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한국서 배우고 돌아가는 ‘청년 선교사들’
현지 청년 키워 선교지로 ‘보내는 선교’
공동체 속 삶으로 배우는 믿음과 사역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상문고등학교 내 서울드림교회 드림센터. 3층 유치부 예배실에서는 이국적인 얼굴의 한 청년이 아이들 사이에 앉아 눈높이를 맞춘 채 예배를 돕고 있었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시선이 흐트러지면 조용히 다시 앞을 보게 이끌었다. 교실 앞에서는 또 다른 청년이 낯선 억양의 한국어로 찬양을 인도했고, 아이들은 그의 동작을 따라 하며 밝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같은 시각 1층 카페에서는 짙은 피부의 청년이 커피를 내리며 성도들과 인사하고 있었고, 지하 1층 청소년부 예배실에서도 정장을 입은 외국인 청년이 전도사로 서서 기도를 맡으며 다음세대를 섬기고 있었다.
서울드림교회(김 여호수아·신도배 목사)는 4년 전부터 해외 선교지 청년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훈련하는 ‘드림빌더스(Dream Builders)’ 사역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유학 지원이 아니라 현지 청년을 선교 리더로 세운 뒤 다시 자국으로 파송하는 ‘보내는 선교’ 모델이다.

교회는 청년들의 생활을 지원하며 외부 아르바이트 대신 공동체 안에 머물며 예배와 사역, 일상을 함께하도록 돕는다. 주일학교 교사, 찬양팀, 카페 봉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삶으로 배우는 구조다.
국민일보는 이날 드림센터 곳곳에서 사역훈련을 받는 드림빌더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하 1층 청소년부 예배실에서는 인도 출신 샘 모한(29)이 전도사로 섬기고 있었다. 교사로 시작해 이제는 기도와 말씀을 맡는 자리까지 서며 훈련의 열매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샘은 드림빌더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드림교회와 함께해 온 ‘첫 사례’다. 2016년, 인도에서 그의 아버지와 서울드림교회 목회자가 인연을 맺으면서 신학 공부를 위해 한국에 올 길이 열렸다. 이후 한남대 신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현재 청소년부를 맡고 있다.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그는 16세에 세례를 받은 뒤 일찍이 사역의 길을 결심했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배움과 훈련의 과정이었다. 교회 안에서 사역을 경험하며 ‘현장에서 쓰임받는 리더’로 자라났고, 이는 이후 드림빌더스 사역이 본격화되는 데 중요한 모델이 됐다. 샘은 “신학은 성경의 기초를 배우는 것이고, 교회에서는 그걸 실제 사역으로 적용하는 법을 배웠다”며 “특히 교회 운영과 다음 세대 사역에 대한 경험은 앞으로의 사역에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여정에는 아픔도 있었다. 코로나19 시기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것이다. 아버지는 서울드림교회와 인도 선교를 함께한 동역자였고, 현재 현지 교회는 가족들이 이어가고 있다. 샘 역시 훈련을 마친 뒤 그 사역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앞으로는 인도로 돌아가 청년 사역과 교회 개척에 힘쓸 계획이다. “청년들이 하나님을 알고, 그들 가운데서 또 다른 리더와 목회자가 세워지길 원한다”며 “더 나아가 성경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사역센터를 세워 다음세대가 말씀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1층 식당 옆 카페에서는 인도 출신 네하(23)가 봉사를 맡고 있다. 성도들을 맞이하며 교회 공동체의 환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배우고 있다. 그는 “카페에서 봉사하며 성도들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하고, 기쁨으로 섬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교회 공동체 문화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협력 선교사의 소개로 드림빌더스에 참여한 그는 현재 장신대 기독교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네하는 전공을 선택한 이유로 “인도에서는 신학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전 복부 질환으로 수술을 받으며 큰 고통을 겪었다. 목회자인 부모 밑에서 자라며 신앙은 익숙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비로소 스스로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다. 네하는 “몸도 아팠지만 너무 외로웠던 순간에 신앙이 깊어졌다”며 “믿음이 점점 깊어지며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며 기도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신앙은 개인적인 결단을 넘어 현실의 무게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인도에서 기독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의 아버지 역시 세례를 집례한 사진이 퍼지며 한때 수감되는 일을 겪었다. 현재는 풀려났지만 그 시간은 그에게 신앙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 사건이었다.
앞으로 그는 인도로 돌아가 아버지와 함께 사역하며 다음세대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일을 꿈꾼다. 네하는 “지금 인도의 젊은 세대는 성공과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하나님을 알고 말씀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사역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3층 예배실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산 소바낫(27)이 아이들과 함께하며 예배를 돕고 있었다. 드림키즈 교사로서 아이들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의 꿈은 원래 ‘평범한 영어교사’였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 실패한 뒤 한인 선교사가 세운 캄보디아 라이프대 유아교육과에서 장학금을 지원받고 진학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2019년 한국 유치원들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고, 그는 그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꿈을 품게 됐다. 소바낫은 “한국의 유아교육 수준과 어린이집 환경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캄보디아의 현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고, 스스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후 라이프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며 유학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로 계획이 무너졌고, 한때 기도의 제목마저 희미해졌다. 그러던 중 선교사의 제안으로 드림빌더스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는 “처음 드림빌더스를 소개받았을 때 3년 전 기도했던 소망이 다시 살아났다”며 “캄보디아에서는 제 나이에 결혼하고 직장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나님만 믿고 그 은혜를 보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

