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격노'에 대응하는 법... 이재명 정부의 '최선책'은 이것

정욱식 2026. 3. 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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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의 진짜 안보] 한국, 파병 여부 고심에서 '종전 프레임'으로 전환하자

[정욱식 기자]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짓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세계 여러 나라에 파병을 요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냉담한 반응을 접하곤 '다 필요 없다'라며 크게 화를 내고 있다. 그는 17일(미국시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그들(나토)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애초에 필요 없었다"라며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적은 것이다.

이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둬들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의 변덕도 있지만, 격노를 통해 동맹국들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기억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요청을 거부한 나라들을 상대로 관세폭탄과 미군 감축,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다양한 보복을 가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난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나는 앞선 글에서 파병이 부당한 이유를 열거하면서 미국에 휴전 및 종전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미국의 파병 요청, 곤혹스럽지만... 이렇게 답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 한국이 파병 여부로 고심할 것이 아니라 종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이 '파병 여부 프레임'에 갇히면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종전 프레임'은 우리 외교의 운신의 폭을 넓히면서도 한미관계를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종전 외교로 미국을 돕겠다'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원칙적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조속한 휴전과 종전은 이 전쟁을 통해 정권 연장을 도모하고 있고 그 효과를 보고 있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을 제외하곤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명 피해, 군사적 부담, 유가 상승, 국내 정치적 압박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 있다. 따라서 한국이 종전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출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도 조속한 종전 원해... 우리가 탈출구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문제는 종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 모두 '종전은 내가 결정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자발적 타협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확전과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3국들도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가 되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포착해야 할 점이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상대가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어느 일방이 먼저 협상 의사를 밝히는 것은 상대에게 약점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 제3자이면서도 이해당자가가 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이러한 신경전을 뚫고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기실 한국의 외교사를 돌아보면 낯설 수는 있다. 한국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왔던 데에 익숙하지, 그 전쟁의 휴전이나 종전을 위해 외교적인 노력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역할을 찾는 것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란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과 이란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위치에 있다. 이를 활용해 종전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외교 채널을 통해 양측에 휴전과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기본에 해당한다. 특히 미국에겐 파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도 원하는 조속한 종전을 위해 한국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방안도 있다.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함께 즉각적인 휴전과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협상 타결을 위해 기여 의지를 담은 국제사회의 공동성명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가 휴전과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있기에, 한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흩어져 있는 목소리를 조직화하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먼저 무력사용 중단과 대화 제의를 꺼리고 있는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수용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먼저 협상을 제안했다는 부담 없이 국제사회의 요청에 응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정욱식은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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