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이냐 K디스카운트 해소냐…숨 가쁜 코스피 랠리의 두 얼굴
코스피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란 사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매수·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 일시 정지)가 발동될 정도다. 시장 변동성 수준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3월 11일 기준 64를 웃돈다. 변동성 위험 수준으로 여겨지는 40을 크게 넘어섰다. 지난 3월 4일엔 사상 최고치인 80까지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월가에선 코스피를 두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견딜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This market is not for the faint of heart)”란 표현이 나온다. 극심한 변동성에 코스피 랠리를 향한 시장의 해석도 엇갈린다. 그동안의 랠리가 한국 증시 구조적 ‘재평가(re-rating)’ 결과물인지, 투기적 수요에 따른 과열 신호인지에 대한 논쟁이다.

EPS 치솟았지만 PER 제자리
통상 주가는 주당순이익(EPS)에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한 값으로 규정한다. 이 관계만으로도 최근 랠리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승을 해석할 때 ‘이익 장세(Earnings driven rally)’와 ‘구조적 재평가(Multiple re-rating)’를 구분한다. 기업 이익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PER이 상승했다면,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위험을 더 낮게 평가하거나 장기 성장 기대를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구조적 재평가(Re-rating)’다. PER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상승했다면 이는 시장 재평가라기보단 기업 이익(EPS) 증가가 랠리를 이끌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스피 상승을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재평가’로 해석한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연이은 상법 개정 등으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를 뜻하는 ‘K디스카운트’가 완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재무 지표는 이런 해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2010년 이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 평균은 약 10배 수준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기준 선행 PER은 8.7배에 그친다. 과거 평균보다 오히려 낮다. 물론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선행 EPS)이 늘면 PER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최근 코스피 랠리는 PER 상승보다 EPS 추정치 상향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수 상승 기여도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시장 전반 재평가라기보다 특정 산업의 이익 사이클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이익 장세에 가깝다는 평가다.
가령, 지난해 하반기 이후 랠리 구간에서도 코스피 선행 PER 상승 추세는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3500선 안팎을 유지하던 시점 선행 PER은 11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떨어지더니 올 2월에는 8~9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이란 사태 직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란 사태 이후 변동성을 보였지만, 5700선을 오르내린다.
반면, 미래 주당순이익을 보여주는 선행 EPS는 코스피 랠리 방향성과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선행 EPS는 코스피 구성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종목별 가중치를 반영해 계산한 지표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지난해 말 406.4에서 최근 617까지 올랐다. 불과 2~3개월 만에 약 52% 뜀박질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 사태 직전 기준(2월 27일)으로 하면 48.1% 올랐고 현 시점(3월 10일) 기준 40% 가까이 오름세다.
증권가에서도 코스피 랠리는 실적 장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준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는 밸류에이션 레벨보다 실적 개선 지속성이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PER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코스피가 고점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증시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2018년과 2019~2021년의 경우 시장 전체의 구조적 재평가가 없었지만 실적 증가만으로 지수가 상승했다.
이런 실적 장세의 전제는 EPS 증가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앞선 2016년과 2019년 역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코스피 전반 이익을 높여 랠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반도체 전방 시장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슈퍼사이클이 멈췄고 증시도 휘청였다.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코스피 변동성을 두고 “급격한 V자형 반등과 큰 변동성은 투기적 수요와 공포가 뒤섞인 전형적인 패턴이다. 글로벌 긴축이나 반도체·AI 등 피크아웃 논란 속 한국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변동성이 증폭된 것”이라며 ‘교과서적인 거품’(Textbook Bubble)이라 진단했다.

‘실적 장세’ 시나리오 휘청
결국 중요한 건 반도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17조원이다. 2025년(300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187조원)와 SK하이닉스(158조원) 비중이 절반(345조원)을 넘는다. 반도체 업황이 코스피 실적 장세 성패를 좌우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자체를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어서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이익 개선폭이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슈퍼사이클을 이끄는 건 고대역폭메모리(HBM)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 실적의 핵심 수익원은 여전히 범용 D램이다. HBM은 단가가 높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이다. 범용 D램은 서버·PC·스마트폰 등 대부분 전자기기에 쓰인다. 출하량과 시장 규모 모두 압도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 기준 HBM 매출은 전체 D램 시장의 약 23%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최근 범용 D램 가격이 치솟았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고정가격은 전월(11.5달러) 대비 13% 오른 13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는 ‘HBM 연쇄 효과’라 표현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생산라인은 제한돼 있다. 이 가운데 HBM과 서버용 DDR5 라인을 늘리다 보니 범용 D램 공급 부족이 초래됐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역대급 실적 전망의 근거가 됐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2026년 삼성전자 D램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범용 D램 비중을 각각 86%, 91%로 예상했다.