2023년 한국에 온 그는 현재 총신대 유아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앞으로 캄보디아로 돌아가 어린이 교육과 복음을 함께 전하는 사역을 꿈꾼다. 소바낫은 “시골 지역에는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유아교육과 복음을 함께 전해 캄보디아 다음 세대가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알고 꿈꾸며 자라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태국 카렌족 출신 나라위 카셈차이차로엔(21)은 아이들 앞에 서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는 드림키즈 찬양팀 교사로 찬양과 율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말씀을 배우도록 돕는 역할이다.

나라위에게 ‘사역’은 어릴 때부터 익숙한 일이었다. 목회자인 아버지와 함께 자라며 교회에서 섬기는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러다 그의 삶을 바꾼 사건이 13살 때 찾아왔다. 다른 지역에서 열린 수련회에 참석하던 중 수영을 하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순간이었다. 그는 “그때 ‘살려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며 “기도를 마치자마자 누군가가 제 머리를 붙잡아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순간을 ‘하나님이 살려주신 경험’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교사의 권유로 드림빌더스를 놓고 기도할 때 13살 때 서원했던 내용이 떠올랐고, 부모 역시 “하나님께서 너를 택하신 것”이라며 등을 밀어줬다. 그렇게 그는 2023년 한국으로 건너와 어학당에서 공부를 마치고 올해 총신대 기독교교육과에 입학했다.

현재 그는 드림키즈 찬양팀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찬양과 율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말씀을 배우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고 있다. 나라위는 “카렌족뿐 아니라 태국에는 다양한 민족이 있는데 여전히 복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훈련이 끝나고 고향교회에 돌아가 사역하며, 태국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알고 자라면 더 깊은 신앙을 가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 사역자 김강림(37) 목사는 “현지 선교사가 추천한 청년들을 한국에서 위탁받아 훈련한 뒤 다시 선교지로 파송하는 구조”라며 “선교사를 ‘보내는 것’을 넘어, 현지에서 쓰임 받을 사람을 ‘세워 보내는 선교’”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선교사 파송은 많지만 젊은 사역자는 부족하고, 문화와 언어의 장벽도 크다”며 기존 선교 방식의 한계를 짚었다.
드림빌더스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 현지 청년이 직접 복음을 전하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낮고, 보다 실제적인 사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은 한국교회와 선교지를 잇는 ‘브릿지’ 역할도 감당한다. 김 목사는 “캄보디아 아웃리치에서 훈련생이 현지어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배운 신앙과 사역이 현장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학교와 삶의 자리에서 맺는 관계를 통해 더 다양한 방식의 선교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드림교회는 향후 2~30명 규모로 사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드림빌더스를 통해 훈련받은 청년은 10명으로 하반기에는 5명이 추가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앞으로 매년 훈련된 청년들을 각자의 나라로 파송하는 것이 목표”라며 “언젠가 이들이 성도들 앞에서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가 사역하겠다’고 인사하며 사역의 열매가 맺힐 것”이라고 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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