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타이밍’ 미국 가는 다카이치…트럼프 압박에 “미국 지지” 선언할 듯

김현예 2026. 3. 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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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으로 출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9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란 사태에 관해 미국 지지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 직접적으로 ‘합법’이라고 밝히거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위대 파병을 약속하기보다 우회적으로 이란 사태 안정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트럼프 달래기’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아사히신문은 18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미국이 사태 진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미·일 동맹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법적 장벽이 높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대로 쉽사리 자위대 파병을 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 속에 고육지책으로 ‘우회 지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에선 이번 다카이치 총리의 미국 방문에 ‘최악의 타이밍’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신의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하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방미를 추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위대 파병까지 요청하고 나서면서 다카이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 내에 “전투 중인 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이날 오전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을 하고 있지만 파병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확실히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국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계승’을 내세우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위대 파병과 관련해 아베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019년 당시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호르무즈 호위 연합(IMSC)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직접 참여는 하지 않았다. 이란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아베 정권은 2020년 독자적으로 자위대 함정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만 등지에 조사·연구 목적으로 보냈다. 당시 아베 정권은 이란과 직접 대화를 통해 자위대 파견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이런 해법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아베식 자위대 파병에 대해서도 “정전이 확실히 이뤄지는 것이 조건”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이번 방미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됐다”며 “사태가 매우 유동적인 데다 이란 공격 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소수의 정상 중 한명이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방위성 관계자도 이 신문에 “미국이 파견을 요구해도 ‘검토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일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투자의 일환으로 일본이 미국산 원유 증산에 투자한 뒤 이를 일본이 비축한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투자 대상으로 알래스카 유전이 유력하며 미국 본토의 셰일 유전도 후보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 체계인 ‘골든돔’ 참가를 비롯해 미·일 양국은 중국을 겨냥한 희토류 채굴과 리튬, 구리와 같은 주요 광물 공동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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