문제는 범용 D램 시장에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공급 확대’다. CXMT는 올해 D램 생산 능력을 연간 30만장 수준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범용 D램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장에선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HP·델·에이수스 등 PC 제조사는 CXMT 범용 D램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델과 HP 등 글로벌 제조사가 CXMT D램 품질 검증에 들어갔고,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 대만 계열 PC 제조사도 중국산 메모리 공급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CXMT는 올 2분기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6억달러)을 조달할 경우 증설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공급 확대 기대만으로도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범용 D램 가격 협상도 지금과 다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월가 일각에서 D램 계약 단가 상승세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요 업체의 설비투자 확대도 주목할 지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신규 투자를 보수적으로 가져가 D램 생산능력 증가도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클락 청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디렉터는 지난 2월 11일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D램 생산능력 증가율은 연평균 4.8%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투자 흐름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설비투자(CAPEX) 전망치 평균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99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공급 확대 시점 역시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 부문도 변수가 있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 CXMT는 올해 HBM3 약 6만장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3 양산을 시작한 때는 2023년이다. 이전 세대에서 약 4년이던 한·중 기술 격차는 HBM3를 기점으로 3년 수준까지 좁혀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HBM 기술 격차는 유효하지만 상장 이후 조달 자금이 설비투자로 이어질 경우 추격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사모신용 노이즈가 리스크로 떠오른다. 최근 일부 펀드에서 환매 제한과 부실 우려가 제기돼 크레디트 시장 긴장감이 높다. 사모신용 부도율도 상승세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이자 지급 능력이 약화돼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는 주요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모신용 부실이 커지면 금융 환경이 빠르게 긴축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나 AI 인프라처럼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중이 높은 투자에서는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투자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사모신용 리스크가 AI 투자를 멈추게 하지는 않더라도, 빅테크 설비투자 확대 속도를 늦추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데이터센터 건설 단계에서 개발사와 금융기관의 외부자금 조달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사모신용 기반 자금 조달도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상승이나 AI 수요 저하로 대출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센터 개발 관련 금융 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예상보다 큰 인프라 투자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조선, 반면교사 삼아야
또 다른 코스피 실적 장세축인 전력·조선·방산 등도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당장 상황은 낙관적이다. 향후 몇 년치 일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LS증권은 국내 조선소가 현재 3년에서 3년 6개월 수준의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합산 수주잔고는 약 1300억~1400억달러 수준이다. 클락슨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2021년 1월 127에서 2024년 12월 189까지 꾸준히 높아졌다. 그만큼 새로 발주되는 선박 가격이 비싸졌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조선 3사 합산 생산능력은 과거 슈퍼사이클 당시 약 1억5000M/H(맨아워)에서 최근 1억2000M/H 수준으로 20% 이상 줄었다. M/H는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뜻한다. 즉, 생산능력은 줄었는데, 가동률은 100% 이상 유지되는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 구조다.
