점유율 1, 2위인 업비트와 빗썸은 법 시행 후 3년 안에 대주주 지분을 20% 이내로 낮춰야 한다.
업계에선 반발이 쏟아진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태생적 특성이 전통적 금융기관이나 한국거래소(KRX)와 명백히 다른데도 기존 자본 시장 법제를 기계적으로 답습한다는 비판이다. 또 규제로 인해 시장에 풀릴 조(兆) 단위의 거래소 지분 대부분이 금융지주로 흘러갈 것이란 지적도 내놓는다. 결국 전통 금융권을 견제하기 위해 등장한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지주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란 우려다.

국회입법조사처 “위헌 소지” 우려
여당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의 책임성 강화를 외친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준(準)금융기관이자 공공 인프라로 기능하는 만큼 대체거래소(ATS)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시장의 이해 상충 문제를 방지하려 한다”며 “가상자산거래소를 인가제로 전환해 공적 인프라 지위를 부여하는 만큼 특정 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규제라고 비판한다. 지난 2월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에 대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같은 규제는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지분 제한 규제는 해외를 찾아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이나 대주주의 범죄 경력 등을 따져보긴 하지만, 특정 지분율 이하로 대주주 소유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실제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규제조차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가 인가를 신청할 때 지배구조 설명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지분율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전문성·평판·범죄기록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할 뿐이다.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초에 공적 인프라로 출범한 대체거래소와 달리 가상자산거래소는 민간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사유 재산권 제한에 과잉 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회답서에서 재산권(헌법 제23조), 직업의 자유·기업활동의 자유(헌법 제15조), 소급입법 관련 문제(헌법 제13조)에 있어,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ATS는 자본시장법 체계 내에서 설립 단계부터 소유 제한을 전제로 설계된 인프라인 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신고제에서 민간 경쟁 구조로 성장해온 플랫폼”이라며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다.

두나무-미래에셋 촉각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대형 딜에 미칠 영향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일정은 오는 6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합병 이후 지분 구조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19.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0%), 네이버(17%)로 조정된다. 이 경우 단일 기준으로는 대주주 지분율 20% 이하를 충족한다. 3년의 유예 기간이 있단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 없는 구조다.
다만 변수는 있다. 대주주 지분 판단 시 실질 지배력 기준 적용 혹은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여부다. 이 경우 공동창업자인 김형년 부회장의 지분이 더해져 공동 지분은 29.5%에 달한다. 상한을 넘는 지분을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창업자 지분이 줄어들면 경영권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우호 지분 확보나 의결권 위임, 이사회 구성 조정 등 경영권 방어 방안을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코빗 인수도 복잡하게 됐다. 미래에셋그룹은 ‘금가분리(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를 위해 비금융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앞세워 코빗(국내 가상자산거래소 4위) 지분 92%를 취득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 제한이 현실화되면 이 같은 단일 지배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법인 대주주의 경우 34% 제한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58% 지분을 분산·정리해야 하는 상태다.
일단 관련 업계는 당장의 금융위원회 합병 승인 등의 과정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빗의 경우 대주주 제한이 시행되더라도 6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법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중간 지주사를 세우는 방식도 거론된다. 예를 들어 별도의 투자회사를 만들어 코빗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구조다. 다만 이 같은 방식만으로 규제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주주 지분 제한은 일반적으로 직접 보유뿐 아니라 지배회사를 통한 간접 보유까지 합산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결국 규제 방향이 유지된다면 핵심은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분 자체를 분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지분을 나누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결국 웃는 건 전통 금융권?
“흘러나온 지분 어디로 가겠나”
관련 업계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최종적으로 전통 금융권만 웃게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지분 제한으로 시장에 풀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빗썸의 경우 총 발행 주식 수는 235만9251주, 주당 가격(서울거래비상장 3월 11일 기준)은 20만6000원이다. 현재는 빗썸홀딩스가 지분 73%를 보유 중이다. 법인 기준 34% 제한이 적용되면 39%를 팔아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2000억원 규모다. 이 밖에도 업비트(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시),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다른 거래소 지분도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투자자는 결국 금융지주 등으로 한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통 금융권의 수요와도 맞아 떨어진다. 최근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사는 토큰증권(STO)이나 디지털자산 수탁 등 가상자산 사업 전개를 위해 합종연횡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가상자산 시장의 탄생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대주주 지분 제한을 기점으로 거래소 지배구조가 전통 금융회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꼴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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