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코끼리'에 '고추장'까지, 노인일자리 위해 맹연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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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올해는 처음으로 노인 복지관에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다. 우리 동네 노인 복지관에서 신청이 가능한 노인 일자리는 두 가지가 있었다. 지역 거주자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신청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와, 만 60세가 넘은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일자리였다. 내가 신청한 것은 후자로, 공공기관(초등학교, 돌봄 센터,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놀이를 지도하는 일이다(관련 기사 : 노인 일자리 첫 급여 받은 날, 통장 확인하고 깜짝 놀란 이유).
1월부터 노인복지관에서 함께 일할 열한 명의 전통 놀이 선생님들이 만나 관련 교육도 받고 전통 놀이 도구도 만들고, 놀이 방법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이번 주부터 현장에 나가게 되었다. 3월에는 3학급인 초등학교와 11학급인 초등학교 등 두 학교에 나가고, 지역의 가족센터에도 세 번 수업을 나간다.
수업 시작 전, 집중한 공기 연습
초등학교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 학급당 8차시(여덟 번) 수업이 진행되는데, 학교마다 전통 놀이 종류는 조금씩 다르다. 지난해 수업한 학교는 놀이가 중복되지 않게 수업 계획서를 짜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나간 학교는 첫 수업이 공기놀이였다. 전날 공기를 꺼내서 강의 계획서에 있는 순서대로 공기 놀이를 연습하였다.
어릴 때 많이 해본 놀이였지만, 오랜만에 하니 처음에는 공기를 자꾸 놓쳤다. '공기 던지고 받기'로 공기를 한 알부터 순차적으로 집으며 네 알까지 집는 연습을 하고, 다음으로는 공기를 던져 손등에 올려 꺾기 연습도 하였다. 변형된 놀이로 '코끼리 공기놀이(양손 집게 손으로 공기알을 집어 구멍에 넣기도 하고, 옆 사람에게 전달하는 놀이)'도 완벽하게 연습하였다.
수업 당일 아침에 일어나 지난주에 만들어 놓은 약밥을 꺼내 커피와 함께 먹고 학교로 출발했다. 이날 수업할 학교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학교라서 좋았다. 더군다나 지난해 시간강사로 몇 번 나갔던 학교라서 가는 길을 아니 마음이 편했다.
아파트와 이어진 숲길을 지나 근린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을 지나 학교에 도착하니 다른 선생님들도 오셨다. 수업을 열어주실 선생님을 정하고, 수업에서 주의할 점을 이야기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우리 팀 한 분이 선생님들 소개와 공기 놀이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 우린 한 명씩 모둠(조)에 들어갔다. 학생 수가 적어 한 모둠에 네 명 정도라서 모둠 활동하기 딱 좋았다.
요즘 공기는 보통 플라스틱인데, 우리가 수업에 사용할 공기는 나무 공기이다. 우선 공기를 유성펜으로 각자 꾸몄다. 아이들마다 개성이 보여서 좋았다.
"얘들아, 공기놀이에서 가장 먼저 할 놀이는 '고추장 찍기'인데 같이 해볼까요?"
"선생님, 고추장 찍기가 뭐예요?"
"고추장을 손가락으로 어떻게 찍어 먹지요?"
"이렇게요."
"맞아요. 공기를 하나 던지고 검지로 고추장 찍듯이 바닥을 찍는 거예요. 그리고 잽싸게 던진 공기를 받아야 해요."
먼저 시범을 보이고 각자 연습하게 했다. 3학년이지만 잘하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고추장 찍기를 다섯 번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공기 던지고 받기'로 처음에는 공기를 던지고 한 알 집고, 두 알, 세 알, 네 알 등 순차적으로 수준을 높였다. 마지막에 공기를 던져 손등으로 받아 꺾기 연습을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코끼리 공기놀이'까지 진행했다. 어려운데도 재미있게 따라 하는 학생들이 정말 기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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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꾸민 공깃돌 수업 중에 나무 공기를 각자 개성있게 꾸며서 나만의 공기를 만들었다, |
| ⓒ 유영숙 |
"오늘 공기놀이 어땠어요?"
"어려운데도 재미있었어요."
"저는 공기를 꾸며서 놀이하니 친구들과 달라서 그것도 좋았어요."
"저는 또 하고 싶어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공기놀이 많이 하세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마무리 인사까지 하고 수업을 마쳤다. 학생들이 놀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미있다고 하니 수업한 전통 놀이 선생님들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다음 주는 다른 놀이로 만나겠지만, 다양한 전통 놀이를 알려주는 시간이 참 귀하다.
수업 하며 학생들에게 참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복지관에 따라 노인 일자리도 다를 것이다. 내가 속한 노인 복지관처럼 '전통 놀이지도' 일자리도 늘어나서 학생들에게 전통 놀이를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
나도 요즘 전통 놀이 수업에 나가면서 생활 습관도 정리되었다. 평소에는 핸드폰 보고, TV 보느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 요즘은 오후 10시 30분에는 꼭 자고, 아침에도 오전 7시경에는 일어난다. 나이 들면 잠이 줄어 든다는데 나는 잠을 푹 자야 하루가 상쾌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학교에서 손주 같은 아이들 만나 전통 놀이를 가르쳐주니 보람도 느낀다. 삶이 활기차게 느껴지니 젊어지는 것 같다. 노인 일자리 신청하길 참 잘했다. 다음 학교에서는 또 어떤 학생들을 만날까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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