전력 업종도 비슷하다. 현재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초고압 제품을 중심으로 평균 4~5년가량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북미·유럽 지역 노후 전력망 교체, 재생에너지 확대, 송배전망 안정화 수요 등이 동시에 맞물려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대신증권은 국내 주요 전력기기 4사(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산일전기)의 지난해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단, 몇 년치 수주잔고를 쌓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과거에도 수주잔고가 안전판 노릇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닷컴버블 당시 통신 인프라 업종과 2000년대 후반 조선 업종은 역대급 수주잔고를 기록하고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닷컴버블 당시 통신 인프라 기업은 폭증한 주문을 근거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그러나 사용자 증가와 매출 증가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디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2000년대 후반 조선 업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원가가 급등하자 납기 지연과 주문 취소가 줄을 이었다. 당시 조선사는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급속도로 확대했으나, 급격히 수요가 둔화하자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주단가 하락과 고정비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국내 전력과 조선사가 상당한 수주잔고를 쌓았지만, 이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신증권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면 관련 인프라 투자가 이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착공이 결정된 AI 데이터센터 상당수는 2028년 이후 완공 예정이다. 향후 투자 속도에 따라 일부 프로젝트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조선 역시 역대급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는 후판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조선사에 우호적이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과거처럼 인도 지연과 주문 취소가 재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2000년대 후반 조선업이 물량 증가 중심의 호황이었다면, 지금은 가격과 선종 혼합 중심의 슈퍼사이클이라는 진단이다. 조선사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차이점이다. 전력 또한 기존에는 초고압 교류 변압기 중심 수주였다면 앞으로는 계량기 후단(BTM) 발전 투자,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초고압직류송전(HVDC), 중전압직류배전망(MVDC) 등 새로운 전력기기 수요가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4~5년 호황기에도 국내 전력과 조선 업체들은 제한적 증설을 통해 시장 수요를 관리하는 분위기”라며 “기본적인 교체 수요와 신규 수요를 감안하면 과거 불황기와 다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단기간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저가·현지화 앞세운 경쟁자 변수
방산은 코스피 실적 장세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다고 평가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미 변화는 감지된다. 코스피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최근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 비중이 큰 한화그룹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재계 4위로 올라섰다. 지난 3월 6일 종가 기준 한화그룹 12개 상장사 시총 합산액은 총 180조6740억원으로 LG그룹(175조290억원)을 제쳤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가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이처럼 비중이 커진 방산 업종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따라 코스피의 구조적 성장 여부가 달려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방산이 현재와 같은 주도력을 이어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방산 성장세가 꺾이면 코스피 성장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방산은 빠른 납기, 합리적 가격, 기술 이전 등 삼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한국 방산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기간에 대량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비 확장에 시간이 소요되는 산업 특성상 기존 글로벌 톱티어 방산 업체의 생산 능력 확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메리츠증권은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이 자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려면 5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국내 방산의 안정적인 육·해·공 수출 포트폴리오와 지난 3년간 쌓은 글로벌 평판을 고려할 때, 신흥국이 단기간 국내 방산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이 저가·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터키는 공격헬기·함정·전차·드론·전투기 등 다양한 무기 체계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운다. 동남아와 중동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고 현지 생산 요구가 강해 향후 국내 방산 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저가 경쟁에 휩쓸리기보단, 신뢰성과 현지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방산 역시 저가 경쟁력으로 수출은 성공했지만, 실전에서 신뢰성이 낮다는 사실이 몇몇 분쟁에서 드러났다”며 “한국 방산 무기 신뢰성은 실전에서 계속 검증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방산 미래는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지난 3년처럼 빠른 납기와 가성비만으로 강세를 이어갈 수 있는 국면은 지나갔다”라며 “이제는 고객이 단순히 수입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무기 보급을 위해 현지화와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내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폴란드·루마니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대규모 신규 수주는 대부분 현지화 조건이 수반된 계약”이라며 “현지화 역량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천정부지 치솟던 금값, 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매경ECONOMY
- “젠슨 황이 칭찬할 정도면”…‘32만전자’ 간다는 노무라- 매경ECONOMY
- 美 첫 첨단 원전 승인…SK 복 터졌네- 매경ECONOMY
- ‘한국판 스페이스X’ 진일보?…한화, KAI 지분 5% 품었다- 매경ECONOMY
- 피지컬 AI 밸류체인 덕분인가...드디어 살아나는 LG그룹주- 매경ECONOMY
- 실적도 주주환원도 No Problem…삼성전자, 이제는 30만원 시대?- 매경ECONOMY
- 대가와 신진 작가 작품 고루 봐야 안목 생겨 [김지은의 아트 레이더]- 매경ECONOMY
- 청약 고민 중?…안 보면 후회할 9곳- 매경ECONOMY
- 드론전 시대 핵심 부품 ‘배터리’ 분야 유망주- 매경ECONOMY
- [속보] 李 “노인빈곤 줄이려면 기초연금 바꿔야…증액만 하후상박 어떤가”-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